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안찌엿'이 무슨 말인지 아세요?"
"모르는데, 너희들이 쓰는 은어인것 같은데 뭔데?"
"'안물어봤어, 찌질아 엿먹어라!'예요"

작년, 쌍둥이들이 중국유학을 가기 전에 한참 두 녀석들이 집안에서 고함을 지르며 싸울때 이 '안찌엿'이란 말을 자주 하더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말을 친구들끼리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학교에서 선생님이 잘못을 지적하고 나무라면 선생님 면전에서 선생님을 향해 이 '안찌엿'이란 말을 해댄다는 것이다.

"너희도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나무라시면 그런 말을 하니?"
"아뇨~ 어떻게 선생님께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
"그래라~ 다른 친구들이 그런다고 너희도 만약 친구들 따라 그런 행동을 한다면 애비가 가만히 있지 않을거야!"

선생님들은 이 말에 대한 의미를 모르니 '나무라니 얘들이 그냥 뭐라고 투덜대는 모양이구나~'하시며 넘어가겠지만 만약 이 말 뜻을 알게된다면 느끼는 자괴감이 얼마나 크겠는가? 중학교 의무교육 실시와 더불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체벌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말썽을 부려도 의무교육이다보니 다른 학교로 전학조치가 고작인 우리나라 중학교 교육과정 현실과 무너져가는 공교육에 대한 실망감이 커져만 갔다.

"아빠 제가 중국유학을 간다면 기술가정선생님이 많이 서운하실 거예요"
"왜?"
"수업시간에 다른 친구들은 잠을 자거나 장난하고, 휴대폰으로 카톡하고 문자메시지를 나누고 동영상을 보느라 수업을 듣지 않아서 저 혼자만 수업을 듣거든요. 선생님이 저 혼자만 보고 수업을 진행하시는데  제가 유학을 간다면 선생님 수업을 듣는 학생이 이젠 없을텐데...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시고 처음으로 학교에 오신 여자선생님이라 학생들을 제대로 나무라지도 못하시거든요"
"........"

"너희 학교에도 돈을 뜯어가는 학생들이 있니?"
"네, 자주 그래요. 3학년 형들이 교실을 돌며 돈을 빼앗아가요"
"그러면 선생님께 즉시 알리지 그러냐?"
"누군지도 모르고,선생님께 이르면 나중에 그 형들이 보복을 할텐데 어떻게 일러요"
"그렇게 조치를 하지 않으면 계속 그런 짓을 할텐데?"
"그래서 돈을 가지고 다니지 않거나 아예 뜯길 돈을 천원씩 넣어가지고 다니는 친구들이 있어요"
"......"

또 한번은 아내가 학교 앞에서 쌍둥이들이 다니는 중학생 학생들이 하교하는 모습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는데 남학생과 여학생이 팔짱을 끼고 웃으며 걸어가는 모습부터, 두발자유화로 머리는 길어 한껏 멋을 부렸고 일부 여학생들은 짧은 교복치마를 입고 있어 걸을 때마다 아슬아슬했다고 했다. 어른인 아내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였는데 감수성이 예민한 남자 중학생들에게는 더구나 남녀공학에 공반이니 이성으로 어찌 비쳐질까를 생각하니 한숨이 나오더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무슨 공부가 될꼬?

언제부터 우리나라 중학교 공교육이 이렇게도 망가지고 교권이 추락되어 선생님이 학생들을 나무라지도 못하고 교내에서 현금갈취와 폭력이 남무하여 부모가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는가? 오히려 나무라는 선생님을 죄인취급하며 달려드는 중학생들....!!! 쌍둥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하는 말을 들으며 나와 아내는 쌍둥이들의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안학교를 알아보았지만 요즘은 대부분의 대안학교가 귀족학교가 되어 입학 시에 몇백에서 몇천만원까지의 기부금을 요구하는가 하면 학기당 학비며, 기숙사비를 계산하니 사립대학등록금보다 훨씬  비쌌다.
 
