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녁 서울에는 번개에 천둥과 함께 한바탕 세찬 비가 내렸다.

오늘은 처서이다. 더위가 그친다는 뜻이고 절기로는 입추와 백

로의 중간이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을 보니 기승을 부리던

장마와 더위도 이제 한풀 꺾이려는 모양이다. 그래 모든 것은 한

때가 있는 법이지.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가을이 멀지 않았다

는 것이고, 추위가 절정일 때는 봄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겠

는가? 우리네 인생도 잘 나갈 때는 더욱 고개를 숙이고 겸손히 살

고 평소 도움을 받은 주변 사람들도 챙기며 살아야겠지. 그자가

떠나고 나서야 '아~ 그때 잘 챙겨줄껄!' 후회해본들 아무 소용이

없지.

 

예전에는 이런 절기 날짜며 뜻도 줄줄이 암기를 하고 말했는데

요즘은 논문 작업이며, 회사 일에 파묻혀 절기 뜻도 언제가 절기

인지 조차도 잊고 산다. 오늘도 달력과 다이어리에 처서라고 적혀

있으면 '아~ 그런 날이구나' 하고 알게되고, 그제서야

'벌써 그렇게 되었나'하며 시간이 빨리 지나갔음을 실감하게 된다.

 

25일 후에는 추석연휴이다. 올해는 기상이변으로 과일값이 비쌀

거라는데 벌써부터 추석 선물이며 고향에 다녀올 준비에 벌써 설렘

과 함께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렇다고 여지껏 해온 선물을 단박

에 끊을 수도 없고.... 명절이 부담스러우니 어떨 때는 명절에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심정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반갑지 않은 처서, 그렇다고 더위는 더더욱 반갑지 않으니 그냥 이

상태로 계속 있으면 안될까?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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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주 토요일, 아내와 딸 인이와 셋이서 영화 설국열차를 보러

롯데시네마 김포공항점을 갔다. 어마어마한 제작비에 봉준호감

독의 작품이라는 점이 끌렸다.

우리 부부가 영화권 예매와 길 찾기에 서툴다고 딸이 앞장서서

예매를 하고 길안내까지 친절하게 했다. 딸은 이미 설국열차를 

본 뒤라  그날은 하정우가 주연한 <더 테러 라이브>를 보고 (비

용은 부모가 부담했으니부모에게 도움을 주면서 실속도 차리는

딸을 보면 슬그머니 웃음이 나기도 한다....ㅎ)

 

대략적인 줄거리는 2030년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결방법으로 CW-7

이라는 화학물질을 대기권으로 살포하여 지구의 온도를 내린다는

것이었는데 뜻하지 않은 기상이변으로 지구에 빙하기가 도래하고

인류의 대부분은 멸망하고 열차(설국열차)에 탑승한 사람만 살아남

되었는데 열차는 자력으로 동력을 만들며 꽁꽁 얼어붙은 지구를

무한으로 계속 돌게 된다. 설국열차는 그렇게 돌도록 설계된 열차이

다.

 

열차 내에는 선택받은 자(열차 앞 칸에 사는 자로 열차를 움직이는

심자)와 선택받지 못한 자(열차 뒷칸에 사는 자) 그리고 그 중간

에 고용자(군인, 교사, 식당 종업원, 정원 관리사, 시스템 구동근로

 등) 셋으로 나뉜다. 열차 맨 뒷 칸에 사는 사람들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무한의 생존경쟁에서 살아가

게 되는데 우리가 사는 지금 세상에도 질서가 없다면 아마 힘이 강

자가 조직을 지배하는그 모습 그대로였을 것이다.

 

결국은 맨 끝칸에 살던 주인공 커티스(크리스 에반스)가 열차를 설

계한 시스템기술자 남궁민수(송강호) 도움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열차 맨 앞칸까들어가 열차를 움직이는 윌포드(에드 해리스)와

독대하면서맨 뒷칸에서 지도자로 모셨던 노인 길리엄(존 허트)이

월포드와 수시로 소통를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동안의 폭

동과 반란도 제한된 열차라는 공간에서 인구조절책 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월포드로부터 설국열차를 맡아

줄 것을 제안받는다.

