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에 쌍둥이양육일기를 쓴다. 그동안 너무 정신없이 보냈다. 되돌아보니 두 달이 마치 2년을 압축해 놓은 것처럼 격변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결혼때부터 모시고 함께 살던 장모님의 이사, 내 결혼계획이 급진전되고 결혼 결정, 이사계획 등 두달 사이에 너무나도 큰 일들이 진행되어 갔다. 쌍둥이들을 이사 일정에 맞추어 서울 목동에 있는 양동중학교로 전학을 시켰다. 5일째 학교를 가는데 나름 잘 적응을 하는 것 같다.

명 : "아빠 빨리 이사갔으면 좋겠어요"
나 : "왜?"
명 : "아침에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나가려니 넘 힘들어요. 목동으로 이사가면 7시 넘어서 일어나도 되잖아요"
나 : "그렇겠지......."

일산에서 태어나 일산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입학하여 졸업하고 정발중학교에 입학하여 1년간 다녔던, 태어나서부터 지금껏 일산을 떠난 적이 없었는데 처음에는 전학이야기를 꺼내자 꽤나 심난해 하며 울적해하여 이 애비를 걱정시켰는데 오늘 아침에는 이제는 빨리 목동으로 이사가고 싶다고 서스럼없이 말을 할 정도가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도 초등학교 6학년 때 시골 읍으로 전학, 다시 중학교 2학년초에 광주로 전학을 하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친구들을 사귀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터라 내심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쌍둥이이다보니 보이지 않게 두녀석들이 서로 의지하고 상의해가며 적응해 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새엄마가 될 정아의 도움이 컸다. 노련함으로 녀석들과 잘 어울려주고 녀석들을 편하게 대해주며 심리적으로 안정을 찿도록 하며 하이스트 학원을 등록하고 연세대의대를 다니는 혁이형이랑 비교하며 너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기를 북돋아주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도록 적절히 자극도 가해준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감정의 복원력이 빠른 녀석들이라 새로운 한경에 잘 적응하리라 본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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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윤 : "아빠! 다꼬야끼가 먹고 싶어요"
나 : "왠 다꼬야끼? 어디서 파는데?"
재윤 : "그건 모르겠어요. 요즘 다꼬야끼가 너무 먹고 싶어요"

요즘 쌍둥이들이 한참 크려는지 먹거리 타령이 부쩍 잦아졌다. 과외선생님이 내주는 숙제 때문에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하느라 배가 고픈지 밤 열시가 넘으면 냉장고가 불이 난다. 냉장고를 뒤져 참치캔을 꺼내 먹는가 하면, 우유에 제티를 타먹고도 모자라 요거트까지 하나씩 먹고서야 잠을 잔다. 요 며칠전부터는 재윤이가 느닫없이 다꼬야끼 타령이다. 예전에 고속도로 휴게소와 동네 아파트 야시장에서 다꼬야끼를 사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났나보다.

자식이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는데 모른체 그냥 지나칠 부모가 어디 있으랴~ 그런데 이 한 겨울에 어디서 다꼬야끼를 산단 말인가? 일단 저녁을 챙겨먹고 호수공원으로 운동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혹시나 싶어 뉴코아백화점 지하에 있는 식품코너에 들렀다. 식품코너가 많이 몰려있는 곳이라면 그 중에 한 곳이라도 다꼬야끼를 파는 코너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두 바퀴를 돌았는데도 다꼬야끼를 파는 코너를 찿을 수가 없다. 마침 식품가게를 관리하는 여직원이 있어 물으니 다꼬야끼 가게는 다음달에나 입점이 된단다. 할 수 없이 킴스클럽에 들러 참치캔과 제티 한 통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닭을 튀겨주는 포장마차를 보았다. 돌아보니 큰 것 2마리에 12,000원이란다. 동네 치킨체인점에서는 양념프라이치킨 한마리에 16,000원인데, 두마리에 12,000원이라면 가격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걸 보니 맛도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겨 다꼬야끼는 사지 못한 대신 프라이치킨이라도 한마리씩 먹도록 해주고 싶어 녀석들에게 전화를 하니 좋다고 환호성을 지른다. 10분을 기다려 사가지고 오니 이왕이면 콜라나 사이다까지 한 병 사가지고 와달랜다. 헐~~

