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훈아! 내가 그동안 알아봤는데, 너 쌍둥이들 다 키워놓고 60넘어서 결혼해라!. 요즘 여자들이 착하기만 하는 남자는 싫단다"
자주 만나는 선배님이 작년 가을에 나를 중매해 보겠다고 일방적으로 선포하였다. "너 같은 놈은 착하겠다. 직장 든든하겠다, 조금만 더 고생하면 빚도 다 갚을테니...쬐금만 기다려봐라~ 내가 좋은 소식 줄테니...."
그 선배가 2주전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에게 실토를 하였다. "세상 여자들 틀리더라~ 전에는 착한 남자 없냐고 채근대더니 막상 이야기를 꺼내니 착한 것은 기본이고, 돈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지, 애가 셋이라니 다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더라. 애들 다 대학 보내놓고 결혼시켜 놓으면 그때나 생각해 보자더라. 너도 천상 60살 이후에나 결혼해야 되겠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제 자리 그대로인데 많은 바람들이 내 주변을 왔다갔다 하며 나를 흔든다. 조용히 지나가는 바람이 있는가하면 때로는 나를 심하게 흔드는 폭풍우도 있고, 나를 흠뻑 적시는 홍수까지 동반케 한 바람도 있었다. 그들은 외부 현실적인 잣대를 가지고 수없이 나를 잰다. 재산은 얼마나 되나? 연봉은? 아파트는? 학력은? 직장은? 자식은 몇명이고 지금 몇살인가? 성격은? 부모는 살아계시고 무얼 하시는가? 부모 재산은 많은가? 왜 싱글남이 되었나? 등등....
2030때만 결혼 때 스펙이 있는 줄 알았더니 4050 재혼 때는 그보다 몇배나 더 까다로운 스펙이 존재하고 있음을 이제야 어슴프레 느끼게 된다. 나는 '사랑'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애틋하고, 미안하고, 신뢰와 대화를 생각하며 가슴이 설레곤 했는데 참 순진한 생각이었음을 올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스쳐지나갔던 메가톤급 폭풍 두개가 나의 이런 순진했던 사랑관을 송두리채 뒤흔들어 버렸다. 애초부터 큰 기대는 하지도 않았지만 물징과 조건으로 재단하는 현실을 인식하게 되었고 냉정함으로 내 삶을 바라보며 재설계하는 계기가 되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중년(대부분 이혼을 겪었거나 혼기를 놓쳐 4050이 되어버린)들은 이제 더 이상 고생을 하려 들지 않는다. 자식들에게 희생하려 들지도 않는다. 물질적인 풍요와 자신만의 간섭받지 않는 시간을 배려받으려는 요구와 비중이 훨씬 높아져 버렸다. 한마디로 돈 많고, 자식이 없거나 자식이 있어도 대학을 들어갔거나 결혼하여 자녀교육에서 홀가분한 상태, 그러면서도 여자들 일에 간섭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뒷바라지 해줄 수 있는 성격좋은 싱글남을 원하는 것 같다.
60살 이전에는 부담없이 만나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뜻이 맞으면 한 달에 두세번쯤 만나 성적인 부족함을 채워주는 파트너로 지내다 그래도 괜찮으면 60살 이후에나 결혼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요즘 결혼관과 삶의 가치관을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고 끔찍하다는데~~~
싱글대디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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