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망교회 4부예배를 마치고 나오니 밖에 눈이 소복히 쌓였다. 하늘을 보니 당분간 그칠 눈이 아니다. 일단 차 시동을 걸어놓고 앞면 유리와 좌우측 유리, 뒷면 유리에 쌓인 눈을 치운다.

눈을 보니 젊은이와 나이먹은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 중에 눈에 대한 것이 있다.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설레이고 들떠서 기분이 좋아하면 젊은 사람이고 미끄러져서 다치면 어떡하나를 걱정하면 나이먹은 축에 끼인다고 한다. 나는 마음이 설레이면서도 당장 내일 출근길이 걱정되니 그럼 중간세대인가?

대충 눈을 치우고 천천히 차를 출발시킨다. 평소에는 씽씽 달리던 길인데 오늘은 눈길이 미끄러워 다들 엉금엉금 기어가다시피 한다. 이미 도로 위에도 눈이 상당히 쌓여있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니 경비원 아저씨들이 부산하다. 쌓인 눈을 치우고, 아파트 계단입구와 주차장 입구에 영화칼슘을 뿌리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얼마만에 내리는 눈인가? 어릴적에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렸고 지독히도 추웠는데 이제는 갈수록 눈도 내리지 않고 춥지도 않는다. 이렇게 눈이 내려야 염화칼슘을 만드는 회사도 장사가 되고 날씨가 추워야 옷을 반드는 의류회사도 장사가 되고 해충도 죽어 농사가 잘된다는데....

이러한 추위에도 내가 들어갈 집이 있고 나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다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며칠전 출근길에 통근버스를 기다리는데 옆에 버려진 피자케이스가 있었다. 지나가던 노숙자가 그 피자막스를 열더니 먹다 남긴 차가운 피자 쪼가리를 찿아서 입에 넣고 허기를 채우는 것을 보았다. 저 사람에게도 가정이 있을텐데, 사랑하는 가족이 있을텐데...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새들이 사는 둥지를 보면 어린 새끼들을 위해 어미새들은 부지런히 먹을 것을 구해 가져온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하는 새끼들은 어미새가 가까이 오는 인기척만 느껴도 서로 먹을 것을 달라고 입을 벌리고 짖어댄다. 밤이 되면 어미는 새끼들이 춥지 않도록 둥지에서 새끼들을 품에 안고 따뜻한 체온으로 키운다. 어쩌다 외부에서 새끼를 공격하는 다른 새들이 오면 목숨을 걸고 둥지를 지킨다.

우리 집에는 대학에 다니는 큰애와 초등학교 6학년짜리 쌍둥이자식 아들 셋이 있다. 그리고 애들을 돌봐주는 연로하신 장모님이 계신다. 모두 개성이 강하여 한 성질 한다. 아들 셋을 양육하며 장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하니 정말 열심히 살게 된다. 단 하루라도 그냥 대충대충 살 수는 없다.


너무 힘들 때는 어릴적 우리집 처마 둥지에서 새끼를 키우던 제비를 생각한다. 봄이 되면 제비 한쌍이 와서 처마 밑에 집을 짖고, 새끼를 낳고 번갈아가며 둥지를 지키고 먹이를 구해와 새끼들을 기르고, 새끼들이 깃털이 나고 날개가 생기고 스스로 날게 될 때까지 헌신적으로 키우는 모습을... 비가 오는 날에도 어미 제비는 둥지에 머무르지 않고 비를 맞으며 들판에 나가 먹이를 구해온다. 가을이 되어 그렇게 키운 새끼들이 커서 자유롭게 날게되고 추워지기 전에 제비는 강남으로 떠난다.