통닭 한마리씩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금새 맛있게 뚝딱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니 흡족함과 함께 부쩍 성장한 얼굴과 키, 체격에 든든함이 느껴진다. 엊그제만 해도 철부지 개구장이 모습들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청소년 티가 난다. 아프지 않고 잘 자라주기를 바란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엊저녁에 잠을 자기 전에, 재윤이가 내일 아침에 등교하는데 차를 태워달래기에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아침에 내가 준비하다보니 5분 늦었는데 녀석이 신경질을 부리며 "8시까지 학교에 가야한다고 미리 말씀드렸잖아요~~~"하며 얼굴에는 오만 인상을 쓰며 몽니를 부린다.

"그러면 네 스스로 자전거로 가든지 걸어서 가든지 하지, 왜 아빠 차를 태워달라고 그러니?"라고 한번 내지르려다 꾸욱 참는다. 감정으로 내뱉는 말은 상대의 감정을 자극해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약순환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기에...

등교시키면서 차 안에서 쌍둥이들에게 말했다.
"명아윤아~ 요즘 사람들이 왜 자식들을 낳지 않으려는지 아빠는 알겠다. 전에는 자식을 낳아놓으면 다들  뒷바라지를 크게 해주지 않아도 제 스스로 알아서 공부도 하고, 밥도 차려먹고, 취직도 하고, 자연스레 경제적인 독립을 하곤 했지만 요즘은 시시때때 이것저것 챙겨주어야 하고, 학원보내야 하고, 좋은 옷 사주고, 음식도 시시한 것은 안먹고... 과외도 시켜주어야 하고, 대학에 가면 등록금도 마련해주어야 하고, 대학을 나와서 취직도 못하면 계속 집에서 함께 살아야 하고, 결혼하면 살 집도 마련해 달라고 하니... 부모들이 너무도 힘들구나"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자식들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나와 별반 차이가 없다.

차를 태워주어도 조금 늦다고 신경질을 부리지를 않나,
아침에 밥상을 차려주어도 사골국물이 맛이 없다고 투정부리고,
과일을 깎아주면 맛이 없다고 안먹겠다고 속을 긁지를 않나,
옷을 사러가지고 하면 시간이 없다고 하더니
막상 옷을 사가지고 오면 디자인이 후지고 메이커가 아니라고 안입겠다고 속을 뒤집고,
집에 오면 옷을 벗어 여기저기 휙 던져놓고,
숙제랍시고 쬐끔 하면서 거실이고 안방이고 어질러만놓고 치울줄은 모르고,
신었던 양말은 벗어서 거실이며 안방 여기저기 던져놓지,
학교에서는 청소를 잘해서 수행평가는 늘 최고점이면서 집에서는 청소는 커녕 손 하나 까닥 않지,
아침부터 깨우는데 맨날 잔소리를 해대야 하는 전쟁이지...

정말 자식이 상전이다.
그러니 누가 힘들게 자식을 낳아 뒷바라지를 하려 들까~
차라리 자식 낳아서 키울 그 시간과 돈으로 부부가 편히 먹고 즐기지...
오죽이나 속이 터지면 이런 글을 쓰랴~~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회사에서 실시한 <뇌 과학과 창의성> 세미나를 청강하고 오는 길에 지산문고를 들렀다. 쌍둥이들이 기말고사가 끝났는데 무얼 하나 선물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책을 하나씩 사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 재명이와 나누었던 대화가 책을 사주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 : "명아! 명이의 꿈은 뭐니? 장래에 뭐가 되고 싶어?"
재명 : "아직 모르겠어요?"
나 : "그럼, 명이는 무얼 할 때 가장 신이 나는데?"
재명 : "그런 것도 없어요"
나 : "그럼, 무슨 과목을 공부할 때 제일 재미가 있고 흥미가 있어?"
재명 : "아직 모르겠어요"
나 : "......."