 

결국 조직을 이끌기 위해 강자는 강자를 후계자로 선택한다는 생

존원리, 영화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상층부인 지배층에

는 백인종, 중간층은 백인과 황인종, 맨 뒷칸은 흑인종이 주류를 이

루는 나름 3단계 차별이 현 인류 구도와 별반 차이는 없어 보였는

데 다만, 맨 마지막 장면에서 열차가 멈추고 모두 죽고 살아남아 땅

발을 밟게되는 남녀가 한국인 여자 고아성(황인종)와 흑인 남자

아이(흑인종) 이라는 것도 나름 신선했다.

(여자가 한국인이어서 그랬나?)

 

다만, 빙하기 도입 이후 전개되는 장면에 비해 초반부 왜 빙하기에

돌입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고, 후반부에서 주인공이

열차를 움직이는 자를 만나 배신을 알게 되고 방황하는 장면이나 월

포드에게설득되는 부분이 지루했고 쉽게 공감이 가지 않았다. 송강

호의 등장이 늦은 것도 전개상 어쩔 수 없었지만 나도 한국인이다

보니 조금은 서운했다. 그리고 무장군인들이 M16소총으로 무장되어

전투를 하고 유치원에서는 LCD TV를 시청하고, 전화 수화기로

통화를 하는데 20년 이상 미래에도 과연 이런 구식무기와 IT기기가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러나 한국 감독이 이런 대작을 만들 수 있다는 점과 한국의 배우가

(송강호) 세계적인 액션배우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며 영화를 이끌

갈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은 뿌듯했다.

세계 영화시장에서 설국열차의 대박을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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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며칠전 아내가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안부전화를 드렸었다.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단다.

 

"올해 마늘농사가 잘 되었으니 보내줄테니 사지 말거라"

"힘들게 농사지으신건데 저희는 안보내셔도 괜찮으니 그냥 시장에

내다 파시고 용돈으로 쓰세요"

"그래도 자식들이 있는데 그럴 수 있다냐... 쌍둥이들이 있으니 밥도

많이 먹을 때이니 쌀 조금하고 함께 보내주마"

 

어제 택배가 도착했다.

쌀 한가마와 마늘 한박스.

박스를 열어보니 마늘 씨알이 굵직굵직하다.

예전에 시골에서 보내주신 마늘과는 확연히 다르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힘들게 손수 지은 농사라 생각하니

가슴이 찡하며 눈물이 핑돈다.

 

오늘 전화를 드려 쌀과 마늘을 잘 받았다고 말씀드리고 예전의

마늘보다 씨알이 굵다고 말씀드리니 작년에 막내동생이 가져온

종자를 섞어서 심었다고 하신다.

"올해에는 마늘농사가 풍년이어서 별 재미를 못볼 것 같다"

"어머니 그렇다면 저희가 구입할테니 마늘 두접만 더 보내주세요"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겠냐? 너희가 쓴다면 더 보내주마"

"아뇨 저희도 어짜피 사먹을텐데요..."

막내동생에게 전화를 하니 마늘도 2년단위로 종자를 바꾸어

심어주는 것이 좋단다. 곡식도 이종교배가 필요한 모양이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여보! 여기 야채쥬스와 삶은 달걀 있어요. 일하시다가 배고프면 드세요"

 

사무실에 출발하기ㅍ전 옥상에 널어둔 이불을 걷어가지고 내려오니 아내

는 미리 챙겨놓은 쥬스며 과일, 삶은 달걀을 내게 내민다. 토요일 쉬는 날

인데도 논문작업을 한다고 사무실로 혼자 가버리는 내가 서운하기도 하련

만 아내는 내색을 않고 계단까지 배웅을 한다.