언젠가는 자식들도 크면 내 곁을 떠나 독립을 하겠지. 내 힘들어도 자식들이 홀로서기를 할 때까지는 이 애비가 뒷바라지를 해주어야겠지. 때로는 삶에 버겁고, 자식들이 내 속을 긁고, 내 말에 반항을 하기도 하지만 모두가 다 커가는 과정이려니 이해하며 받아들여야지...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남들은 3일간 황금연휴라고 콘도다 스키장이다 휴가를 떠나지만 나는 집과 사무실을 오가며 '사내근로복지기금 설립 및 신고실무' 책자를 출간하기 위해 막바지 원고작업에 여념이 없다. 싱글대디로 개인회생을 이행하며 자식 셋을 키우며, 장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하는 나는 매일 매일이 절박함과의 싸움이다.

시간 흐름의 속도가 나이와 비례한다고 했던가~ 이제 내 삶의 시간의 속도도 시속 50킬로에 접어선듯한 느낌이다. 자고나서 아침 먹고 출근하여 회의하고 잠시 일하다보면 점심시간, 점심 식사를 마치고나서 오후에는 걸려오는 전화 받고 예산과 결산, 펀드관리에 신경을 곤두새우다보면 금새 날이 어둑어둑해진다.

요즘 법원에 매달 돈을 입급시켜주어야 날짜, 집주인에게 월세를 송금해주어야 하는 날짜, 아내가 남겨놓은 직원들의 빚을 송금해주어야 하는 날짜, 쌍둥이들 학원비 내주어야 하는 날짜, 매주 장모님께 생활비를 드려야 하는 날짜는 왜 이리 빨리 그리고 자주 돌아오는지....차라리 봉급날이 영원히 오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했다가도 그래도 시간이 빨리 지나가면 개인회생도, 직원들 빚 잔치도 빨리 끝나겠지 생각하니 고통과 기대가 서로 상쇄되고 고민도 평정되는 감을 느낄 수 있다.

내년이면 쌍둥이들이 중학교에 진학한다. 쌍둥이녀석들 초등학교 졸업기념으로 휴대폰을 사달라고 목을 매고 있는데, 녀석들이 중학생이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겠지. 봉급은 수년째 동결인데 그럼 내가 더 뛰어서 수입을 늘리는 수 밖에 없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적자인 가계를 이리저리 꾸려나가는 현실이 기적과도 같다. 요즘 직장인들은 자기 집에서 맞벌이를 하며 사는데도 살기가 어렵다고 불평을 하는 사람을 보면, 외벌이에 개인회생에 직원들 빚까지 갚아나가고 매달 70만원씩 월세를 주어가며 자식 셋을 키우며 살아가는 나에게는 복에 겨운 투정으로 들린다.

세상사는 양면이 있다고 했던가? 나에게 물질적인 부족과 감내하기 어려움 짐을 주셨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족에게 건강을 주셨고, 매일 매일을 웃음으로 보내고 그날의 피로를 잊게 해주는 쌍둥이자식들의 재롱과 애교를 선물로 주셨다. 나는 비록 물질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진정한 큰 부자라고 위안하며 산다.

지난 3월부터 막내 재윤이가 "나는 천재이다", "나는 미남이다"를 입에 달고 다니더니 정말 반에서 1등, 전교에서 1등을 하는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오늘은 재명이도 "나는 얼짱이다"를 경쟁적으로 입에 달고 다니는 것을 보니 중학교에 가서는 두 녀석들이 힘들어하는 나에게 지금보다 더 큰 선물을 주려나 보다. 지금의 생활고가 매일 아웅다웅 싸우다가도 금새 화해하고 친해지는, 미래 세계를 이끌어나갈 큰 리더로 성장해가는 세 자식을 보는 기쁨을 상쇄시키지도, 나를 좌절시키지도 못할 것이다.

이왕이면 밝은 면을 보고 살아야지,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야지, 공평하신 하나님은 나에게 더 큰 영광과 선물을 주시려고 나를 강하게 단련시키고 계실꺼야. 어렵고 힘들어도 그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림없이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지.^^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집에 귀가하여 장모님이 차려주시는 밥상을 받는다. 오늘은 KBS 1TV에서 수요드라마 '산너머 남촌에는'을 방영한다. 장모님이 즐겨 보시는 드라마라 나도 함께 끝날 때까지 천천히 식사를 하며 본다.