충격이었다. 요즘 대부분의 학생들이 꿈이 없다는데, 그래서 방황을 한다는데 우리 쌍둥이도 그 중의 한명이었다니... 한때는 서울대총장이 되겠다고 했다가, 이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고양이를 키울 때는 수의사가 되겠다고 했었는데 고양이를 키울 수 없게 되자 요즘은 그 꿈마저 잃어버렸다. 사람이 꿈이 없으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왜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게 되고, 절박감도 없고 도전목표도 없게 된다.
 
녀석들에게 한시 바삐 꿈을 갖게 해주자! 그 꿈을 애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들 스스로 발견하도록 해주자. 막상 목표는 세웠는데 방법이 고민되었다. 독서와 관찰, 체험, 여행, 강의수강 등 여러가지 방법 중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독서만큼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럼 무슨 책을 사줄까? 어떤 책이 녀석들에게 꿈을 갖게 해주는데 도움이 될까? 아무래도 쌍둥이들이 흥미를 가진 분야의 책이면 더 좋겠는데.... 갑자기 예전에 서점에 들렀을 때 명이가 과학동아를 사고싶어 했던 일이 생각났다.
 
과학동아와 함께 또 다른 책이 없나 살펴보니 Newton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특집기사가 <우주까지 진출한 지적 생명체 사람의 '뇌'>였다. 오늘 회사에서 들은 세미나 주제도 <뇌와 창의성> 시리즈로서 '선택의 순간, 뇌에겐 어떤 일이 벌어지나?'(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부교수)였다.

책을 사가지고 와서 쌍둥이들에게 내미니 반응이 아주 좋아서 아빠가 앞으로 매월 사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책을 받자마자 두 녀석 모두 책에 몰입한다. 강제로 PC게임을 하지 말라고 지시하기에 앞서 관심을 자연스럽게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나는 그 방법을 독서로 택한 셈이다. 녀석들이 꿈과 삶의 목표의 설정까지 자연스레 연결이 되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주 토요일 쌍둥이들의 기말고사가 끝났다. 그동안 11월 한달간 숨 죽이며, 녀석들 얼르고 달래느라 간 하나를 빼놓고 살았던 것 같다. 이번 기말고사 시험과목 수는 총 11과목... 수요일 세 과목, 목요일 세 과목, 금요일 세 과목, 토요일 두 과목. 아무리 생각을 해도 중학생들에게 시험과목수가 11개는 너무 많은 것 같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매년 시험때마다 되풀이 되었던 전과나 참고서 경쟁은 없었지만 대신 교과서 분란이 있었다. 재윤이가 체육교과서를 분실하여(재윤이 말로는 집에 싸가지고 왔는데 없어졌단다. 그럼 체육교과서가 발이 달려서 도망갔겠나, 날개가 달려 날아갔겠나?) 재명이 교과서에 요점정리를 해두었고, 재명이는 자기 책이라고 안빌려주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하루 전이라도 미리 이야기를 했으면 미리 요점정리를 해둔 부분을 복사라도 해주었겠지만 금요일에 당장 시험인데 아침에 나보고 어떡하라고?

금요일 아침, 언성을 높이며 다투는 두 녀석을 보다못해 집에 있는 프린터로 부랴부랴 복사를 하는데 중간에 토너가 없단다. 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왜 하필 이런 중요한 때 토너가 떨어진담. 절반만 복사를 하고 나머지는 학교 가는 길에 문구점에서 복사를 하라고 돈을 쥐어주고 출근을 했는데 재명이가 억울하다고 난리를 친다. 문구점 사장님이 뒷부분 세 페이지를 그만 깜박 놓치고 복사를 안했는데 하필이면 그 세 페이지에서 다섯문제나 나왔다고 한다.

이번에는 지난 중간고사 때 보다는 성적이 많이 오를 것 같다고 두 녀석 표정이 밝다. "으이그~ 이넘들아! 지난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이 그게 성적이냐고?"하는 말이 나오려는걸 겨우 참는다. 이번에는 그래도 두 녀석들이 서로 요점정리를 하여 정보도 공유하는 등 나름대로 힘을 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고등학교 진학 때 내신성적이 2학년부터 반영이 된다는데 2학년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성적 향상이 되어야 할 텐데... 이래저래 걱정이다.

