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쌍둥이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날, 아빠와 함께 나타난 젊은 아줌마를
견제하는 눈빛과 의아해하는 해맑은 얼굴....
"혁이형 엄마야! 너희들 과외해주는 혁이형엄마란다. 저번에 아빠가 재혼
할 분이 지금 과외해주는 혁이형 어머니시라고 얘기 했잖니?"
"아! 네~~ 안녕하세요!" 를 동시에 외치며 의혹과 견제의 눈빛을 완전히
해제하던 두녀석.
그날 저녁 메뉴를 버섯만두칼국수셋트를 시켜 만두와 칼국수를 먹은 후엔
다시 밥을 볶아 두녀석에게 챙겨주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담뿍 담아 많이 먹으라며 접시를 건네주니 연신 아빠얼굴을 한번 내 얼굴을
한번 번갈아 보며 웃기도 하며 맛있는(?) 시간을 보냈다.
"재명이 안경이 삐뚤어져서 촛점이 안맞겠구나...!"
바로 끼고 있는데도 자꾸 한쪽으로 치우치는 재명이의 안경을 보며 내가 한마디 했다. 며칠 후 내가 재명이를 데리고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새로 맞춰주었다.
아빠한테 재명이가 "예리하신 분 같아요! 어떻게 첫눈에 제 안경이 이상한 걸 아셨
을까요? 저도 좀 불편하여 아빠께 말씀드리려던 참이었는데!"
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어서인지 재명이는 그 이후 꽤나 나랑 친해졌다.
재윤이보다 정적인 아이이고, 학구파처럼 곱상하게 생기고 깊은 사고력을 가진
아이로 보였기에 그리고 찬찬히 뭔가에 집중하는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아있었다.
내 아들 혁이와는 이미 친분이 아주 돈독했던 쌍둥이아들들.
형을 꼬셔서 치킨도 사달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날엔 쌍둥이들이 귀여워서 혁이가
먼저 맛난 것을 주문하여 과외가 끝나면 셋이서 좋아라 하는 만화책 삼매경에 빠져
즐기기도 했단다.
그 세월도 어느덧 2년이 넘었다. 그 모든 것이 우리 두 사람의 작전(?)이었다는
것을 쌍둥이들은 뒤늦게 알았지만, 두가정이 합쳐지면서 자식들간의 불화나
불협화음을 완화하기 위해 머리를 좀 굴렸다고 해야 하나....ㅎ
요즘엔 많은 부모들이 다 그러하듯이 우리 부부도 재혼 후에 제일 주력하고 있던
것이 쌍둥이들의 게임방 출입과 PC사용통제에 있었다.
작년11월에 좋은 정보를 접하여 실속있고 학비도 비교적 덜 드는 곳으로 유학
보냈지만 언제나 마음은 다섯자식 중에 미성년자인 쌍둥이들에게 집중된다.
어제 시험 결과가 나왔다며 먼저 재윤이가 전화를 했다. 070전화이다 보니
기숙사에서도 편하게 집으로 자주 전화를 하곤 한다.
"저요! 80명 중에 5등 했습니다! 저 이번에 엄청 열심히 했거든요. 기분 좋아요!"
"애썼다! 수고 많았어!!"
늦게 간터라 수학의 경우엔 아직 덜 배운 부분이 출제되기에 아직까지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그곳 생활에 적응해 가는 모습만을 기다리고 있던 차에
요즘 공부에 매진하고 부쩍 철이 든 막내가 참 기특하고 예쁘다.
"재명이형은 요즘 어떠니?"
"머리를 장발로 기르고 친구들 폰이나 PMP를 빌려서 방송을 시청하고
제가 충고해도 잘 안듣고 막 뭐라고 그래요. 결국 너무 머리모양이 심해서
오늘 선생님이 머리 정리정돈하라고 하셔서 겨우 잘랐어요!"
재명이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가보다.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그래! 어렵게 결정해서 아빠가 힘들여서 보낸
유학이잖니 너라도 제대로 열심히 해주니 고맙구나!"
아빠께서 늘 하신말씀처럼 다섯자식 중에 하겠다고 노력하는 자식을 밀어주겠다는 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감정을 한발짝 뒤로 물리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모임이 있어 늦게 귀가한 내 짝에게 소식을 전하니 기뻐한다.
그리고 또다른 가슴이 휑함도 느끼면서....
다짐하고 다짐하여 간 유학길.
다섯자식이 다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내 둘을 유학 보내겠다 결심한
것은 정말이지 마지막 보루같은 것이었다. 나보다는 자식의 앞날을 먼저
생각해서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아직은 재명이가 부모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니 섭섭하고 괘씸키도 하다.
그러나 어쩌랴!
같은 나무에서 피어나는 꽃도 다 피고짐이 다른데, 하물며 자식일까!
언젠가는 오랜 기다림 끝에 더 화려하게 피어날 재명이가 될 것이라 다시 한번
믿어본다.
'쌍둥이? 그래! 너희둘이 한 몸이 아닌데 어찌 다른 점이 없을꼬! 내 오늘 그것을
인정하며 나중 될 녀석에게 마음으로 담은 사랑을 한아름 보낸다. 꿈 속에서라도
꼭 이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받아다오!'
아직도 속을 차리지 못하는 우리 아픈 손가락, 쌍둥이 아들 재명이도 먼 훗날엔
애타는 이 부모맘을 알아 줄 날이 오겠거니 생각하며 위안하며 둘이서 봄비
내리는 늦은 저녁에 고단한 술잔을 부딪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