이어서 '다함께 차차차'를 한다. 이 드라마 또한 매일 장모님이 빼놓지 않고 즐겨보시는 TV드라마이다. 나는 그 시간에 안방 청소를 하고, 이불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 먼지를 털고 나서 이부자리를 편다. 안방에서는 내가 쌍둥이자식들을 데리고 셋이서 잠을 잔다. 한참 크는 녀석들이라 잠을 자다보면 꿈을 꾸는지 발길질을 해대는 바람에 밤중에 몇번 차이기도 하고 뒹글다가 나에게 부딪쳐 잠을 깨곤하다.

안방 청소를 마치고 이부자리를 모두 펴고나면 다시 거실 청소를 한다. 걸레를 빨아 거실과 주방 바닥을 구석구석 직접 닦는다. 자식들에게 청소를 하라고 하면 청소 밀대걸레를 이용하여 거실과 주방 바닥을 밀고 다니며 하는데 그러다보면 화분 사이나 책상 밑, 구석이나 매트부근에는 닦이지가 않아 먼지가 그대로 쌓여있다. 아무래도 손으로 구석구석 닦는 청소보다야 낳겠는가?

청소를 모두 마쳤는데 아직도 '다함께 차차차' TV드라마는 끝나지 않았다. 슬그머니 신문을 가지고 거실로 나와 신문스크랩을 하기 시작한다. 절반쯤 했을까~~ 그제서야 드라마가 끝난다.

2년 4개월전, 거실 TV가 고장이 나자 차제에 거실에 있던 TV를 없애버리려 마음먹었다. 그러자 장모님께서 "내가 낙이 뭐가 있겠는가? 쌍둥이들 모두 학교 가버리고 나면 하루종일 뭘하고 시간을 보내겠는가? TV라도 보지 않으면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은데...", 하시는 말씀에 눈 딱 감고 TV를 사게 되었다. 마침 백내장 수술을 마친 직후라 큼직한 LCD TV로 장만하여 거실에 설치해 드렸다.

우리집에는 서재가 없다. 내 책상도 없어 식탁 위에다 컴을 올려놓고서 쓴다. 내가 컴 앞에 앉으면 장모님은 거실에서 TV를 보시다가도 내가 일하는데 방해가 될까봐 TV를 끄고 장모님 방으로 들어가신다. 장모님 방에 있는 TV는 17인치 아나로그 TV이다. 내가 괜찮다고 아무리 말해도 편치 않으신 모양이다. 사람이 어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살 수 있겠는가? 장모님이 생활하시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드리기 위해 때론 내 욕구를 자제하며 TV를 보게 될 때도 있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12월이면 피할 수 없는 송년모임들. 부서 회식에, 회사 직원들과 지역모임, 각종 동창모임, ROTC 동기모임, 학교동창모임(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경영지도사 동기모임 등 12월은 다이어리 곳곳에 빨간펜으로 모임을 알리는 동그라미가 빽빽히 그어져 있다.

내가 가장 고통스러운 모임은 부부동반모임이다. 유독 초등학교 동참모임과 ROTC모임, 회사 선배님들과 지역모임은 부부동반으로 계속 모이고 있다. 아내 생전에는 이것도 즐거움이었지만 아내가 없는 지금은 부부동반모임이 나에겐 고통이다. ROTC동기모임은 아는 동기가 있어 더욱 불편하여 얼굴을 비치지 않는다.