일단은 PC게임에서 관심을 차단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고, 마침 재윤이 스마트폰까지 고장이 나서 속으로 얼마나 다행인지 쾌재를 부르고 싶다. 스마트폰을 초등학교 졸업기념으로 너무 일찍 사주었던 것이 후회가 된다. 공부에 집중을 못하고 자꾸 휴대폰에 신경을 쓰고 문자질에, 음악파일을 다운받아 듣고 다니는 등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이참에 윤이 휴대폰도 아예 없애버릴까? 그럼 녀석이 난리칠텐데...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나 :"명아윤아 너희 고양이 키우고 싶니?"
재명재윤 : "네"
나 : "아빠는 고양이는 싫은데 고슴도치는 어때?"
재명재윤 : "고슴도치는 쌍으로 키워야 오래 살 수 있데요"
나 : "그럼 쌍으로 키우면 되지~"
재명 : "아빠 차라리 고양이로 키워요. 고슴도치는 똥오줌을 싸기 때문에 자주 청소를 해주어야 하는데 고양이는 똥을 싸도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습성 때문에 자기가 싼 똥을 모래속에 몰래 묻어버리니 냄새가 나지 않는데요"
나 : "그런데 고양이를 키우면 어디서 키우지?"
재윤 : 책상 밑에다 집을 마련해주면 되죠?"
나 : "그럼 똥을 싸야 하기 때문에 겨울에도 베란다문을 열어놓아야겠네. 그러면 겨울에 집이 너무 춥지 않을까?"
재윤 : "고양이는 똥오줌을 잘 가리니 괜찮을 거예요"
나 : "대신 조건이 있다~"
재명재윤 : "뭔데요?"
나 : "기말시험 때 150등 이내에 들면 안될까?"
재윤 : "둘이 중에서 한 명만 들면 되죠?"
나 : "아니지, 너희 둘 다 들어야지. 어때? 할 수 있겠니?"
재명재윤 : "한번 노력해 볼께요"

나는 고양이가 싫다. 그래서 지난 5월 10일,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오기 전에는 1층에 살면서 1층 정원에 야생고양이들이 득실거렸다. 나중에는 고양이가 새끼까지 낳아서 13마리까지 있었다. 이사를 하면서 세자식들이 나에게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자고 졸라댔지만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너희 세 자식 키우기도 아빠는 벅찬데, 무슨 고양이냐?"하며 딱 잘라 거절했다.

그런데 재명이가 품었던 수의사 꿈도 녀석이 매일 보고 살던 고양이를 이사 후에 보지 못하면서 함께 사라져가게 되고, 공부에도 소홀하게 되면서 성적까지 동반 하락하게 된 것을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고양이 이야기를 꺼내니 쌍둥이자식들 눈이 반짝거리고 얼굴이 환하게 펴진다.

지난주 외박을 나왔던 큰애가 쌍둥이들이 공부를 소홀하게 된 원인이 쌍둥이들이 꿈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삶에 대한 목표조차 사라져 공부에 흥미가 없고, 공부에 대한 열정이 생기기 않게 된 것이며 그 열정과 관심이 PC게임으로 옮겨진 것이라는 설명에 나도 수긍이 갔다. 생각해보니 재명이가 수의사가 되겠다고 장래 희망을 바꾸게 된 계기가 고양이들이었고 공부에 시들하게 된 시기가 우리집이 이사한 이후로 시기가 일치되었다.

