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주전 바이더웨이 사건 이후 쌍둥이들이 많이 달라졌다. 기우를 벗어나 이제는 점점 철이 들어간다고 해야 할까? 커가고 성장해가는 과정이려니 하며 받아들이니 이제는 '녀석들에게 그런 일이 있었나?'하며 웃어넘길 정도 여유가 생겼다. '세월이 약이다'라는 말이 역시 빈 말은 아니었다.
2주전부터, 쌍둥이들이 커서 이제는 몸에 맞는 옷이 없다고 옷을 새로 사주어야 한다는 장모님 성화에 못이겨 저녁을 먹고 뉴코아백화점을 갔다. 예전 어릴 때는 똑같은 옷으로 두벌, 네벌 식으로 짝수개를 사면 되었는데 이제는 크니 같은 색깔로 옷을 사지 못하니 신경이 쓰인다. 쌍둥이들이 같은 색깔로 옷을 입으려 하지 않으니, 어느 녀석에게 어느 색깔 옷을 사주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분명 더 잘 어울리는 색상의 옷이 있는데 이 옷을 누구에게 입혀야 할지 순간적으로 갈등이 생긴다.
그중에서 형인 재명이가 음식이며 옷을 입는 것이 훨씬 더 까다롭다. 막내 재윤이는 옷을 사주면 사주는대로 잘 입는데 재명이는 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준 옷도 잘 입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옷을 살 때 까다로운 재명이를 데리고 가게 된다,
뉴코아백화점을 갔는데 재명이가 자꾸 청바지코너 앞에서 얼씬거린다. "맘에 드는 청바지라도 있니?" 장모님은 작년에 사놓은 청바지가 두개나 있다고 사지 말라고 한다. 또 다른 가게, 녀석의 맘에 드는 청바지가 있나보다. 자꾸 만지작거린다. 판매원에게 물으니 일명 스키니진 청바지란다. 몸에 착 달라붙는 청바지인데 요즘 학생들에게 인기 쨩이란다. 청바지가 두개씩이나 있는데 또 산다고 못마땅해 하시는 장모님 의견을 살짝 뒤로 하고 마음에 들면 사라고 했더니 녀석이 좋아한다. 티 6개, 잠바 2개, 청바지 하나 등 두녀석 옷값으로 4400원 부족한 300,000원을 지출했다. 한방에 30만원 가까이 매상을 올려주니 가게여주인이 기분이 좋았는지 기다리라고 하더니 얼른 창고에 가서 이제 철 지난 반팔 티 4개를 서비스로 넣어준다.
집에 도착하니 재명이와 재윤이 두녀석이 실랑이가 벌어졌다.
재윤 : "아빠, 이 청바지는 날라리들이 입고다니는 옷이예요. 학교에도 입고 갈 수가 없는데 왜 사주셨어요?"
재명 : "아냐, 그렇지가 않아. 이 바지를 날라리들만 입냐? 마음에 들면 입는거지"
재윤 : "날라리학생들이 몸에 착 달라붙는 이런 청바지를 입고 다니잖아? 그리고 아빠, 이런 달라붙는 청바지는 성장에도 좋지 않아요"
재명 : "야! 이런 옷 입는다고 다 날라리냐"
나 : "재명아! 그럼 네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날라리학생이 아닌 공부 잘하는 학생도 이런 스키니즈 청바지를 입고 다닌다는 것을 것을 증명해 보이면 되잖아~ 이런 세상의 잘못된 고정관념을 바꾸고 말겠다는 개척자적인 마음으로 네가 열심히 노력해서 증명해보이며 살면 되잖아? 그렇지?"
커갈수록 성격차이로 충돌이 잦지만 그래도 두녀석이 가진 장점을 잘 조화시켜주고 때론 경쟁하면서도 화합하며 살도록 인도해주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둘이는 더 없이 든든한 인생 동료이자 콤비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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