일산으로 이사온지는 햇수로 17년째, 리더십이 강했던 아내가 주도하여 만든 회사 선배님들과의 지역모임은 내가 피할 수 없는 모임이다. 멤버 모두 나와 아내 모두 직간접적으로 함께 근무했던 분들, 그리고 그분들과 친분이 있는 분들이다. 모두들 회사를 떠나서도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는 회사생활을 하시면서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며 살아오신 선배님들이며 가정에 충실하며, 2차를 가려할 때는 형수님들 눈치를 살피는, 내가 보기에는 형수님들에게 꼼짝 못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선배님들이시다.

최병린국장님과 정성진국장님은 나와 아내의 상사로 동시에 근무를 하신 분들이고, 이상덕사장님과 서정수사장님은 아내와 한 부서에서 근무를 하셨다. 아내 생전에는 아내가 마당발이라 지역모임의 총무를 맡아 하곤 했는데 아내가 하늘나나로 간 이후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내가 그 임무를 맡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부가 함께 늙어가는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다. 오늘도 오대환국장님이 주관한 일산 송년모임에서 남편이 과음할까봐 곁에서 눈을 부릅뜨고 술잔을 지키시는 형수님들 모습을 보니 너무도 부럽고 나도 새삼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게 된다.

이상덕 사장님은 개인적으로는 ROTC 15년 대선배님이신데 나와 아내가 여의도 가든예식장에서 결혼식때의 기억을 떠올리시며 오늘도 한마디를 하신다.
"김승훈씨는 나이도 한참 후배인데 머리를 보면 우리와 함께 늙어가려고 그래~~ 애들 키우고 사느라 고생이 많지? 그래 요즘 어떻게 살어?"
"네! 열심히 삽니다"

이 이상 무슨 군더더기 말이 필요하랴~ 나 지금 아주 열심히 살고 있는데....
귀가길에 벽산아파트 앞 황금잉어빵을 파는 포장마차 앞을 지나가는데 붕어빵이 드시고 싶다던 장모님 말씀이 생각나 잠시 서서 지갑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눈을 질끈 감고 지나친다. 

몹쓸 사람~  나 지금 너무 힘든데.... 선배님들 건강을 챙기며 더 이상 술 마시지 말라고 귀에다 대고 말하고 가는 형수님들 모습과, 모임 끝나고 다정히 두 분이 손잡고 귀가하는 선배님들 모습을 보면 내 가슴이 찢기듯 아픈데 당신은 내 마음을 아는지...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요즘 답답한 심정을 글로 푸념하였더니 어느 회원이 뼈있는 덧글을 올렸다.
"요즘..... 명윤아버님 글이 자꾸 무겁다~~ 쌍둥이랑 명윤아빠랑 건강하고 거기다 두녀석 공부까지 잘하고 있는데... 내가 힘나는 이슬한잔 사드려야할려나 봐요 ^.^  화이팅 하시고 흰머리는 염색하세요. 요즘 간편하게 염색할 수 있는것도 있던데..."


'아~~ 내 글이 다른사람들에게 어두움과 불편함을 주었구나!'
정신이 번쩍들어 우울모드에 신세한탄을 하던 나를 즉시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아무리 생활이 힘들고 어려워도 꿋꿋히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꿋꿋하게 사는 내 모습을 통해 힘든 다른 사람들도 다시 일어서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고 궁극적으로는 더불어 삶의 승리자가 되어 함께 웃고 싶다는 내가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리라. 이건 내가 거꾸로 내 글을 읽는 독자에게 일으킴을 당하게 되었네.

살아도 살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듯한 경제적인 고통,
나의 인내를 시험하듯 계속 밀려드는 감내하기 힘든 사건의 연속,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시 밀려드는 더 큰 파도.... 빚더미 속에 홀로 남겨져 매일 생활비를 걱정하며 세 자식과 장모님을 모시고 사는 싱글대디로 누구에게도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앓으며 제풀에 지쳐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표정이 어두워졌고, 반복되는 일상에 자식들에게 짜증을 내고, 글에도 한숨과 푸념이 늘어갔다. 내면이 어두운데 쓰는 글이 밝았겠는가? 가슴이 아닌 내 감정을 감추고 손끝으로 썼던 글은 어쩌면 가식적인 글이었는지 모른다.