 

아내와 재혼한지 2년 3개월이 지나간다. 늦깎이로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

하고 나서 결혼을 했으니 휴일다운 휴일을 가져보지 못했다. 늘 토요일

이면 수업 가야지, 세미나 가야지, 밀린 회사일 처리해야지, 내부감사 받

느라고 20개월 가량 시달렸지, 요즘은 논문을 쓴다고 정신없이 지내지....

내가 힘들어 할때는 아내도 어김없이 함께 힘들어 했다.

 

"내가 그냥 혼자 살지 왜 아들 셋이나 딸린 이 아저씨와 재혼을 해서 이

고생일꼬~"

"혁이나 인이 다 키워놓으니 이제는 쌍둥이들이 둘 턱 내 앞에 버티고

있으니...."

"늦둥이 쌍둥이자식 둘에게 휘둘리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이 마음씨 착한

이 아저씨를 우짤꼬!!!"

 

아내는 내가 안쓰러운 모양이다. 쌍둥이들 신경쓰랴, 늦은 나이에 공부

를 해보겠다고 대학원이며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며 국회 입법조사처

세미나에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밤 늦게 파김치기 되어 집에 오는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내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다 당신 병나요. 공부든 뭐든 적당히 하소"

"이제는 일 더이상 벌리지 마소"

"박사과정과 미래예측이 끝나는 내후년에는 무조건 나는 성지순례를 갈

테니까 그때는 알아서 하소. 당신이 안간다면 내 혼자라도 갈테니...."

 

건강에 적신호가 오다보니 요즘은 밤 10시 30분만 넘어도 빨리 잠을 자라

는 아내의  채근이 더욱 심해져 간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두분 많이 닮으셨어요?"

이틀 전 처음 만난 사람에게서 들은 말이다.

요즘 우리 부부가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나와 아내는 서로 바라보며 웃는다.

기분나쁘지 않은 말이다.

 

부부는 정말 닮아가는 걸까?

아님 사람들이 인사치레로 하는 말일까?

어릴적 마을 친구들을 보아도 결혼하고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부 모습이 많이 닮아감을 느낀다.

함께 살다보면 음식이나 생활방식이 비슷하다보니 그런 걸까?

 

지난 1983년, 내가 군산미군비행장에서 해안소대장으로 근무할

당시비행장과 군산시내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타면 한국인 여자와

미군병사로 맺어진 부부를 자주 볼 기회가 있었는데 피부를 보면

신기하게도 닮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닮았다는 말은 외모 못지않게

풍기는 이미지나 느껴지는 색깔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부부가 대화를 많이 나누다보면 생각이 비슷해지고

비슷한 정서와 감정을 공유하다보면 인상이 비슷해지는가 보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여보 나 이제 새로운 힐링이 생겼다~"

"뭔데요?"

"TV"

"???"

"당신이 퇴근 후에 세미나에 모임에 대학원 수업 다니니까 가끔은 이제나

오나 목을 빼고 기다리다 이제는 다른 방법으로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거든.... 그런데 엊그제 TV를 보니 일본 NHK에서 만든 프로가 방송되는

거야"

 

아내는 밤 늦은 시간에 돌아온 나를 잡고 때를 만나듯 쉬지 않고 얘기를 해

댄다. 이런 대화를 하려고 하루종일 기다렸는데 남편은 세미나를 간다고 매

일 늦게 귀가를 하니 평소에 얼마나 원망을 했을꼬? 아내의 이야기는 밤이

늦도록 끝없이 이어진다.

"피라미드는 이집트만 있는걸로 알았는데 남미의 페루의 카랄에도 이집트

와 같은 시기에 피라미드가 있었다는 거야. 이집트 피라미드는 파라오 왕

들의 무덤이었는데 페루 피라미드는 제사를 지내는 장소였다는군. 그동안

사람들이 큰 언덕이나 민둥숭이 산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발굴이 진행되면

서 피라미드로 밝혀지고 있데요. 잉카문명보다 앞서고, 기원전 2600~200년

경에 조성된 도시라는데, 토사가 흘러통째로 묻어버렸다는 것 같애...."