고민고민 끝에 자연스레 근처 교회 여집사님께서 추천하던 정주국제학교로 중국유학의 결심을 굳혔다.
'그래 힘들어도 중국 정주국제학교로 보내자! 기숙공립학교이니 여기보다야 교육여건이 더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결단을 내렸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나 : "정말 후회없겠니?"
명 : "네, 가겠습니다"
나 : "윤이 너는?"
윤 : "저도 가겠습니다"
나 : "이번에 떠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 그래도 괜찮겠니?"
명, 윤 : "알고 있습니다"
나 : "아직 시간이 있으니 마음이 변하거든 언제든지 이야기해라"
명, 윤 : "여기보다야 공부하기에는 나을 것 같아요. 그냥 가겠습니다"
나 : "알았다. 결심이 그리 확고하다면 떠나거라"


10월말, 여권과 중국 비자를 만들며 쌍둥이들에게 묻고 또 물었다. 쌍둥이들과 7개월동안 지긋지긋한 컴게임중독과의 전쟁도 끝나가던 무렵, 아내가 평소 알고 지내던 주변 교회의 어느 집사님의 소개로 중국 정주국제학교를 소개받았다. 우리나라 제주도도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중국이라니?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다. 말로만 듣던 유학! 그것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으로... 돈도 돈이지만 처음으로 쌍둥이들을 그것도 너무도 빨리 애비 품안에서 밖으로 내보낸다는 것이 두려웠다.

문득, 내가 어릴적 할아버지와 부모 곁을 떠나 자취를 처음 시작했던 시절이 떠올려졌다. 1970년 3월초, 당시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자마자 나는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집을 떠나 처음으로 낯선 진도읍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후 대학을 마칠때까지 장장 11년간이나 기나긴 자취생활은 하게 되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전기밥솥도 없었고, 가스렌지나 냉장도, 선풍기, 에어컨도 전기장판도 없던 시기였다. 취사도 근처 산에 올라가 소나무 잎을 긁어다가 또는 억새풀을 베어다가 만든 땔감으로 해결해야 했다. 근처 우물에서 물을 길러 쌀과 보리를 씻어 아궁이에 불을 때고 밥을 해먹는데 겨울에는 손이 시려 호호 불며 쌀과 보리를 씻었다. 겨울에는 냉골인 방에서 이불을 깔고 자는데 추우니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잤다. 그나마 중학교 2학년 초에 광주로 전학을 오니 연탄을 피우고 석유곤로로 밥을 해먹을 수 있어 그나마 형편이 나아졌다.

내가 지닌 지금의 강인함과 부지런함 그리고 열정이 어쩌면 지난 그 힘들었던 시절을 헤쳐오며 몸에 배인 결과물인지 모른다. 고생도 때론 선물이라고 했던가 일찍부터 나는 홀로서기를 통해 나를 관리하며 스스로를 추스리며 경영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참고 기다리는 법도 배웠고, 돈의 소중함도 느꼈고, 결국은 내가 내 자신의 주인임을 깨닫게 되었다. 쌍둥이들이 중학교 2학년이면, 나는 그때 다시 광주로 전학하여 공부하던 때인데....

'자식들이 자라면 언젠가는 내 품에서 세상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그 시기가 빨리 왔구나~', '쌍둥이들을 지금 이 상태로 두는 것이 과연 현명한 결정일까?', '녀석들이 대학을 졸업하는 10년 이후에 우리나라 인력시장이 어떤 모습일까?'와 우리나라의 무너진 공교육을 고민해보니 쉽게 결론을 낼 수 있었다. 그래 보내자! 좁은 우리나라에서 아웅다웅하기 보다는 더 큰 중국으로 보내 녀석들의 시야를 넓혀주고 꿈을 키워주자! 한 녀석이 아닌 쌍둥이들이니 서로 도우며 힘을 합쳐 잘 이겨내겠지! 

10월 31일 국제정주학교 이사장님과 통화를 하고, 곧바로 쌍둥이들 여권사진을 찍고 여권서류를 준비해서 11월 3일, 여권과 중국비자를 발급받았고 11월 17일 중국 하남성 정주국제학교로 쌍둥이들을 보냈다. 마음이 결정되니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시켰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재윤 : "우리 중간고사 끝난 날은 (학원을) 쉬어도 되죠?
아내 : "뭔소리고?"
재윤 : "시험이 끝난 날은 학원을 안갔는데요?"
아내 : "언제부터 그랬는데?"
재명 : "전에부터 그랬어요"
아내 : "그럼 시험보는 날 딱 올100점 나오고 거기서 모든 시험이 끝나는건가? 그러고 시험이 끝난 날은 학원비 안주는거냐?"

