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남 9호선 라인은 건축열기가 뜨겁다.
대로이건, 이면도로이건 예날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요즘은 교육날에도 굉음이 들리니 전적으로
내 잘못은 아니지만 연구소 교육에 참석한 수강생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연구소가 있는 신논현역 부근은 더 심한 것 같다.
오늘은 연구소 맞은편 건물이 부숴지고 있다.
이 집은 지방에 소재한 어느 중소기업 회장님 집이었다.
작년에 회장님이 돌아가시고 그동안 빈집으로 있었는데
자식에게 상속이 이루어진 후 집을 부수고 그 자리에
주차장을 만든단다.
팔려니 양도세가 많이 나오니 팔지도 못한다고 한다.
관리인에게 들으니 회장님이 본부인과 사별후 재혼을 하여
본인 사후에 재산분란이 생길 것을 우려하여 생전에
재산을 깔끔하게 정리하였단다.
지혜로운 분이구나 함을 느낀다.
재혼한 부인에게는 서울 아파트 한 채와 현금 20억원정도를
물려주고 지금 살던 서울 집은 땅값만 70억원인데 지방에
사는 큰아들에게 물려주었단다. 다들 섭섭치 않게 재산을
정리하니 본인 사후에 일체 분란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 월요일 집을 부수기 위해 인부들이 집안에 있던 짐을
꺼내는 중에 누런 책들이 나온다. 누렇고 두툼한 국어대사전,
한자 옥편, 각종 사전류들...... 그 회장님이 생전에 경영을
직접 챙기면서 늘 곁에 둔 책들이었으리라.
요즘 부모 재산을 가지고 자식들이 소송을 자주 벌이는데,
저렇게 책들을 곁에 두고 읽던 분이시니 생전에 재산도
지혜롭게 나누어주셨던 것 같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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