 

"해외 가보고 싶은 여행지 하나 더 추가요~"

"캄보디아에 있는 앙코르와트도 가보고 싶고, 성경에 있는 성지도 가보고

싶고, 그리스와 로마도 가보고 싶고, 중국 양쯔강도 가봐야 하고, 터키의

이스탄불에도 가봐야 하고 커피 투어도 해야 하고..."

 

"당신 대학원과 미래예측프로과정까지 마치고나면 그 이후는 우리 매년 한

군데씩 여행가는 것 맞죠? 그때 가서 딴소리하기 없기예요"

"응"

 

아내는 매일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TV 여러 채널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서 적어놓은 노트를 들여다본다. 해외 성지순례와 커피 박람회 참가라는 공

통의 여행희망이 있기에 우리 부부는 오늘도 자기계발과 다섯자식의  뒷바

라지하면서 지금의 새로운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

미래에 뭔가를 해보고자하는 희망이 있다는 것은 사람을 웃게 만드는 뭔가

가 있나보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며칠간은 비가 내리면서 시원하더니 오늘부터는 다시 찜통더위이다. 아침

8시 25분, 지하철 9호선 염창역에 급행을 탔는데 사람들에게 떠밀려 마지막

에 탔다. 내 뒤에 중년의 아저씨가 엉덩이를 뒤로 밀면서 마지막으로 타는

바람에 좁은 공간이 더 비좁아졌다. 출퇴근시간 지하철은 사람들에게 밀려

서 타고 밀려서 내린다는 말이 딱 이 상황을 두고 하는 얘기지. 겨우 탔지만 

손과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난감하다.

 

바로 앞뒤 좌우로 사람들과 뒤섞여 있는데 지하철에 머무는 시간이 짧은 것

이 천만다행이다.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꽉 밀착된 공간에서 살과 살이 닿은

체 목적지까지는 참고 가야 하는 어색함이 흐르는 시간이다. 가장 난감한 것

은 바로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는 사람이다. 남자는 그럭저럭 괜찮지

만 여자인 경우는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손을 어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손을 잘 움직일 수 없고, 더운 공기 탓에 호흡도 비정상이면 자칫 성추행범으

로 오해받기 십상이라고 하니까..... 설성가상 손에는 묵직한 가방까지 들고

있으니....

 

아예 눈을 감고 가는 것도 방법이다. 한구간이니 가방을 양손으로 잡고 가급

적 몸 움직임을 정지하고 그대로 버티고 간다. 손잡이라 있으면 한손으로 손

잡이를 잡으면 좋겠지만 출입구 근처라 손잡이까지 거리도 멀다. 아무래도 요

즘 유행하는 매는 가방으로 바꾸어야 하나  보다. 내 바로 왼쪽에는 고등학교

를 졸업하고 이제 갓 사회에 진출한 듯한 체구가 작은 어린 여자애가 사람들

에게 끼어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고 있다. 더 이상 밀착할 공간이 없다보니 

신의 손에서 멀어진 핸드백을 가져오려고 힘을 써보지만 핸드백은 꿈쩍도 않

는다.

 

바로 뒤, 청년이 입은 옷에서 코를 자극하는 오래된  땀냄새가 진동한다. 여름

철에는 남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으려면 티셔츠와 내의를 자주 갈아입고 아침

저녁으로 샤워를 해야 한다. 특히 옷을 햇볕이 아닌 실내에서 건조시켜 입거나

같은 옷을 며칠씩 입다보면 고약한 냄새를 타인에게 풍기게 된다. 참아야지!...

당산까지는 한구간이니까....

 

당산역에 도착하니 내리는 문은 반대편이다. 일단 밀치고 나가야 한다.