혼자서 고민하고 푸념을 한다고 얽힌 문제가 해결될리 있겠는가? 그럴수록 내자신이 나를 더 어두운 고통속으로 내몰았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예전의 웃음을 되찿으리라 마음먹고 장모님께 앞으로는 당분간 고정적인 강의가 없으니 지출을 줄이자고 제안하고, 쌍둥이들에게도 아끼자고 양해를 구했다.

까잇것~~ 내려놓으니 이렇게 마음이 편한 것을...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내 능력이 허락하는 선까지 최선을 다하며 사는거야. 나머지는 하나님께 믿고 맡겨야지. 이왕이면 찡그리지 말고 웃으면서 사는거야.

내곁에는 내 얼굴도 모르면서도 이렇게 덧글로서 성원해주는 든든한 우군들이 많은데...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모처럼 일찍 귀가하여 신문스크랩을 하다가 쌍둥이들이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밤 9시 35분에 학원으로 향한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쯤은 녀석들이 공부는 잘 하는지, 말썽은 피우지 않고 잘 지내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학원에 들어서니 원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나 : "명이 윤이 수업 아직 안끝났나요?"
원장님 : "8시에 수업이 끝났는데요. 아직 집에 도착 안했어요?"
나 : "안왔는데요. 히틀러선생님 시험 결과가 항상 밤 9시 40분경 오던데..."
원장님 : "이번주는 계속 밤 8시에 수업이 끝났어요. 잠깐만요~ 혹시 보충을 받고 있는지 확인을 해볼께요"

왠지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친다.
원장님 : "학원에는 없어요. 그럼 쌍둥이들이 어디를 갔죠?"
나 :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머쓱함..."녀석들! 오늘 딱 걸렸어~~"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왜 이리 마음이 허탈할까? 싱글대디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다. 엄마가 있어 녀석들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며 숙제와 예습복습, 준비물 등을 챙겨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일을 제껴놓고 매일 일찍 퇴근하여 녀석들 학원 앞에 서서 학원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데리고 올 수도 없고...

밤 10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면서 "아이~~ 피곤해"를 연신 외친다. 녀석들은 내가 학원에 가서 원장님을 면담하고 학원을 나온 시간까지 확인하고 온 줄 모른다. 몰래 PC방을 다녀와놓고서 애비와 할머니를 속이려 호들갑과 능청을 떠는 녀석들 얼굴을 보는 순간 평소에는 보기만해도 배가 부르고 사랑스럽던 모습이 싹 가시고 오늘은 참 가증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2주전에도 쌍둥이들이 PC방을 드나든다는 것을 재명이 담임선생님을 통해 듣게 되어 얼마나 민망했던지...막 사춘기에 들어선 녀석들이라 혹시 좋지않은  것에 접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서고 신경이 쓰인다. 집에서야 큰애가 있어 녀석들이 컴을 할때 불법 게임이나 성인물 접근을 차단시키고 놓아 안심이지만 PC방을 가면 한참 호기심이 많고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시기에 불법성인물과 게임을 제약없이 접할 수 있으니 녀석들이 받게될 충격과 부작용을 생각하면 신경이 곤두선다.

이번에는 말로 타이르고 넘어갔지만 조금만 틈을 주어도 헛눈을 팔고, 친구들과 어울려 PC방을 들락거리는 녀석들 때문에 잠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재명 : "아빠! 어제 보니 스프레이처럼 머리에 칙하고 뿌리니 까만 머리가 곧 생기는 걸 봤어요"
나 : "아빠보고 그걸 쓰라고?"
재명 "아뇨, 그런데 그건 두시간인가 밖에 못간데요"
나 : "아빠는 그런 것 안한다. 차라리 지금 이대로 살꺼다"
재명 : "저희가 크면 아빠 모발이식 시켜드릴께요"
나 "그건 꽤 비싸다는데?"
재명 : "비싸도 당연히 제가 해드려야죠"

허~~~ 요즘 부쩍 빠지고 희어져가는 머리.....
쌍둥이녀석들 눈에도 애비의 그런 머리가 안타까웠나 보다.
남들은 머리에 염색을 하여 흰머리를 감추고, 빠진 머리는 부분가발까지 하며 외모를 젊게 가꾸는데 나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녀석들 뒷바라지에도 벅차니...

