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내,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도 내리던 비가 뚝 그치고 드높은 가을 하늘이 드러났다. 집에서는 장모님이 먼저 하늘나라에 간 딸의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고 있는데, 남편인 나는 고향을 내려가려니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말이 없는 창공은 이 마음을 알려는지...
아내 생전에는 고향 할아버지 제사상에 올릴 제수음식을 미리 준비하느라 한달전부터 노량진수산시장이며 건어물시장을 발 빠르게 다니며 준비했고, 시골로 출발하기 이틀전에는 과일을 마지막으로 챙겼지. 욕심이 많았던 아내는 할아버지 제사상에 올릴 음식 절반이상을 미리 챙겨가 올렸지. 매면 추석이면 하늘나라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에게 고생 많았다고, 고맙다고 많이 이쁨을 받고 있겠지...
어제 장모님이 아내가 잠들어있는 자유로 청아공원을 다녀와서 "나는 은경이가 하늘나라에 간지 3년이 안된줄 알았는데 벌써 3년이 지나 4년째가 곧 다가오네"하신다. 손으로 곱아보니 아내가 내 곁을 떠난지 벌써 3년하고도 9개월 10일이 지났구나. 벌써 그렇게 지났구나~ 하긴 아내가 하늘나라에 갈 때 쌍둥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벌써 중학교 1학년이고, 이제는 키가 내 눈높이까지 자랐네... 그 세월을 내 어찌 살았나?
그래도 아내가 자신을 쏙 빼어닮은 쌍둥이아들 윤이를 남겨놓고 가서 윤이를 보면서 윤이를 키우면서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곱씹으며 위안을 받는다. 춘향가 중에서 춘향이가 이도령과 이별하는 대목에서 "이별없이 살아볼꺼나 했더니, 이별이 왠말이요~~"하며 오열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살아있으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품고 살 수 있지만 하늘나라에 간 사람은 육신의 몸을 가진 이승에서는 다시 만날 수 가 없으니...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이별, 오늘도 나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몸부림을 친다. 지난 90년대 초반 추석때 28시간씩이나 차를 운전하며 내고향 진도를 내려가며 고생했던 추억 때문인지 추석때만 되면 아내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깊어진다. 그토록 힘들어하던 빚도 차근차근 갚아나가고 있고, 쌍둥이들도 점차 성장해나가는 모습, 큰애가 이제는 늠름한 군인이 되었고, 내가 책을 출간하는 모습도 내 곁에서 지켜보면 좋았을텐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어린 쌍둥이들을 내게 맡기고 내 곁을 빨리 떠났는고?
내일이면 고향으로 출발한다. 오늘따라 하늘이 눈이 부시도록 푸르구나~~
싱글대디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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