"이제 게임에 대한 생각을 공부로 바꾸어 집중할 수 있겠지?" 내 물음에 밝게 대답하는 쌍둥이들에게 다시 희망을 가져 본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 금요일 대화 이후 녀석들이 많이 변했다. 학원 원장님도 쌍둥이들이 전에는 수업시간에 졸곤 했는데 졸지도 않고 수업을 잘 듣고 있고, 학원 수업시간에 늦지않고 잘 오고 있단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이다. 사람은 일이나 공부를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잠시 접어두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관심을 잠시 다른데로 돌리다보면 퍼뜩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지?'하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다만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강제가 아닌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분위기를 계속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재윤 : "친구들과 놀고 싶어요.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나 : "놀고 싶으면 놀아야지. 놀고 싶어서 마음에 병이 생기면 안되지."
재윤 : "정말 그래도 되요?"
나 : "그래, 어차피 재윤이 너 삶은 네가 살아야지, 아빠가 대신 살아줄 수는 없잖니?"
재윤 : "......"
나 : "그런데 공부를 하지 않고 친구들과 계속 놀기만 하면 나중에 어떤 결과가 올 것인지도 한번 생각해 보았니?"
재윤 : "아뇨"
나 : "음~ 고등학교까지는 아빠 품에서 그럭저럭 걱정없이 지낸다지만 대학을 가야할 시기에 대학을 가지 못하면 취업을 하든지 아님 군대를 가야 할껄~~"
재윤 : "....."
나 : "대학을 못가면 그 이후부터는 네가 독립해서 살아야지. 네가 벌어서 먹고 살고. 누구는 일주일에 한시간씩 4주 강의를 해주고 월 200만원씩 과외비를 받으며 공부를 하는데, 누구는 한시간에 3000원씩 받으며 하루 10시간씩 종일 한달 내내 알바를 월 90만원밖에 안되는 수입의 격차가 생길꺼고~~ 또 내놓을 만한 직장이나 직업도 가지지 못한 남자에게 어느 여자가 시집을 온다고 할꼬?"
재윤 : "......"

내가 말하는 내내 곰곰히 생각에 잠겨있던 쌍둥이들이 드디어 학원에도 늦지 않게 잘 다니고, 수업태도 또한 달라졌다고 한다. 이제는 격려와 칭찬 모드로 전환하여 열심히 칭찬을 아끼지 않고 해주고  있다.

내가 너무 쎄게 질렀나?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 금요일, 한국생산성본부 8시간 종일 강의를 마치고 밀린 일 처리를 위해 회사 사무실을 들렀다. 오후 7시 41분, 학원 원장님으로부터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가 왔다.

'아버님, 재명재윤이가 지금 수요일부터 계속 학원을 안나오고 있네요. 전화 부탁드려요.'
집으로 전화를 하니 아직 학교에서 오지 않았단다. 재윤이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지만 받지를 않는다. 다시 재윤이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학교에서 영어 보충수업이 있는데 오후 5시면 수업이 끝난다는 답변과 함께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통화를 해서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보고 알려주시겠다고 하더니 잠시후 재윤이가 4시 30분에 일이 있다고 영어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먼저 나갔다고 한다.

헐~~ 학교에서 없고, 학원에도 가지 않았고, 집에도 오지 않았고...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진다. 당장 사무실서 짐을 싸들고 집으로 출발했다. 8시 20분경, 재윤이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아빠 전화하셨어요?"
"응, 지금 어디니?"
"지금 대하마트 옆인데 학교 준비물 사가지고 집에 들어가려구요"
"윤아 명아, 우리 오늘 아빠랑 셋이 함께 죽어버릴까?"
"........."

아빠 입에서 처음으로 나온 함께 죽자는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는지 대답이 없다
"일단 집에 가서 이야기 하자꾸나"
"네"

집에 도착하니 녀석들이 내 눈치만 슬슬 살피고 있다. 녀석들을 안방으로 들어오라고 하여 한 명씩 이야기를 나누었다.
"윤아~ 요즘 아빠가 너무 힘들구나. 그리고 우리 재윤이와 아빠 사이에 마치 큰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지는구나. 왜 그럴까? 아빠가 학원 원장님과 학교 담임선생님과는 이미 통화를 했는데 이번주 내내 왜 학원을 가지 않았는지 그래도 우리 재윤이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구나. 아빠에게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니?"

