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귀가하여 장모님이 차려주시는 밥상을 받는다. 오늘은 KBS 1TV에서 수요드라마 '산너머 남촌에는'을 방영한다. 장모님이 즐겨 보시는 드라마라 나도 함께 끝날 때까지 천천히 식사를 하며 본다.

이어서 '다함께 차차차'를 한다. 이 드라마 또한 매일 장모님이 빼놓지 않고 즐겨보시는 TV드라마이다. 나는 그 시간에 안방 청소를 하고, 이불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 먼지를 털고 나서 이부자리를 편다. 안방에서는 내가 쌍둥이자식들을 데리고 셋이서 잠을 잔다. 한참 크는 녀석들이라 잠을 자다보면 꿈을 꾸는지 발길질을 해대는 바람에 밤중에 몇번 차이기도 하고 뒹글다가 나에게 부딪쳐 잠을 깨곤하다.

안방 청소를 마치고 이부자리를 모두 펴고나면 다시 거실 청소를 한다. 걸레를 빨아 거실과 주방 바닥을 구석구석 직접 닦는다. 자식들에게 청소를 하라고 하면 청소 밀대걸레를 이용하여 거실과 주방 바닥을 밀고 다니며 하는데 그러다보면 화분 사이나 책상 밑, 구석이나 매트부근에는 닦이지가 않아 먼지가 그대로 쌓여있다. 아무래도 손으로 구석구석 닦는 청소보다야 낳겠는가?

청소를 모두 마쳤는데 아직도 '다함께 차차차' TV드라마는 끝나지 않았다. 슬그머니 신문을 가지고 거실로 나와 신문스크랩을 하기 시작한다. 절반쯤 했을까~~ 그제서야 드라마가 끝난다.

2년 4개월전, 거실 TV가 고장이 나자 차제에 거실에 있던 TV를 없애버리려 마음먹었다. 그러자 장모님께서 "내가 낙이 뭐가 있겠는가? 쌍둥이들 모두 학교 가버리고 나면 하루종일 뭘하고 시간을 보내겠는가? TV라도 보지 않으면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은데...", 하시는 말씀에 눈 딱 감고 TV를 사게 되었다. 마침 백내장 수술을 마친 직후라 큼직한 LCD TV로 장만하여 거실에 설치해 드렸다.

우리집에는 서재가 없다. 내 책상도 없어 식탁 위에다 컴을 올려놓고서 쓴다. 내가 컴 앞에 앉으면 장모님은 거실에서 TV를 보시다가도 내가 일하는데 방해가 될까봐 TV를 끄고 장모님 방으로 들어가신다. 장모님 방에 있는 TV는 17인치 아나로그 TV이다. 내가 괜찮다고 아무리 말해도 편치 않으신 모양이다. 사람이 어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살 수 있겠는가? 장모님이 생활하시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드리기 위해 때론 내 욕구를 자제하며 TV를 보게 될 때도 있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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