쌍둥이들이 오는 9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중간고사를 치른다. 오늘이 놀토이고 추석연휴가 시작되었는 날인데도 쌍둥이들은 아침부터 아침밥을 챙겨먹고 일찌감치 도서관으로 공부를 하러 간다고 나갔고, 오후에는 학원보충을 받으러 가야 한다.

작년까지는 일산에서 살면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나면 그 날은 학원을 가지 않고 곧장 학교 같은 반 친구들과 영화도 보고, 노래방도 가고 하며 나름대로 시험스트레스를 풀게 해주었다. 시험이 끝나면 늘상 그래왔기에 시험결과에 상관없이 이루어진 행사이기에 알아서 영화비며, 교통비, 식사비, 노래방비를 주곤 했다.

그러나 올 4월에 내가 재혼을 한 이후 녀석들의 이런 자유분방한 행동들이 아내에 의해 하나씩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놀더라도 시험결과, 즉 성과에 따라 행동이 차별화되고 사전에 계획된 학원수업을 빼먹는 것은 절대 용납되지 않았다. 녀석들이 항의를 해도 아내는 요지부동이었다.

핸드폰도 없고 집에서 맘대로 PC게임도 못하게하고 더군다나 얼마전 방학 마지막날 있었던 게임방 출입사건으로 이 달은 용돈도 지급하지 않으니 공부 외에는 할 것이 따로 없고, 이번 중간고사 결과에 따라 용돈 지급과 점수와 등수에 따라 MP3와 핸드폰이 다시 지급될 수 있다고 일부 약속한 것이 있으니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하겠다고 단단히 다짐을 한 모양이다.

그리고 아내가 며칠전 나의 대장용종 제거수술 사실을 쌍둥이들에게 알리면서 아빠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고, 힘들게 하지 말자고 많은 얘기를 나눈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철이 좀 난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도서관과 학원을 다녀와서는 오늘 100문제를 다 풀었다고 스스로 대견해 한다. 이번 중간고사는 성적이 더 오르려나 내심 기대가 된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집에 가면 아내가 쌍둥이들과 하룻동안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나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지난주에 내가 녀석들이 학교 도서관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몰래 PC게임을 하는 것을 알고 녀석들을 호되게 야단치고 회초리까지 든 이후 나와 녀석들 간에는 아직 서먹함이 남아있는데 아내는 나름대로 쌍둥이들과 소통을 하며 사는 편이다. 쌍둥이들도 아내에게는 스스럼없이 대화를 잘 나눈다.

아내 : "애들아~ 너희들 행동을 자꾸 아빠에게 고자질하여 너희를 혼내고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하고 귀찮게 하는 새엄마가 밉지 않니?"

재윤 : "아뇨. 엄마가 그러시는 것은 저희들 공부하라고, 잘되라고 그러시는 거잖아요. 우리도 그정도는 알고있기 때문에 괜찮아요"

아내 : "그럼 이제부터는 공부하자~ 응~ 왜그렇게 자꾸 다른데 신경을 쓰는데?"

재명 : "아시잖아요~ 저희가 지금 질풍노도의 시기라는거~~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예요."

아내 : "........"

재명이가 지금 자신들이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말했단다. 이 말을 전하는 아내도 웃기는지 막 웃는다. 질풍노도의 시기라..... 하긴 사춘기이니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한참 신체적으로도 커가는 시기이니 먹기도 많이 먹으니 힘이 넘치고 몸도 근질근질하겠지. 이성보다는 욱~하는 감성이 지배하는 시기.

요즘에는 방학이라고 밤 12시에 잠이 들어 다음말 오전 11시가 되어야 겨우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먹으니 잠은 실컷 자고 있다. 올해 들어서 키가 참 많이 자랐다. 문제는 신체적으로 쑥쑥 크는 만큼 책도 읽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졌으면 좋으련만...

