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쌍둥이들이 늦게 들어온 비밀이 풀렸다. 그것도 자발적이 아닌 타의에 의해서...
시간이 흐를수록 녀석들과의 마음의 골이 깊어져 가는 것 같아 심란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아침 녀석들을 학교에 보내고 7시 30분, 간편한 복장으로 호수공원으로 출발하여 두바퀴를 돌고 정발산까지 올라서 집에 오니 12시 15분. 온 몸이 땀으로 멱을 감듯 하며 처음으로 땀을 많이 흘렸다. 목을 축이고 재명이 자전거를 수리해주기 위해 집을 나선다. 뒷 바퀴 타이어가 펑크나고 브레이크 장치도 파손되어 집에 자전거를 모셔놓은지 한참이 되었지만 여유가 없어 고쳐주지를 못해 더운 날씨에 걸어서 등하교를 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22,000원을 들여 고쳐가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문 앞에 내리는데 휴대폰 전화벨이 울린다. 12시 543이었다.
"여보세요. 김재명 아버님 되십니까?"
"그런데요. 무슨 일이지죠?"
"혹시 재명이와 재윤이가 어젯밤부터 오늘 사이에 무슨 말 않던가요?"
"별다른 말 없었는데요?"
"여기는 편의점인데요, 어젯밤에 편의점에서 물건을 몰래 가져가다가 걸렸습니다"
"알겠습니다. 점심 먹고 들르겠습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렸다는 말은 남의 자식들 일로 여기고 살았는데 내 자식이 그런 일을? 정말 믿고 싶지 않았다. 아닐 것이야~ 편의점 주인이 다른 학생들을 우리 애들로 착각하고 그랬을 거야. 오늘따라 녀석들 하교시간이 늦다. 학원에서는 오후 2시가 넘으니 아직 학원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전화는 오는데....
오후 2시 15분, 그제서야 명이와 윤이가 들어오기에 다자고짜 물었다. 편의점 주인 말이 사실이냐고? 두 녀석 모두 대답이 없다. 침묵은 묵시적인 긍정을 뜻하는 법... 순간 하늘이 노래진다. 이를 어찌 수습해야 하나?
일단 두녀석을 점심을 먹여 학원을 보내놓고 나는 편의점 주인을 만나러 출발했다. 편의점 사장을 만나 자초지종을 들었다. 어젯밤 늦게 와서 탈취제를 들고 가다가 걸렸단다. 신분을 확인하니 초등학교 6학년 생이라고 둘러대지를 않나, 형제는 4형제이고.... 신분을 알아내고 지금껏 몰래 가져간 물건을 자백받은 결과 지난 3월부터 15건...껌 사탕, 쵸코렛 등이었다.
일단 사건은 수습해야 한다. 이제 40대 초반이나 되었을까? 현재 내가 처한 사정을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내가 자식 교육을 잘못시킨 것을 거듭 사죄하고, 훔친 물건에 대해서는 배상하겠다고 말하며 선처를 부탁했다. 어미 없이도 밝게 잘 키워보려고 했다는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매월 용돈을 넉넉히 주었더라면, PC방에도 절대 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나와 함께 한달에 한두번 정도 같이 가주었더라면 하는 때 늦은 후회감도 밀려왔다.
편의점 사장도 내가 전날에 PC방에 갔던 사실이 발각되어 엉덩이를 15대씩 맞았다고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주니 어제 탈취제를 가져가려고 했던 것이 또 다시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아빠에게 들킬까봐 그런 것 같고, 내 형편을 짐작하고 아빠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아빠에게만은 절대 알리지 말아달라고 사정사정하던 녀석들의 정황이 일치하고 이해가 된다며 자기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문제를 확대하고 싶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비쳤다. 오후에 일주일분 시장을 보려고 준비해두었던 현금 14만원에서 10만원을 건네며 많은 액수가 아니라서 죄송하다고, 자식교육을 잘못시켜서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를 하며 마무리를 지었다.
편의점을 나와 집으로 오는 동안 하늘을 바라보기가, 사람들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정신이 혼미하고 온 몸에 힘이 빠져 두번이나 쉬다 걷다를 한 후에 겨우 집에 올 수 있었다. 힘들고 어려워도 세상을 정직하게 살자고 가르쳐왔는데, 그동안 내 노력이 공수표가 되었다는 것이 너무도 허탈하다. 남의 자식 함부로 흉보지 말고, 내 자식부터 간수를 잘 해야 된다는 사실, 남에게 손가락질을 할 때 남을 가리키는 두 손가락을 보지 말고 나를 향하는 세 손가락을 보아야 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운 하루였다. 오늘 이 일기를 과연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고민했다. 두 자식들이 오늘을 기점으로 나에게 더 이상 실망을 안겨주지 않게 되고 제발 성장통의 끝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이번 일이 더 나은 모습으로 변신하게 되는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함께 기도해 본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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