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소망교회 셀모님에서 어느 여성집사님이 질문한 내용이다. 답은 없었다. 다만 '우리가 할 일만 하고 심판은 하나님께 맡기자' 그런 말로 질문에 대한 답을 종결지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도 어제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오늘 출근하는데 아침에 재명이에게서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왔다. '아빠! 저 자전거 도둑 맞았어요'
헐~~ 갑자기 화가 치민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힘들게 사는 우리집에, 애비가 자전거를 사주지 못하니 친구에게 부탁하여 친구 아버지가 겨우 구해준 헌 자전거를 고쳐서 애지중지 타고 다니는 우리 재명이 자전거를 누가 훔쳐가? 너무도 화가 치밀어 "에라이~ 우리 재명이 자전거를 훔쳐간 사람은 삼대에 걸쳐 빌어먹어라!"하는 저주가 입밖으로 나가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그러면 나도 그런 자전거 도둑질한 사람과 매 한가지 부류밖에 되지 않겠는가?
생각을 바꾸자~ "아마도 재명이 자전거를 가져간 사람은 우리보다 훨씬 더 어려운 사람일거야! 그래서 가져갔겠지..." 이왕 도둑맞은거 마음이라도 편히 가져야지. 주일 셀모임 귀결처럼 '하나님이 심판해 주시겠지~~' 마음먹었다. '그나저나 우리 재명이 자전거를 다시 사주어야 할텐데, 이를 어쩌지~~ 휴~~' 그냥 한숨이 나온다.
그날 저녁에 재명이에게 자전거를 찿았다고 전화가 왔다. 경비아저씨가 아파트를 순찰하다가 평소 쌍둥이들이 타고 나니던 눈이 익은 자전거가 으슥한 곳에 버려져 있기에 다시 끌고 왔단다. 경비원 아저씨가 전하는 말로는 훔쳐간 사람이 재명이 자전거 자물쇠를 부수려고 벽돌을 가져다가 자물쇠를 두들겨 깨려고 어지간히 애를 썼던 모양인지 근처에 부서진 벽돌 가루가 수북하더란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하나님이 악인을 벌주는 대신에 자물쇠를 깨지지 않도록, 벽돌보다 더 단단하게 하여 재명이 자전거를 지켜준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주를 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먹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정말 하나님은 내가 힘들게 사는 모습을, 우리 가족들이 씩씩하게 사는 모습을 알고 계시며 지켜주시는 걸까?
쌍둥이아빠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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