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들이 올해 정발중학교를 배정받아 다닌 이후 통학 거리가 멀어졌다. 어른인 나야 운동삼아서 정발산이며 호수공원까지 두시간 거리를 너끈히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서 다닌다지만 편안함에 익숙해진 요즘 애들은 어디 힘들게 오래 걸으려 하는가?

올해 초부터 녀석들이 계속 나에게 말한 것들이 있었다. "정발중학교를 배정받으면 걸어서 다녀야 해요?", "정발중학교는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멀지 않아요?", "학교 수업을 마치면 오후 3시나 4시가 넘는데 학원을 가려면 너무 늦지 않아요?" 등등 갖은 핑계를 붙여가며 시위를 벌였지만 나는 짐짓 모른척 했다. 이 모두가 자전거를 사달라는 속내임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애비에게 아무리 말해보아야 소용이 없자 급기야 친구들에게 부탁하여 허름한 중고자전거를 각각 하나씩 구해  집앞 자전거 보관대에 두고는 매일 닦고 기름칠하고, 테이프를 사다가 녹이 슨 곳이나, 페인트가 벗겨진 곳은 붙여가며 애지중지 타고 다녔다. 자기네 욕구와 애로사항을 애비 힘 빌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 가는 모습을 대견하게 지켜보고 있다.

간혹 생각지도 않은 돈이 들어가기도 한다. 지난 일요일에는 재윤이가 친구를 통해 얻은 자전거가 고장나서 버리고 다시 하나를 받았는데 가방을 넣고 다닐 바구니를 달겠다고 겨우 18,000원 남겨진 내 통장을 털어가지를 않나, 재명이도 뒷 바퀴가 옆 타이어를 싸고있는 보호대와 자꾸 걸린다고 타이어를 교체해 달라고 하여 내 돼지저금통까지 열게 만들어 15,000원을 털어가지를 않나.....

장모님은 녀석들 자전거를 사주는 것을 극구 반대하고 있다. 장난꾸러기들이다보니 자건거를 타고 오고가다 사고날 위험이 높다고 완강하게 반대하셨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녀석들은 온실안 화초처럼 키울 것인가? 처음에야 넘어지고 깨지면서 요령과 방법을 배우고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잘 타게 되는거지... 나는 자전거를 대학교 1학년 때에야 배웠다. 자전거도 없었지만 자전거를 타면 자꾸 넘어지는 바람에 자전거를 타는 것을 포기하며 살았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자전거를 늦게 배운 것을 교훈삼아 나는 내자식들은 위험하다고, 가능성이 없고 실패위험이 높다고 삶을 지레 포기하고 움츠리며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 자꾸 부딪쳐보고, 힘든 일에도 도전해보며 지혜와 열정, 자신감을 얻으면서 세상을 개척하고 살아나가게 격려해주고 양육해주고 싶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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