그런다고 엊저녁 같이 3층 안방 창문에서 아래 도로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을 뿌려대는 그런 초딩같은 유치한 장난은 아무리 보아도 질풍노도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질풍노도인지 뭔지 하는 시기인 너희들 때문에 애비는 어제 너희가 밤새 또 무슨 사고를 칠지 몰라 감시하느라 엄마와 다로 각방을 써야 했거든...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부터 쌍둥이자식 기말시험이다. 시험기간은 집안이 초긴장 상태가 된다. 화를 내고 싶어도 참아야 하고, 시험을 망친 과목이라도 생기면 빨이 잊고 다음 과목을 준비하도록 달래야 한다. 점심식사 후 오늘은 수학, 기술가정, 한문을 치렀는데 이전 1학기 중간고사 보다는 성적이 많이 오른 모양이다. 아내와 통화하는 사이 서로 중간고사보다 성적이 많이 오른 과목 점수를 큰소리로 외치는 걸 보니....

나와 아내는 요 며칠동안 딸 인이가 다치고, 명이가 학원에서 말썽을 부리고, 아직 해결되지 아니한 채무문제 등으로 마음이 무거웠는데 첫날 시험이었지만 성적이 많이 올랐다니 위안이 되고 기분이 전환되는 것 같다. 자식은 자신의 분신이라 했던가? 자식이 공부를 잘하면 괜히 우쭐해지고, 자식이 공부를 못하면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우리 사무실에서는 회사 직원들의 대학생자녀 학자금을 장학금형태로 지원해주고 있는데 학자금을 신청시 성적증명서를 첨부하도록 되어 있다. 자식이 공부를 잘하여 명문대에 다니고 있거나 장학금을 받은 직원은 당당하게 와서 신청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직원들은 여직원을 대신 보내거나 슬그머니 들어와 청구서만 쓰고 간다. 자식이 공부를 못했음에도 부모가 대신 창피해하고 부끄러워들 한다.

지난 중간고사 이후부터 아내가 매일 쌍둥이들을 볶아댄 효과가 컸던 것 같다. 한달반을 지나면서 철이 든 것도 같고 아님 이번 기말고사 결과에 따라 7월 28일부터 시작되는 교회 청소년 여름성령수양회에 가고 못가고를 결정하겠다고 한 것도 일조를 한 것 같고.....
 
매일 시험때만 되면 졸음을 쫓는다고 평소 마시지도 않던 커피를 하룻밤에 몇잔을 마셔대며 날밤을 새고, 노트정리를 잘하는 친구들 노트를 복사해서 공부를 하는 걸보면서 만사불여튼튼이라고 제발 평소에 지금처럼 열심히 하래도 시험만 끝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이번 금요일이면 기말고사가 끝나니 또 마음이 풀어지겠지... 공부를 마치 부모를 위해 해주는 것 같이 생색내는 요즘 자식들의 보고 있노라니 그냥 한대 쥐어박으며 '공부가 하기 싫으면 당장 때려치워라~'하고 싶지만 그래도 꾹 참고 어르고 타이르고 때론 읍소까지 하는 나를 보면서 '나도 별 수 없는 대한민국 아버지이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하여간 이번 기말고사는 늘 시험때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던 참고서 다툼없이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성적까지 잘 나오면 금상첨화이겠고...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어제 저녁 마을 친구들 모임을 치르고 나서 늦게 잠자리에 든 탓인지 아내의 아침밥을 먹자는 채근에 못이겨 눈을 떴다. 아내가 시골 집으로 전화를 걸어 나를 바꾸어 준다. 꼼짝없이 일어나 전화를 받는다. 아버지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온다.

어버이날인데도 찿아가 뵙지도 못함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 아버지는 연신 허허~ 웃기만 하신다. 아내를 바꾸어주니 수화기를 타고 아버지의 너털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형제는 5남. 딸자식이 없는 탓인지 아버지는 며느리를 이뻐해 주신다. 지난 설날에 아내와 결혼소식을 전하기 위해 고향집을 방문했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흡족해 하시며 喪妻한 후 혼자가 되어 자식을 키우는 나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는데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며 매우 좋아하셨다. 부모님 걱정을 덜어드리고 부모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도 효도이겠지....  