"내립니다" 큰소리로 외치고 돌진하면 사람들이 조금씩은 비켜준다. 당산역에

서 내려 일반으로 환승하여 국회의사당까지 간다. 급행에 비해 일반은 상황이

조금은 나은 편이다. 덜 혼잡하고, 공간도 다소 여유가 생긴다. 사람들에게 치

이고 불편해도 출퇴근길 늘 제 시간에 밀리지 않고 회사 부근까지 이동시켜주

는 지하철이 있으니  행복하다. 출퇴근길 혼잡이 싫으면 더 일찍 나오거나 조금

늦게 이동하면 되겠지. 

 

오늘도 찜통 더위라는 예보이다. 그래도 열대지방보다는 덜하니 견딜만하다. 

10년 전쯤 인도네시아 발리에 갔었는데 그곳은 우기 대, 평균기온이 28도, 건

기에는 평균기온이 34~35도였다. 1년 내내 우기와 건기가 반복되니 참 지겹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했다가 더워지고, 이내 서늘해졌다가 추워지고 다시 따뜻해지는 것이 반

복되는 우리나라에 사는 것이 행복하다이 더워도 몇달만 지나면 곧 가을이 오

겠지.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어제 밤 9시 20분쯤 정선배가 전화왔던데~"

"와? 뭐라 하시던데요?"

"지금 어디냐고? 뭐하고 있냐고?"

"그래서요?"

"지금 학위논문 때문에 국회도서관에서 논문 복사하고 있다고 그랬지?"

"그랬더니요?"

"야~ 공부 그만좀 해라. 너 나이가 몇인데 지겹지도 않냐? 이제 그만좀

해라 하시데..."

"내 그럴줄 알았다"

"당신이 그러면 안되지~ 평생교육학과를 다니는 학생이 그렇게 말하면

되나? 나이가 들어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말하던 때는 언제고~~"

"아요~ 그건 공부 안하는 보통 사람들 이야기고, 당신은 도가 지나치니까 

탈이제! 멀리도 아니고 이번주 스캐줄만 봐도, 월요일과 금요일은 미래예

측교육, 화요일은 국회 Stata 세미나참석, 수요일은 기금실무자모임, 목요

일은 연금관리공단 실무자와 식사, 토요일은 대학원수업 간다고 아침 일찍

식사하고 나가서 저녁 때나 들어오지... 일주일 내내 퇴근 후에 교육이다

세미나다, 모임이다 일찍 집에 들어온 적이 있소? 집에서 나와 저녁식사 

한번 못하잖우~"

".........."

 

요즘 아내가 불평이 늘어간다. 하긴 내가 봐도 나는 평일에도 퇴근 후에는

세미나다 교육이다 쫓아다니느라 밤 늦게야 귀가를 하지, 토요일은 토요일

대로 대학원수업  때문에 하루 종일 밖에서 보내니 아내 혼자서 나와 다섯

자식들 뒷 치닥거리를 하고 있느니 성인군자가 아니고서야 섭섭하고 화가

날 수 밖에.....

 

"계속 이러면 나 고구마 삶아놓고 며칠간 나가버릴꺼야?"

"미래예측교육이 끝나는 내후년에는 확실히 집에 일찍 오는거죠?"

벌써부터 아내는 내후년을 기다리고 있다.

또 일을 만들지 말라고 은연중 압력을 넣고 있다.

 

미래예측교육에서 만난 양운택 성남교육청 장학관님이 며칠전에 했던 

푸념이 생각난다.

"요즘 체력이 넘쳐나는 중고등학생들은 공부해라 공부해라 죽어라 말해도

안듣는데, 누구는 공부를 하려고 해도 체력이 딸리고 암기력도 딸려 안되니.....

세상은 불공평해"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올해 7월까지 박사논문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지난 겨울부터 한강변 걷기며 안양천 구경을 하지 못했습니다.