어제 보도자료에는 우리나라 사람 기대수명이 드디어 80세를 넘었다고 한다. 세 자식들 뒷바라지, 특히 늦둥이 쌍둥이들은 내가 회사를 정년퇴직한다해도 그때가 대학 3학년인데, 뒷바라지를 하다보면 내 삶의 황금기는 지나가겠구나, 그럼 정작 내 노후는 어찌 보내야 하나?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싱글대디 혼자 수입으로, 더구나 개인회생까지 이행하면서 매년 떨어질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는 아파트 월세에 사교육비를 부담해가며 가계를 꾸려나간다는 것이 참 버겁기만 하다. 내년에는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 같은 법정복지비도 많이 오르고, 그동안 묶어두었던 전기료나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이나 기초생활과 관련된 생필품 가격도 많이 오를거라는데 느는 것은 그저 한숨뿐이다.

물가인상 수준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급여(2년째 동결), 그저 회사를 다니는 것만해도 감사해야 하는 극도의 고용불안시대에 사는 요즘 누가 결혼을 하고, 애를 낳으려 하겠는가? 입으로만 저출산대책 떠들지 말고 서구처럼 국가가 자식을 낳고 키우는데 두둑한 보육수당을 주지는 못할 망정, 연말정산에서 자녀에 대한 부양가족 공제라도 1명당 500만원, 두자녀는 1인당 1000만원씩 누진제로 팍팍 올려주었으면 좋겠다. 누진제는 뒀다 어디에 쓰려고 아끼는지?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주 화요일 성공을 도와주는 가게에서 유리문에 이마를 부딪친 여파가 생활에서 많은 불편을 주고 있다. 첫날은 이마에 혹이 생기고 통증이 있더니 슬슬 시간이 흐르면서 부기가 가라앉는가 싶더니 눈가로 멍이 점점 내려오더니 이제는 왼쪽 눈 주변이 퍼렇게 되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눈이 왜 그러느냐? 혹시 누구랑 싸웠느냐?"하며 의미심장한 눈초리를 보낸다. 싱글대디인 내 처지를 아는 사람들은 전후 정황을 듣고는 농담으로 "남들이 보면 부부싸움한 줄 아시겠어요"하며 웃어넘기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순수하게 받아들이지를 않는다. 하긴 사람은 과거 자신의 경험이 그런 인식을 가져오니까...

지난주말 참석한 사내근로복지기금 용평리조트야외정모에서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눈이 왜 그러세요?"하고 묻는 바람에 해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앞에서 강의를 진행해야 하고 용평리조트 마케팅본부장님, 분양회원팀장 등 콘도사 관계자분들과 만나 상견례를 하고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난감함이란... 정모에 참석한 우리 회원들이야 대부분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인지라 내 말을 믿어주지만 내가 거울을 보아도 처음 나를 만난 사람들은 꼭 부부싸움을 했던지 아닌 술을 먹고 시비가 붙어 싸운  상처로 생각하기 딱이다.

야외정모에서 쌍둥이들과 사진을 찍는데도 멋쩍기는 매한가지였다. 사진은 나중에 두고두고 볼텐데, 아빠가 눈가가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으니 나중에 쌍둥이들이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여 며느리나 손자들이 이 사진을 본다면 과연 유리창에 부딪쳐 멍이 들었다는 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 줄까?