어려서 엄마를 잃으면 평생 슬프고, 어려서 아버지를 잃으면 평생 외롭다고 한다. 나는 어머니의 얼굴을 모른다. 나를 낳고 나서 1년 2개월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나에게 '어머니'라는 단어는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반반씩 섞여 있다. 오늘 한소망교회 류영모담임목사님 주일설교도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육신의 어머니에 대한 은혜를 상기시키는 내용이 많다. 막내 재윤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요즘 전도사가 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부모와 대립각을 세우며 속을 태우고 있다. 좀 더 공부에 집중하여 큰 인물이 되어 하나님께 쓰임받았으면 좋겠다고 설득을 하지만 요지부동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도사가 되겠다는 녀석의 꿈이 못마땅한 것이 아니고 공부를 뒷전으로 하고 찬양팀에 올인하며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녀석이 안타깝다. 일주일 중 토요일과 이틀을 서울 목동에서 파주에 있는 교회까지 왕복하며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그렇게 찬양팀에 시간을 보내면 언제 공부를 할꺼니?" 물어도 찬양팀에서 활동하고 싶단다. 재윤이의 거듭된 부정에도 불구하고 마치 공부에 대한 도피처로 전도사가 되겠다는 것은 아닌지하는 의구심이 든다. 오늘 셀모임에서 김민숙집사가 고3인 딸 성적 때문에 요즘 자주 다투게 된다며  속상하다는 울먹임을 듣고 나서일까 나도 공부를 해야 할 시기에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내 주장을 녀석에게 꺾이고 싶지 않다.  
 
형인 명이는 이제 수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확실히 새기고 차근차근 공부를 하는데 방황하는 막내가 안타깝다. 주일만되면 꼭두새벽부터 교회를 혼자라도 가겠다고 고집부리며 도끼눈을 하고 빨리 하라고 채근하는 녀석 때문에 온 가족이 바늘방석이 된다. 자식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 길을 가겠다면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잡아주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어버이날인 오늘 오후에 언성이 높아지고 말았다. 정신 차리고 공부에 집중하라고, 좀 더 크게 쓰임받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라고, 전도사가 되고 싶으면 더 공부를 열심히 해서 네 결정이 현실의 도피처가 아니라는 것을 성적으로 증명해 보이라고...아내도 "재윤이 네가 앞으로도 공부를 등한시 한 체 계속 교회 찬양팀을 기웃거린다면 다음주부터 한소망교회를 나가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어버이날에 부모 속을 뒤집고 제고집을 피우는 막내 윤이도 나와 아내가 사랑과 원칙을 가지고 임한다면 시간이 흐르면 결국은 삐걱거림도 바로잡아지겠지. 끝없이 나와 아내를 시험하려 드는 막내녀석..... 나중에 실패한 자식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나와 아내는 오늘도 머리를 맞대고 녀석과 신경전을 벌인다. 훗날 윤이와 웃으면서 추억이야기로 2011년 중2학년 때의 전도사의 꿈 이야기를 하는 날이 오겠지...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아빠, 오늘 어린이날인데 선물 없어요?"
"왠 선물 타령? 너희 어린이니? 어린이 할래?"
"아뇨. 그냥 어린이날인데 선물이나 좋은일 없나 해서요~"
"정신 차리세요. 그리고 윤아 명아 5월 8일은 무슨 날?"
"........."

갑자기 녀석들이 꿀먹은 벙어리가 되며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버린다. 명이와 윤이가 중학교에 진학한 작년부터 지긋지긋했던 어린이날 선물고통에서 해방됐다. 초등학교까지만 해도 어린이날이면 녀석들에게 끌려다니며 선물에 영화관람, 외식 코스까지 돌고나면 저녁이면 파김치가 되곤 했다. 중학교에 입학한 작년부터 우리집은 평온을 되찿았다.

"이마트나 갈까?"
"살꺼 있어요?"
"쥬스기가 고장났으니 쥬스기도 사고, 야채도 사야 할 것 같은데...."
"오늘같은 날은 밖에 나가면 고생이니 참았다가 토요일에나 갑시다"
"그럴까?"

녀석들도 하루종일 집에 있으려니 엉덩이가 근질근질한 모양이다. 돼지고기 부침개가 먹고 싶다고 하여 아내는 점심때 돼지고기를 사다가 부침개를 해먹었다. 입이 근질근질하다고 하여 아이스크림을 사다주니 잽싸게 먹어치운다. 쉬는 날이면 집 냉장고가 불이난다. 명이는 친구가 놀러와서 PC방에서 한시간 30분을 보내고.....

