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8시, 농협 시장을 다녀와서 허겁지겁 저녁을 한술 뜨는 둥 마는 둥 하고 밀린 일거리를 주섬주섬 챙겨 사무실로 향한다. 월요일에 보고할 이사회의안과 다음주 처리해야 할 2010년 상반기 법인세중간예납 자료 마무리가 되지 않아서이다. 토요일 밤이니 길이 밀리지 않고 일산에서 여의도사무실까지 25분이면 도착하게 된다.
내가 맡은 일이 시간 안에 마무리가 되지 않으면 휴일이라도 마음이 편치가 않다. 쉬어도 쉬는 것 같지가 않고 꺼림직하여 견딜 수가 없다. 빨리 마무리를 지어놓아야 발을 쭉 뻗고 편히 쉬고 잠을 잘 수가 있다. 일에 대해서만큼은 내 자신에게 엄격하게 대한다. 언제부터인가 내 책상유리판 밑에는 '프로의길 10계명'이라는 글이 쓰여져 있었다.
프로의 길 10계명
1. 프로는 자기 일에 일생을 걸며
2.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며
3. 선견지명을 갖고 일을 하며
4. 실수를 최소로 줄이며
5. 목표를 중심으로 일하며
6. 목표를 향하여 전력 투구하며
7. 결과에 책임을 지며
8. 보수나 수입이 성과에 따라서 주어지며
9. 자기 스스로와 싸우며
10. 능력 향상을 위해 항상 노력하는 사람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내용이 마음에 든다. 생각해보니 내가 살고자 했고, 앞으로 살고자 하는 삶이 이 글 속에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내가 회사에서 한 역할이 미미할 때는 받는 급여도 미안할 때가 있다. 내가 하는 업무 중에서 문제점은 없는지를 발견하고 개선하려 부단히 노력했고, 네트워크를 만들고, 사내근로복지기금업무를 다른 영역 지식과 융복합을 시도하기, 내가 하는 일을 책으로 펴내 다른 실무자들도 참고할 수 있도록 시도했던 일들도 프로의 자세로 일을 했기에 가능했다. 열정과 도전이 만들어낸 자연스런 부산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무실은 조용하다. 커피 한 잔을 타서 자리에 앉는다. 책상은 서류들로 지저분하다. 책상을 정리하리라 마음먹은지가 수년째이지만 매번 새로운 일꺼리를 만들어 시작을 하니 다음으로 연기가 된다. 사무실은 에커컨 돌아가는 소리와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 이사회 의안을 넘기는 소리 이외에는 조용하다. 휴일 늦은 밤, 적막감이 흐르고 나는 이 시간을 즐긴다. 업무 창조가 이루어지는 순간들이라 생각하면 엄숙해진다. 내 한 몸 편함과 유흥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이런 고요함 속에서 일에 몰두하는 나를 사랑한다.
카페지기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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