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면 피할 수 없는 송년모임들. 부서 회식에, 회사 직원들과 지역모임, 각종 동창모임, ROTC 동기모임, 학교동창모임(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경영지도사 동기모임 등 12월은 다이어리 곳곳에 빨간펜으로 모임을 알리는 동그라미가 빽빽히 그어져 있다.

내가 가장 고통스러운 모임은 부부동반모임이다. 유독 초등학교 동참모임과 ROTC모임, 회사 선배님들과 지역모임은 부부동반으로 계속 모이고 있다. 아내 생전에는 이것도 즐거움이었지만 아내가 없는 지금은 부부동반모임이 나에겐 고통이다. ROTC동기모임은 아는 동기가 있어 더욱 불편하여 얼굴을 비치지 않는다.

일산으로 이사온지는 햇수로 17년째, 리더십이 강했던 아내가 주도하여 만든 회사 선배님들과의 지역모임은 내가 피할 수 없는 모임이다. 멤버 모두 나와 아내 모두 직간접적으로 함께 근무했던 분들, 그리고 그분들과 친분이 있는 분들이다. 모두들 회사를 떠나서도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는 회사생활을 하시면서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며 살아오신 선배님들이며 가정에 충실하며, 2차를 가려할 때는 형수님들 눈치를 살피는, 내가 보기에는 형수님들에게 꼼짝 못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선배님들이시다.

최병린국장님과 정성진국장님은 나와 아내의 상사로 동시에 근무를 하신 분들이고, 이상덕사장님과 서정수사장님은 아내와 한 부서에서 근무를 하셨다. 아내 생전에는 아내가 마당발이라 지역모임의 총무를 맡아 하곤 했는데 아내가 하늘나나로 간 이후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내가 그 임무를 맡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부가 함께 늙어가는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다. 오늘도 오대환국장님이 주관한 일산 송년모임에서 남편이 과음할까봐 곁에서 눈을 부릅뜨고 술잔을 지키시는 형수님들 모습을 보니 너무도 부럽고 나도 새삼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게 된다.

이상덕 사장님은 개인적으로는 ROTC 15년 대선배님이신데 나와 아내가 여의도 가든예식장에서 결혼식때의 기억을 떠올리시며 오늘도 한마디를 하신다.
"김승훈씨는 나이도 한참 후배인데 머리를 보면 우리와 함께 늙어가려고 그래~~ 애들 키우고 사느라 고생이 많지? 그래 요즘 어떻게 살어?"
"네! 열심히 삽니다"

이 이상 무슨 군더더기 말이 필요하랴~ 나 지금 아주 열심히 살고 있는데....
귀가길에 벽산아파트 앞 황금잉어빵을 파는 포장마차 앞을 지나가는데 붕어빵이 드시고 싶다던 장모님 말씀이 생각나 잠시 서서 지갑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눈을 질끈 감고 지나친다. 

몹쓸 사람~  나 지금 너무 힘든데.... 선배님들 건강을 챙기며 더 이상 술 마시지 말라고 귀에다 대고 말하고 가는 형수님들 모습과, 모임 끝나고 다정히 두 분이 손잡고 귀가하는 선배님들 모습을 보면 내 가슴이 찢기듯 아픈데 당신은 내 마음을 아는지...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달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