아내가 명이와 윤이랑 자주 대화를 하며 필요한 것을 눈치껏 챙겨주니 아내를 잘 따른다. 재혼을 하면서 두 가정이 인위적으로 하나로 합쳐졌으나 자식들이 큰 갈등없이 잘 화합하며 잘 지내고 있으니 다행이다. 아내도 명이와 윤이가 잘못을 하면 따끔하게 혼을 내고, 나도 혁이와 인이가 잘못을 하면 따끔하게 나무라는데  자식들이 반항하지 않고 잘 따라준다. 

부모의 솔선수범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나와 아내는 집에 있으면 글을 쓰거나 책이나 신문을 읽고,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TV가 거실에 있지만 휴일이 아니면 잘 켜지 않는다. 아내도 세탁기가 있는데도 손빨래를 하며 절전을 손수 실천하니 자식들도 전등끄기나 TV시청을 자제하는 등 협조를 잘 해준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이번주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쌍둥이들 중간고사날이다. 수험생을 둔 집안은 학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치르는 날이면 온 집안이 폭풍전야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고등학교나 대학을 진학할 때 갈수록 내신비중이 높아지다보니 시험결과에 따라 수험생인 자식들의 진로가 달라지다보니 수험생은 물론 부모들 가분과 표정까지 일희일비 변하게 만든다.

한달째 막내 윤이와는 진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윤이는 아직도 전도사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어제 최종적으로 교회 청소년부 담당 전도사님과 교회 찬양팀에서 윤이를 제외시켜 달라고 요청을 하고 교회 찬양팀에 대한 정리를 마쳤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두녀석 모두 어제 치른 한문과목 시험을 망쳤다는 소리에 속이 상하다. 일산 정발중학교 1학년 때는 한문을 배우지 않았는데 새로 전학한 목동 양동중학교 2학년에서는 1학년에 이어 한문을 계속 공부하니 기초가 없는 녀석들이 시험을 잘 치를 리가 있나~~공부에 대한 열정이 아직도 확고하지 않은 입장에서 더구나 지난 3월초에 전학을 하여 새로운 학교분위기와 친구들간 적응을 하려니 힘들었을 테지....

그제에 이어 어제도 명이와 윤이가 다투고 싸우는데 평소 같으면 당장 회초리로 엉덩이를 때려주었겠지만 시험기간 중에는 꾹 참고 그냥 모른척 지나가고 있다. 시험기간에는 자식이 상전이다. 기분을 망치지 않도록 먹고 싶다는 것도 얼른 사서 대령하고 방 청소도 해주고 이부자리도 개주고 말도 부드럽게 해준다. 누굴 위해서 공부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공부해서 남주고 부모를 위해서 공부하나???

그나저나 두녀석이 쌍둥이이니 싸우지말고 서로 시험정보도 교환하며 돕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지를 못하니 답답하다. 서로 힘을 합해 살아도 힘들텐데 만나면 으르렁대고 다투는 날이 더 많으니 두 녀석을 어덯게 사이좋게 화합시켜야 할지도 큰 숙제이다. 그제도 어제도 참고서와 교과서를 가지고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시간에 티격태격 다투고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니.... 하긴 그 정도로 철이 들었으면 어른이겠지...  

회사에서도 녀석들이 시험을 잘 치렀는지, 내일 치를 과목의 공부는 잘 하고 있는지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된다. 이번 중간고사는 아내가 많이 도와주고 다툼에도 현명하게 중재를 해주며 적극적으로 뒷바라지를 해주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 자식들 공부와 시험성적에 연연해하며 가슴을 졸이며 스트레스 받고 사는 것을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의 소심한 애비인가 보다. 어서 중간고사 시험이 끝났으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간고사 결과가 내심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니 에효~~~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윤아 아빠는 네가 전도사가 된다는 것을 찬성할 수 없다. 그리고 네가 토요일마다 찬양팀에서 활동하는 것을 허락한 적도 없다"

