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0시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 9시 20분에 아내와 손을 잡고 집을
나선다. 지난주 미사시간 시작 전에 빠듯하게 도착하여 겨우 뒷자리 앉아
미사참례를 하면서 신자들이 많은 날을 대비하여 여유분으로 둔 플라스
틱 의자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며 출입하는 사람들 발걸음 소리 등으로
미사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오늘은 아내의 채근으로 여유있게 도착하여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성당으로 가는 도중 주변 주택의 화단에 핀 장미
꽃 모습도 휴대폰 카메라에 몇 컷 담을 수 있었다.
목3동 주임신부님(최부식신부님)은 유머가 넘치고 편안하다.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로서 경북 왜관에 있는 '성베네딕도 왜관수도원'
에서 오신 신부님의 성삼위일체 강론과 왜관수도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분도
출판사' 출판물 홍보가 있었다. 10시 미사를 마친 후 성당 마당에서 열린 도서장터에서 신부님께서 추천하신 네권의 책을 구입했다. 우리나라 가톨릭 전파 200주년 기념 신약성서 주해, 성경 역사 지도, 삶의 기술, 황혼의 미학 등
네권의 책이었다.
'황혼의 미학' 책을 펼치면서 황혼이라는 단어에 손이 가는 나를 발견하고
멈칫해진다. 인생 황혼? 내가 벌써 인생황혼? 인생 황혼기는 나이가 언제
부터이지? 요즘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나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학생들이
있어 내가 그리 나이가 들어보이나 내심 신경이 쓰이는데..... 그러나 어차
피 맞이할 인행 황혼이라면 하며 미리 준비해두는 것도 괜찮겠지.
책을 사가지고 나오는 내내 아내는 기분이 들떠있다. 아내는 올해 들어
나에게 하는 주문이 늘었다.
"여보! 내년에 박사과정 끝나면 우리 나중에 한달에 한번씩이라도 등산도
다니고, 국내 성지순례도 갑시다"
"일년에 한두번이라도 해외 성지순례도 같이 갑시다"
"오늘 산 책으로 가고싶은 해외성지수례를 갈 곳도 미리 연구해 두어야지~~"
아내와 목3동시장을 구경하며 1000원짜리 국수로 점심을 때웠다.
요즘은 극심한 불황 탓인지 가격이 싼 물건이 잘 팔린단다.
이 집은 수년째 1000원짜리 국수를 팔고있어 사람들이 북적이고
인기가 높다. 1000원짜리 국수치고는 괜찮다.
집에 돌아와 이불과 세탁물을 옥상으로 가져가 말린다.
내일은 비가 내린다니 미리 이불도 말리고 밀린 세탁물도 서둘러 세탁기를
돌려 비워야 한다. 옥상에 키우는 화초들도 집안에서 키울 때보다 햇빛을
받고 자라니 훨씬 잘 자란다.
이후 일주일간 밀린 피로를 여유로운 낮잠으로 달랜다.
두시간 정도 낮잠을 즐긴 후 커피 한잔씩을 앞에 놓고 책을 읽으며 글을 쓴다. 아내는 오늘 구입한 신약성서 주해서를 열심히 읽고 있다. 책을 읽으며 때론 "아하~ 그렇구나!", "여보! 이 글 좀 들어봐요" 하며 공감이 가는 내용을 알려준다. 참 평화롭고 행복한 일요일 오후이다.
저녁은 콩나물국에 오이고추 삼겹살, 반주 한잔으로 때운다. 5월 들어 술을 자제한 탓에 딱 한잔에도 취기가 올라온다. 부담없이 편하게 하는 술 한잔은 생활의 활력소이다.
김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