경영지도사 자격증 갱신에 쓸 사진도 이번 주말까지는 두 장을 보내주어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사진이 모두 떨어져 버렸다. 이런 얼굴로 사진을 찍을 수도 없고.....대외적으로 자주 내보여야 할 경영지도사 자격증에 눈가에 멍이 난 내 사진을 붙인다~~ 참 난감하기만 하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사람이 살면서 수중에 돈이 떨어진 것처럼 비참한 일은 없다. 당장 먹을 것, 입을 것, 추위를 피할 주거지, 기본적인 교육을 받는 것, 집 밖에 이동하려고 해도 왠만한 거리는 대중교통이나 차를 갖고 움직여야 하고 그럴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 사람들 의식주생활 거의 모든 것이 돈과 연결되어 있어 오죽했으면 누군가는 너무 살기 힘들어 콱 죽고 싶어도 약 사먹을 돈이 없어 죽지도 못한다고 했을꼬?

사람들은 이런 돈의 무서움 힘을 알기에 죽어라 돈을 벌려고 하는데 돈이란게 그리 쉽게 사람들 손에 잡히지를 않는다. 돈이 벌리지 않으면 기존에 벌어놓은 돈을 까먹는 수 밖에 없다. 퇴직하신 선배님들이 퇴직후 처음 한두달은 집에서 취미생활도 하며 폼나게 쉬시다가 결국은 남은 돈이 슬금슬금 빠져 나가는 것에 조바심을 느끼고 사전 충분한 준비도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벌였다가 3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여 벌어놓은 알토란 같은 종자돈을 그만 한몫에 털어넣고 피눈물 흘리며 후회하는 모습을 너무도 자주 보아왔다.

내가 오는 12월 8일 지식노마드에서 출간하는 '소심남녀 재테크 도전기'에서 부끄러운 지난날을 고백했지만, 나는 지난 2006년 5월부터 법원으로부터 개인회생을 인가받아 이행중에 있다. 5년 기간 중에 지난 11월까지 3년 7개월을 보냈고 아직도 1년 5개월이란 기나긴 기간이 남아 있다. 이 남은 기간 동안 나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살아남아야 한다. 봉급을 받아도 법원에 개인회생금액, 개인회생에 포함시키지 못한 아내가 아주 친한 직원들이나 친척들에게 빌린 돈을 넣어주고 나면 항상 마이너스이다.
 
나 혼자 살면야 없으면 안쓰고 안먹고 월세 단칸방 아니 찜질방에서 잠을 자면 되지만 가족이 딸리니 사정이 달라진다. 쌍둥이들이야 어리니 내가 데리고 잔다지만 장모님과 다 큰 자식이 한 방에서 살 수는 없는 일이고, 다섯 식구들 먹고 살아야지, 장모님께 드려야 하는 생활비며, 아파트 월세, 쌍둥이들 미래를 생각해서 공부도 시켜야 하고.... 돈을 입급시키고 건네드려야 하는 날은 내 힘든 사정을 보아 멈추어주지도 않고 꼬박꼬박 잘도 다가온다. 또 왜그리 빨리 그리고 자주 오는지.... 머피의 법칙도 아니지만 수중에 돈이 없으면 또 돈 들어갈 일은 왜 자주 일어나는지 이번 11월과 12월은 누구 결혼, 누구 부친 사망 등 경조사가 잇달아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다.

오늘 그동안 2년 넘게 잘도 참아왔던 쌍둥이들 세뱃돈 통장에 들어있는 돈 34만원을 출금했다. 당장 이번주 장모님 드릴 생활비며 시장을 볼 돈이 떨어졌으니.... 우리 쌍둥이들 중학교 들어가면 교복을 사주려고 2년간 받은 세뱃돈 안쓰고 잘 적립해 두었는데, 아무리 급한 일이 생겨도 이 돈만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잘도 버텼는데, 이제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네. 은행에서 돈도 빌릴 수도 없지, 주변에 돈 좀 빌려달라고 손을 내밀 염치도 없지...주변 사람들이 꺼리는 것도 당연하지, 그러고 보면 돈이 왠수지.... 그나저나 쌍둥이들이 세뱃돈 통장에서 돈을 인출한 걸 알면 많이 실망할텐데....내년 1월에 인세를 받으면 이자까지 후하게 쳐서 갚아주리라~~