삐둘어져 나가는 쌍둥이자식들을 바라보는 애비 눈에서도 안타까움에 눈물이 흐르고, 막내 재윤이 눈에서도 눈물이 흐른다. 20분여간 적막이 흘렀다.
"아빠! 저 운동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친구들과 놀고 싶었어요. 학원에 가면 놀지를 못하잖아요? 어제와 그제는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나서 피시방에 갔었고, 오늘은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었어요"
"그랬니? 친구들과 그렇게 운동이 하고 싶었어? 그렇게 운동을 하고 싶었으면 운동을 해야지. 다만, 아빠를 속이면서까지 몰래 운동을 하지 말고 다음부터는 친구들과 운동을 하고 싶으면 당당하게 아빠에게 이야기하고 운동을 하거라. 공부가 싫으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고 학원을 가기 싫으면 가기 싫다고 이야기를 하거라. 아빠는 너희가 싫은 공부를 절대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시키고 싶지 않구나. 다만, 고등학교를 마치면 너희는 아빠와는 독립을 해서 살아야 한다. 그리고 너희가 커서라도 절대 아빠 원망은 하지 말구~ 그리고 아빠는 희망을 느끼지 못하는 자식들에게는 더 이상 희생을 하기는 싫구나. 약속할 수 있겠니?'
"......."

그리고 요즘 아빠가 너무 힘이 든다는 것을 솔직하게 사실대로 털어놓고 쌍둥이자식들에게 도움을 청해 보았다.
"아빠가 지금처럼 늘 건강하고 강하게 살기는 어렵단다. 아빠도 때론 사는 것이 너무 힘들고 지쳐서 하늘나라에 있는 너희 엄마 곁으로 가고 싶을 때가 많아~ 아빠가 요즘 이런 저런 일로 너무 힘드니, 너희가 아빠를 좀 도와주면 아빠는 곧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은데... 너희들이 아빠를 도와줄 수 있겠니? 그리고 내일부터 아빠가 잠시 여행을 다녀오려고 한다. 아빠가 다시 돌아오면 아빠 얼굴 보게 될거고, 돌아오지 않으면 오늘로 끝이 될꺼야. 아빠는 항상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최선늘 다해 살고 있단다"

나는 내 자식들을 믿는다. 언젠가는 방황을 마치고 다시 밝은 모습으로 내 품으로 돌아올 것으로... 참고 기도하며 사랑으로 계속 감싸며 기다릴 것이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회사 이사회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밤 11시 20분이 되었다. 일 욕심이 많아서일까, 조금만 더 조그만 더 하다보면 훌쩍 자정이 되어 버린다. 오늘 계획한 분량의 일을 마무리를 해두어야 내일을 여유있게 맞이할 수 있다는 평소의 내 지론....

오늘은 학원에 가야할 시간에 쌍둥이들이 학교에 밀린 일이 있다고 학교에 갔다. 으이그~ 애비가 힘들게 고생하여 학원에 내는 돈을 생각하면 하루도, 단 한시간도 수업에 빠져서는 안되는데~~ 다행히 조금 늦게 가서 수학 주간평가를 봤는지 막내 재윤이는 96점, 11명중 1등이란다. 훗~~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곧잘 하는 녀석들이 애비 속을 태우기는....

11시 30분, 책상위를 대충 정리하고 지하철 9호선을 타기 위해 계단을 헐레벌떡 내려가는데 막내로부터 숨 넘어가는 휴대폰 전화가 걸려온다.
"아빠 아빠~"
"왜 또?"
"어디세요? 오시는 길에 실내화 좀 사다주세요?"
"실내화? 헐~ 야, 지금 몇신데?"
"아빠! 그런데 그런데 왜 숨을 헐떡이세요?"
"야! 이눔아~ 아빠 지금 지하철 타러 회사에서 막 나와서 뛰어가고 있다."
"아직 회사세요."
 "그래!"
"아빠, 흰색 실내화로 사이즈는 250밀리예요"


밤 11시 30분, 지금 이 시간에 어디서 흰 실내화를 산담??? 그래도 내가 누구냐? 아들 셋을 키우는 억척스런 싱글대디가 아닌가? 전화를 끊고 뛰어가면서 생각해보니 마두역 근처 뉴코아백화점 지하에 24시간 영업을 하는 킴스클럽이 떠올랐다. 그래, 일단 가보는거야!

