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데스크탑 컴이 고장난지 어언 3주, 시간이 흐를수록 큰애의 공백이 너무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은 함께 지낼 때에는 고마움과 소중함을 간과하기 쉬운데  막상 떨어져 지내보면 그제서야 소중함을 알게 되듯이 큰애가 입대하기 전에는 우리집 컴은 큰애가 다 알아서 고쳐주고 수리를 해주어 불편함이 없었는데 지금은 큰애의 없으니 당장 컴이 고장나도 꼼짝없이 AS기사를 불러야 하니 큰애 손길이 너무도 아쉽다.

쌍둥이들이 이상한 게임에 들어가 악성코드를 마구마구 달고와도 큰애가 만지면 금방 고쳐지곤 했다. 큰애 손은 마치 마법사의 손과 같았다. 그런 큰애가 군입대를 하고나서 체 한달이 가기 전에 컴이 이상증상을 보여 학원에 계약된 컴기사를 불러 수리를 의뢰하니 컴 내부부품에 이상이 있단다. 큰애가 있을 때는 멀쩡했던 컴이었는데, 할 수 없이 기사가 시키는대로 포맷을 했더니, 헐~~ 컴이 딱 서버렸다. 이를 어쩐담? 큰애는 내년 1월에나 첫 휴가를 나온다는데....

쌍둥이들은 수학 온라인 숙제를 하려면 컴을 수리해야 한다고 매일 난리치고, 할 수 없이 내가 전에 쓰던 넷북을 꺼내주었다. 넷북이란게 용량의 한계가 있어 왠만한 PC게임은 설치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PC게임은 언감생심 욕심부리지 말고 영어숙제만 하라고 준 것인데....

그런데 그 넷북이 두 녀석 싸움의 화근이 될 줄이야~~ 일주일간 매일 서로 하겠다고 입씨름을 하더니 급기야 어제는 두 녀석 모두 그동안 쌓였던 서운한 감정이 폭발했는지 고성이 오간다. 상호 합의하에 30분씩 사용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약삭빠른 막내 윤이 녀석이 글쎄 컴 내부 시간까지 고쳐가며 시간을 어겨버렸다. 눈치 빠른 명이가 그걸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 이내 고성이 오가고 내가 중재에 나섰지만 두 녀석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30분간이나 팽팽하게 대립하자 나도 화가 났다.
"너희 둘, 가족이고, 형제 맞어?"
"윤이가 약속을 안지켜요! 몰래 컴 시간까지 고쳐놓고 속이잖아요"
"윤이, 너 왜그랬어? 아빠가 늘 정직하게 살라고 했잖아? 계속 넷북을 사용하고 싶으면 서로 화해하고 협상을 해서 그 결과를 아빠에게 알려줘. 그동안은 넷북 쓰지마!"

두 녀석에게 협상을 맡겼더니 이내 30초도 되지 않아 다시 고성이 오간다. 안되겠다 오늘은 뭔가 특단의 수를 써야지. 컵에 장뇌삼주(30도 소주로 담아 무지 진해서 반잔이면 소주 한병 마신 것과 같다)를 반쯤 따라서 안방으로 들어가며 두녀석들을 불러들인다. 속상한 마음에 술을 단숨에 다 마셨더니 속에서는 불이 나는 것 같고 얼굴은 화끈거린다.(이렇게 홧김에 장뇌삼주를 들이킨게 벌써 몇번째인가???)

"명아윤아~ 아빠는 지금 너희들이 아니어도 많이 힘들거든. 하늘이 엄마에게 말기암을 주고, 엄마를 데려가고, 가장 힘들 때 너희 쌍둥이를 그것도 우리나라가 IMF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일주일전에 선물로 준 것이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어. 하필이면 왜 아빠에게 이런 힘든 고난을 주느냐고 원망도 많이 했단다. 시간이 흐르면서 너희를 아빠에게 맡긴 것은 무언가 뜻이 있을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엄마가 유방암 투병 중일 때 아빠는 기도를 했지. 아빠와 엄마 중에 꼭 한사람을 데려가야 한다면 더 강한 사람을 세상에 남겨달라고... 왜냐하면 남아있는 사람이 해야할 역할이 너무 힘들었거든. 너희도 키워야 하고 빚도 갚아야 하고, 할머니도 모셔야 하고...."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너희를 3년 10개월동안 키우면서 너희를 큰 리더로 키우라고, 그동안 아빠에게 그 숱한 고난을 주며 아빠를 단련시켰구나 그것도 네번씩이나 죽음의 일보직전에서 아빠를 구해주었구나 하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면서 힘들어도 너희를 꼭 잘 키워야겠구나 다짐하며 살고 있단다. 너희는 지금 서로를 죽도록 미워하며 함께 형제로 태어난 것을 원망하며 살고 있지만 실은 서로 양보하며 도우며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났단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서로 좁고 불편하다고 불평하고 발로 차고 싸웠더라면 아마 너희 둘은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하고 중간에 죽었을거야. 서로 양보하고 엄마 영양분도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기 때문에 엄마 몸도 건강하게, 너희도 무사히 태어나 이 세상 구경을 할 수 있었지"

"그리고 막내 윤이 너는 네가 힘이 세고 체격이 크다고 명이 형을 자꾸 때리는데 절대 그래서는 안돼! 윤이 너는 태어날 때 3.25킬로, 명이형은 2.75킬로였어. 명이형에게 갈 영양분을 네가 더 많이 먹는 바람에 명이 형이 덜 자랐고 그래서 명이 형은 태어나자마자 일주일이나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가야 했어. 윤이 너는 살면서 명이 형에게 항상 미안함을 가져야 해. 쌍둥이형제는 서로 자기만 편하고 잘 살려고 하면 둘 다 위험에 처해지게 되어 있단다. 앞으로는 서로 아껴주고 양보해주며 힘을 합쳐서 살아야만 리더로 자랄 수 있단다. 아빠 희망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구나! 아빠랑 약속할 수 있겠니?"

모처럼 세 식구가 밤 늦은 시간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고, 화해를 하며 손에 손을 꼭 잡고 기도를 올린다. 그래~ 이것도 녀석들이 커가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겠지. 지난 앙금을 털고 환하게 웃는 쌍둥이들의 얼굴에서 나는 희망을 발견한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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