 

일요일이면 목3동 성당에 미사를 다녀온 후 짬을 내어 동네 구경과

강변을 거닐면서 대화를 나누고 요즘 말하는 힐링타임을 가지면서

맛난 음식을 먹곤 하였는데, 올해는 유난히 마음부터 바빠져

아내와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일요일 성당에 미사를 다녀오면서 동네 뒷길에서 만난 이쁜

꽃들을 한컷 찍었습니다.

 

간식으로 먹을 호박물고구마를 아내는 큰 솥에다 한 솥 삶았습니다.

혹시 이렇게 많이 고구마를 삶은 이유가~~~

아내가 훌쩍 혼자 여행을 떠나려고 그러나 싶어 순간 멈칫했습니다.

 

"여보! 올 가을부터는 에전처럼 주말엔 둘만의 시간을 가지도록 합시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아내와 손을 잡고 낮 10시 미사를 다녀왔다. 목3동 성당을 다녀오는 길에

길 옆 개인주택이며 빌라, 아파트단지 내 화단에 피어있는 장미꽃들이 아

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예년같으면 이미 지고 떨어져 있을 장미가 올

해는 늦추위 때문인지 6월초인 지금에야 만개하였다. 변덕스러웠던 날씨

때문인지 예년에 비해 꽃송이가 탐스럽지 못하다. 바라보는 내 마음이 이

리 안타까운데 정작 꽃을 피운 장미나무 마음이야 오죽하랴~ 아내와 길을

가다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본다. 장미의 화려함과 아름다움 속으로

내 마음이 저절로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다.

 

장미꽃 가운데 빨간장미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이런 꽃을 볼 때마다 나

와 아내는 어서 정원있는 집을 마련하여  화초도 채소를 키우며, 새도 키우

원 벤치에서 차를 마시며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는 것을 꿈꾼다. 봄에

는 돋아나는 화초의 푸르름 속에서, 여름에는 녹음 속에서, 가을에는 단풍

의 아름다움 속에서, 겨울에는 쌓인 눈을 바라보며 회사며, 자식들 일이며,

사내근로복지기금업무며, 여행계획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점심은 집에서 온 가족이 돼지갈비와 생오리고기를 구워먹는다. 모처럼 자식

들이 집에 있으니 영양보충이라도 시켜서 보내야 또 일주일을 잘 버티겠지.

요즘 애들은 삼겹살이나 돼지고기 가운데 비계를 먹지 않아 그대로 남아있

다. 이 또한 내 차지다. 내가 자랄 때는 고기가 귀해 돼지비계도 구경하기 어

려웠는데..... 삶의 질이 좋아졌으나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른다. 아빠가 어

릴 때.... 하면 자식들은 모두 고개부터 돌린다. 듣기 싫다는 게지.

 

딸이 목에서 어깨 사이가 아프단다. 엄마 아빠의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니

장학금을 안받으면 안될 것 같다는 부담감이 생기더란다. 안그래도 되는데.... 어느 자식은 힘이 남아돌아 알바까지 다니는데 어느 자식은 저리 공부를

하겠다고 밤샘을 하고 휴일에도 쉬지도 못하고 컴 앞에 앉아 과제물 숙제를

하느라 체력이 딸려 힘들어 하니, 자식마다 넘치고 부족한 건강을 고루 섞어서 안배해주면 좋으련만....ㅎㅎ 이 또한 모든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

의 욕심이겠지. 왕년에 배운 태극압봉 기억을 살려 딸 어깨죽지에 은색 태극

압봉을 붙이고 손가락에도 압봉을 붙여주고 기숙사에 가서 아플 때 붙이라

고 싸서 넣어준다.

 

"그동안 당신이 아플 때는 왜 이런 것은 안했노?"

오늘도 변함없이 아내 구박(?)이 시작되지만 그냥 웃어넘긴다. 다 나를

생각해서 하는 소리니~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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