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일찍 농협하나로마트에 가서 일주일분 시장을 봐주고 회사 사무실로 출근한다. 장모님은 내가 가방을 챙기자 간식으로 먹으라며 복숭아 하나, 토마토 2개, 과일쥬스를 한병 담아주신다. 일이 밀려있기도 했지만 내가 집안에서 일을 하면 장모님이 거실에도 나오지를 않으시기 때문에 편하게 해드리기 위함이다.
1988년 4월에 결혼을 하여 22년간 한두해를 빼고는 거의 함께 살았지만 유교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신 탓에 여전히 사위인 나를 어려워하신다. 내가 집안에서 PC로 일을 하거나 신문스크랩, 책을 읽고 있으면 일에 방해가 될까봐 거실에 나오시지 않고 좁은 문칸방에서 누워 TV를 보신다. 거실에는 TV도 있고 에어컨은 없지만 회전식 벽걸이 선풍기가 있어 틀어놓으면 제법 시원한 편이다.
3년전 거실 TV를 없애버리려다 "내 유일한 낙이 TV를 보는 것인데 그 마저도 못하게 하려는가?" 하시는 바람에 이왕 보시려면 편하게 보시라고 아예 큼지막한 42인치 LCD TV로 바꾸어드렸다. 평소 거실에 나와 TV를 보시라고 해도 내가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고 좁고 더운 방에서 화면도 작고 흐린 구식 TV를 보고 계신다.
나도 일을 편하게 하고 싶고 장모님 또한 편하게 쉬시라고 휴일이면 사무실로 나와버린다. 사무실에 있으면 에어컨이 있어 방안 내부도 시원하고 참고할 책들이 회사 책장에 많이 있어 일 성과도 높다. 휴일에는 전화도 걸려오지 않아 조용하고 일에 집중이 잘 된다. 나는 일이 즐겁다. 책상에 앉아 책을 읽으며, 책을 통해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세미나를 통해 얻은 지식으로 내 업무를 하나하나 개선되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치 백지에 글을 써내려가듯, PC화면에 보고서며 이사회 상정안건, 칼럼들, 교육원고, 새로 펴낼 책들이 하나 하나 채워지며 결과물로써 인쇄되어 출력되어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면 잔잔한 보람도 느끼게 된다. 나로 인해 업무가 개선되고, 투자에서 성과가 나고, 결과물이 유익하게 사용되어지고 내가 저술한 책으로 사내근로복지기금 실무자들이 실무에서 활용하는 걸 보면 '아하~ 이것이 삶 속에서 이루어내는 가치창조이구나!'하는 것을 느낀다.
기왕에 사는 삶인데 남에게 끌려다니며 살고 싶지는 않다. 내 시간, 내 물질, 내 삶을 내가 주도하며 열정을 가지고 미지의 분야에 도전하며 사는 것이 더 가치있는 삶이 아닐까?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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