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일찍 들어가는 날은 내가 집안청소를 하는 날이다. 일주일에 세미나에 참석한다, 야근이다 집에 늦게 들어가는 날이 많다보니 틈만 나면 속죄하는 마음으로 집안청소도 더 자주 하게 된다. 예전에 장모님이 건강하실 때는 장모님이 집안 청소를 매일 해주셨지만 이제는 연로하여 청소를 거의 하지 못하신다. 그렇다고 사내자식들이 셋이나 있는데도 집안 구석구석까지 청소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식들에게 청소를 시키면 그냥 봉걸레로 거실 몇번 왔다갔다 밀고는 끝이다. 결국은 식탁밑이나 책상 밑, 정수기 밑, 구석구석 사각지대는 고스란히 내 청소 몫이다. 50이 넘은 애비가 걸래를 빨아 엎드려 다니며 거실을, 주방 바닥을 닦는데도 자식들 셋은 본체만체 지들 하던 일만 한다. 얄미운 녀석들 같으니라고~~

나는 집안 청소를 우리 할아버지께 배웠다. 할아버지는 아침에 일어나면 이부자리 개기(그것도 군대 내무반 관물정돈 하듯이 매일 아침 이불을 장확히 각을 지게 접어 장롱 위에 차곡 차곡 올려 놓으셨다), 그리고 안방 뿐만 아니라 마루까지 빗자루로 깨끗히 청소를 하셨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얼른 걸레를 빨아서 안방과 마루를 닦고 마당까지 청소를 하면 할아버지께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아버지 형제가 5남 2녀, 우리 형제가 5남이었으니(물론 내 밑 동생들과는 나이 터울이 많아 청소는 하지 못했지만) 많은 삼촌과 고모들 사이에서 경쟁하며 할아버지 칭찬을 받기 위해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다보니 자연스레 집안청소하기와 부지런함이 몸에 습관으로 배었다. 그리고 그런 할아버지의 솔선수범하시는 모습이 너무 좋아 나도 어른이 되면 할아버지처럼 살리라 마음먹었다.

결혼해서도 집안 청소는 내 차지였다. 휴일이나 평일에도 매일 아침저녁 이부자리를 펴고 개는 일이며(결혼후 지금까지도 침대생활을 하지 않았다) 안방, 거실, 주방 청소는 내가 해주었는데, 하늘나라에 먼저간 아내도 집안청소를 도맡아 해주는 나를 무척 고마워했다.

물론 자식들에게 강제로 청소를 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자식들은 자라면서 부모의 행동과 모습을 닮아간다니 녀석들도 성장하여 결혼을 하면 이 애비가 했던 모습을 보며 아내를 도와주고 집안청소도 해주게 되리라 믿는다. 나는 자식들이 군림하는 아빠가 아닌 솔선수범하며 집안청소를 도와주는 아빠, 가사를 역할분담하여 아내를 도와주는 자상한 아빠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런 아빠의 역할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인식시켜 주고 싶었을 뿐이다.

책상 밑에 쌓인 먼지도 닦아내고, 냉장고 밑에, 정수기 밑도 닦아내고, 화분 밑에 쌓인 먼지도 닦고, 화분받침대에 고인 누런 물도 버리고, 화분받침대까지 깨끗히 닦아서 새로 바꾸어주고, 거실 양탄자도 밖으로 가지고 나가 털어서 깔아준다. 한편으로는 내가 위장병이 없는 이유가 이렇게 40여년을 자주 기어다니며 집안청소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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