"서울학원이죠?"
"네, 그런데요. 재명이와 재윤이 학원수업이 몇시에 끝났나요?"
"저녁 8시 20분에 수업이 끝났습니다.아버님"
"명이와 윤이 집에 도착했어요?'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학원수업 끝나고 롯***에서 수업을 한다던데 .."
"네, 알았습니다"
밤 9시 50분, 운동삼아 호수공원을 다녀오는 길에 롯***를 둘러보았으나 녀석들은 없다. 혹시? 불길한 느낌이 든다. 이틀전부터 집 컴이 말썽을 부려 집에서 PC게임을 하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PC방을 정말 가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거기에서 녀석들 얼굴을 마주친다면 다시는 PC방을 가지 않겠다고 했던 나와 쌍둥이들의 신뢰는 무너지기 때문이다.
마침 육교밑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두녀석을 만났다.
"너희들 어디서 오니?"
"축구를 하다 오는데요?"
"비도 오고 밤 늦은 이 시간에 무슨 축구를?'
태연히 말하는 녀석들의 말을 믿고 싶었지만 혹시나 싶어 윤이 상의에 냄새를 맡아보았다. 옷에 배여있는 찌든 담배 냄새..... 내일 학교 준비물이 있다기에 서둘러 문구점에 가서 사가지고 아무 말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는 정말 술을 입에 대고싶지 않았는데...아내가 8년전 담궈놓고 간 장뇌삼주를 반컵 따라서 방으로 가지고 와서 두녀석을 앞에 앉히고 쭈욱 마시고 나서 말했다.
"다시 PC방에 가면 몇대를 맞겠다고 약속했지?"
"15대요"
"아냐, 20대야"
"아빠 기억으로는 지난번에 10대였고,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계속 5대씩 늘리겠다고 했으니 오늘은 15대다. 이의 있니?"
"없어요"
"그러면 아빠가 너희를 잘못 가르쳤으니 아빠도 잘못이 있으니 너희도 아빠를 15대씩 때리고 너희도 아빠에게 15대씩 맞자. 너희가 먼저 아빠부터 때려라"
내가 앞드려뻗쳐를 하자 두녀석 모두 눈물을 흘리며 잘못했다고 빈다.
"너희가 자꾸 안하고 있으면 아빠 술을 마셨기 때문에 피가 미리로 쏠려 뇌출혈이 될 수 있으니 빨리 때리는 것이 아빠를 도와주는 것이 될 것이다"
내 채근에 못이겨 재명이부터 효자손을 들어 내 엉덩이에 대는둥 마는둥 15대씩을 때린다.
"자, 이제 그럼 너희들 차례다. 너희 잘못을 인정을 했으니 사내답게 당당히 맞거라"
요즘 하도 경제적으로 힘든데도 두녀석들은 서로 싸우고, 거짓말을 하며, PC게임에만 빠져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녀석들에게 속상했던 탓인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고, 쌍둥이들도 생전 눈믈을 보이지 않던 애비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당황해하며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용서를 구한다.
"그래,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생기기 않도록 하자. 약속할 수 있겠니?"
녀석들을 내보내고 누워있으나 잠이 오지를 않는다. 일어나 성경을 펼쳐 로마서를 1장부터 계속 큰소리로 읽어내려간다. 모두 바울사도가 나에게 질책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명이와 윤이를 불러 않히고 8장을 교독시켰다. 8장은 제1절 "그러므로 이제 예수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느니라"라고 시작되는 무죄선언으로 성경의 정수와도 같은 부분이다. 쌍둥이들이 오늘 일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을 죄책감을 속죄의 기도를 통해 회복시켜주고 싶었다.
"너희를 아빠에게 맡기고, 엄마까지 데리고 가신 뜻이 있을 것이다. 너희는 큰 리더가 될 재목들이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다가올 미래를 준비토록 해라. 하루하루가 너희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오늘이 쌍둥이자식들의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기도해 본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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