지난 1월달에 막내 윤이가 교회 찬양팀에 들어가겠다고 해서 별 생각없이 허락을 했는데 설마 장래 희망까지 변하게 될 줄이야 미처 생각치 못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난 한달 반동안 윤이와 나, 그리고 정아 셋은 지루하고도 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윤아! 네 꿈이 뭐니?"
"저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엄마를 하늘나라로 데려간 암을 정복하고, 암치료제를 만들어내고 싶어요"

이러던 막내가 어느날
"아빠! 제 꿈이 변했어요"
"뭔데?"
"전도사가 되고 싶어요."
"뭐? 의사가 아니고? 꿈이 왜 변했니?"
"주님을 찬양하고 찬송하는 것이 좋아졌어요?"
"그 일은 나이들어서도 얼마든지 할 수가 있는데, 굳이 꿈까지 바꿀 필요가 있겠니?"
"......"
"그리고 정 교회일이 하고 싶거든 전교에서 1등을 해서 공부를 하기 싫어서가 아니고 공부와 네 꿈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히 아빠한테 결과로서 증명해 보이거라"

나는 윤이를 더 크게 세상에, 주님앞에 쓰임받게 하고 싶었는데.... 중학교 2학년인데 한참 공부를 해야 할 시기에 일산에서 목동으로 이사를 온 이후에도 일주일에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파주에 있는 교회까지 대중교통으로 오가며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안타까워 결단을 내렸다. 부모는 자식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을 때는 과감히 바로잡아주어야 한다. 교회 찬양일이 공부를 하기 싫어서 하는 현실의 도피처가 되어서는 안된다.

애비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젯밤 앞으로는 토요일 찬양연습에 가지 말라고 했더니 속상한지 글썽글썽 눈물을 보이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들었다. 자식의 눈물을 보는 애비 마음은 그보다 몇배나 아니 수백배나 더 아프거늘.... 에고~ 마음이 아프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막내 윤이가 모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어제 혁이가 재윤이에게 전해주라고 뉴욕양키스 로고가 새겨진 모자 두개를 놓고 갔단다. 어제 학교를 마치고 정아가 모자를 주겠다고 하자 재명이 왈,
"저는 아빠차럼 되길 싫어 모자 안써요"

헐~~~ 아빠도 결혼전에는 머리숱이 무지 많았거든~~~ 힘들게 살다보니 힘들어서, 특히 니들 둘 낳아서 키우느라 아빠가 스트레스를 받고 고생하는 바람에 탈모가 더 진행이 됐거늘~~ 너희를 낳자마자 일주일만에 우리나라가 IMF구제금융 신청하는 바람에 환율이 두배, 세배 뛰는 바람에 분유값 배로 올랐지, 기저귀값 배로 올랐지, 각종 물가 뛰었지..... 어휴 그때를 생각만 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지는데...

쌍둥이들 낳았던 1997년 1학기부터 늦었지만 석사과정 대학원을 다녔었다. 대학원에 입학한지 두달만에 애가 들어선 것 같다는 아내의 말을 듣도 얼마나 놀랐던지, 그리고 낳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고민했던 속사정을 녀석들은 짐작이나 할까? 지금의 내 모습에 속상하기 보다는 그저 살아있다는 사실, 지금 아내를 빼고는 나머지 가족들이 흩어지지 않고 한 집에서 모여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는 애비 마음을 녀석들은 짐작이나 알까?

애비 머리숱이 많이 빠지는 것을 보고 지들 탈모를 걱정하는 것은 어찌 생각하면 당연지사처럼 생각되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왜 그리 서운하던지~~~ 시골 아버지도 그렇고 내 동생들도 한결같이 탈모가 심하니 유전이 아니냐며 걱정하며 애비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녀석들~ 그저 웃어야지.

이 반찬은 탈모예방에 좋다고 하면 젖가락이 한번이라도 더 가는 걸 보니 쌍둥이들도 탈모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모양이다. 3일전 모자를 쓰면 탈모예방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재명이가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다. 외모가 그만큼 중요해져 간다는 사회 흐름인데 어이하나? 그러면서 차에 타자마자 명이가 맘에 드는 모자 하나를 잽싸게 손에 집는 바람에 두녀석간 20분정도 실랑이를 벌렸다니, 그저 웃어야지....그러나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고 가족간의 사랑인데~~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0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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