내 밑바닥을 시험하는 이런 일들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이런 시련들을 겪을수록 나는 더 강하고, 독하게 단련되어 간다. 운명 그래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함 붙어보자~ 뭐 이런 식의 오기가 생겨난다. 앞으로는 이웃이나 친척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혼자 힘으로 살겠다고, 그리고 내 代에서 이런 모든 악연을 끝내고, 내 자식들에게는 이런 고통을 주지 않으리라 이를 악물어 본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어젯밤 미래예측세미나 교육장인 '성공을 도와주는 가게' 화장실 유리문에 얼굴을 부딪치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지금은 하늘나라에 갔는 아내 얼굴이었다.

생전에는 늘 붙어다니면 저녁 모임이 있을라치면 "1차만 끝내고 일찍 와라", "술 조금만 마셔라" 등 잔소리를 많이 했고, 어쩌다 모임이 늦어져 밤 통행금지시간인 11시를 넘어서 집에 들어오면 현관에서 눈을 부릅뜨며 "지금이 몇시요?"하며 호통을 치곤 했다. 당시는 남자가 직장생활 하다보면 그럴 때도 있지 너무 조인다고 불평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를 가장 진정으로 챙겨준 사람은 아내였다.

왼쪽 눈위가 부어오르자, 집에 전화를 해서 멍든데 바르는 약이 있느냐고 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할머니께 여쭈어서 다친데 바르는 연고가 있으면 안방에 갔다놓으라고 해도 건성으로 대답하는 쌍둥이자식을 보며 옆구리가 허전함을 느껴진다. 자식들은 부모의 마음을 모른다. 아니 아직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읽고 챙겨줄 지혜가 채워지지 않았다. 부부는 오랫동안 함께 살을 맞대고 얼굴을 맞대고 살았기에 눈빛만 보아도 상대가 무엇 원하는지 직감적으로 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무얼 해달라는지를 알 수 있다.

아내가 있었더라면 유리문에 부딪쳤다고 하면, 어느 부위냐? 얼마나 다쳤느냐? 피는 났으냐? 얼마나 부었느냐? 남자가 칠칠치 못하게 그 나이에 다치고 다니느냐, 눈은 어디다 두고 사느냐 등등 호들갑을 피우고 엄청 잔소리를 하면서도 꼭 필요한 약을 준비하여 귀가하면 늦은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약을 발라주었을텐데..... 모르지 하늘나라에서 내 모습을 보고 나이값도 못하고 다치고 산다고 안타까워하며 잔소리를 하고 있을지도...

직장인, 아니 남자들에겐 가정은 열정과 활동에너지의 원천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직장에서 상사에게 혼나고 깨져도 집에 퇴근하여 아내와 자식들 얼굴을 보면 다시 잃었던 힘과 용기를 충전하여 다음날  다시 출근하곤 한다. 전에는 하루 8시간 진행되는 이틀, 3일간 강의를 마치고 집에 가면 아내는 자식들을 모두 나오라고 하여 현관까지 나와 꼭 "고생했수" 말 한마디를 건내주곤 했다. 나의 아니 가장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그 한마디에 긴장과 피로가 확 풀리며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열심히 일을 하곤 했지.

요즘 세미나와 책쓰기 공동집필작업, 회사 일 때문에 늘상 집에 늦게 들어가곤 하는데 현관에서 일찍 일찍 집에 들어오라고 호통치던 아내, 힘들 때는 "요즘 힘들죠?"하며 한마디 건내주고 내 기를 세워주던 아내의 빈자리가 참 크게 느껴진다. 찬바람이 불어서 더 그런가?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달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