9호선 국회의사당역 에스컬레이터도 뛰어내려가니 마침 여의도역에서 계화행 일반열차가 진입하고 있다. 바로 타고 당산역에서도 뛰어 올라가니 곧바로 일산행 871번 좌석버스가 온다. 마두역을 거쳐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까지 가는 좌석버스이다. 자정이 가까워지면 대부분 막차여서 놓치면 배차간격이 길어 길거리에서 한참을 기다리거나 택시를 타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지하철이며 좌석버스가 곧장 연결되는 걸 보니 왠지 행운이 따른다는 느낌이다. 실내화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밀려온다.

양화대교를 넘어 강북도로에 진입을 하는 순간~ 헉~ 일산방향 강북도로가 차들로 꽉 차있다. 1차로에서 추돌사고가 나서 두개 차선이 통제 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마두역에 내려 킴스클럽에 가니 250밀리 흰 실내화가 딱 하나 남아있다. ㅎㅎ 오늘은 마지막까지 행운이 따르는구나. 밖으로 나오니 코 끝을 스치는 바람이 차갑다. 내일 아침은 추워지려나 보다. 약 20분을 걸어서 집에 오니 자정을 25분이나 넘겼고 쌍둥이들은 책상에 불을 켜놓은 채 곤히 잠들어 있다. 컴을 몰래 만졌는지 책상 위가 어수선하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으니... 아무튼 밤 늦은 시간에 애비를 고생시켰으니 내일 아침에 막내는 애비에게 잔소리 좀 들어야겠지. 에이 고얀놈~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갈수록 떨어져가는 녀석들의 성적 때문에 요즘 고민이다. 초등학교 때는 최상위권에서 머물던 녀석들이었는데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성적이 하위권으로 급락을 하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일주일 동안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보고 학교 선생님과 학원 선생님들과의 상담을 해보니 어느 정도 원인이 파악되는 것 같다. 원인은 대충 네가지로 요약되었다.

하나, 수업시간이나 공부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쌍둥이들에게 "수업시간에 집중이 잘 되니?"하고 물으니 '수업시간에 집중이 잘 되지 않고, 지루하고 졸려요"라고 대답한다. 공부에 흥미가 떨어졌고 수업진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둘,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해 있었다. 여자들과는 달리 사내아이들은 한가지에 빠지면 헤어나오지를 못한다. 아마도 쌍둥이들이 PC게임에 몰입하여 머릿속에는 온통 게임내용만 담겨있었던 것 같다. 집에서 온라인 숙제를 한다기에 컴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허용해 주었는데 이 컴을 통해서 그동안 PC게임을 몰래 했던 것 같다.
셋, 학교나 학원수업시간에 지각이 잦다. 학원수업이 5시 30분이라면 5시 25분에야 헐레벌떡 집을 나선다. 자연히 집에 책이며 교재, 노트, 필기구를 두고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교재가 없이 지각까지 한 상태에서 무슨 온전한 수업진행이 되겠는가?
넷, 이루고자 하는 꿈과 목표의식이 희박해졌고 연이은 성적하락으로 자신감도 많이 잃은 상태였다.

어제 명이와 윤이를 앉혀놓고 대화를 하며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다짐을 받았다.
첫째, 수업시간에는 공부에만 몰입을 하고 일체의 잡념을 버리자.
둘째, 기말시험 전까지는 집에 있는 컴을 치우자. 아빠 일은 아빠 노트북으로 하겠다. 대신 학원 온라인숙제는 원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학원 컴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셋째, 학원이나 학교 수업 10분전까지는 도착하여 자리에 앉을 것.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집에서 출발하고 가방이며 준비물도 미리 챙기도록 했다.
넷째, 조만간 녀석들이 가고자 하는 학교를 데리고 가볼려고 한다. 그러면 목표와 열정이 되살아나겠지.

성적이 더 이상 추락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못된 작은 습관부터 하나하나 바꾸어 나가려 한다.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준비되지 않는 상태에서 주는 자율성은 오히려 자식교육을 방치하는 것이고 자식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0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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