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에 있는 모 중소기업에 사내근로복지기금 도입컨설팅을 다녀오는
길에 일산에 있는 뉴코아백화점을 들렀다. 올 여름에 입을 편안한 셔츠가
두어개 있으면 좋겠다고 아내가 사주겠단다.
셔츠 두개를 고르고 편하게 입을 바지를 하나 더 사주겠단다.
여간해서는 허튼데 돈을 쓰지 않는 아내인데 왠 선심?
옷을 더 사주겠다니 기분이 좋아진다.
"바지는 몇인치 입으세요?"
"34인치요"
"아니지 33인치 반이지"
"33인치 반이나 34인치나 같은거지..."
"다르지! 33.5와 34가 어찌 같단 말이오?"
"........."
곁에서 지켜보는 직원이 웃는다.
"34는 아닌 것 같으니 33을 줘보세요. 혹시 맞을지?"
"아닌데 34는 입어야 할낀데...."
나는 내심 33을 입고 싶었다. 그래야 내 뱃살을 뺄 수 있는 도전목표가
될 것 같았다.
33을 입고 나오니 약간 타이트하다.
"배에 힘을 빼시오"
"내가 뭘???"
"배에 힘을 잔뜩 주어 일부러 배를 집어넣고 있잖아요~~"
배에 힘을 빼니 역시 타이트하다.
내가 보아도 배가 볼록하다.
영락없는 임신 5개월쯤 되어 보인다.
"으이구 이 뱃살!!!
당신에게 인정하기는 싫지만 34를 입어야겠소이다"
"괜찮아요. 나는 당신의 볼록한 배와 넓은 이마가 매력적으로 보여요"
"내 참, 칭찬이오? 조롱이오?"
"알아서 해석하세요? 나는 이상하게도 중년남자들의 뱃살과 벗겨진
머리가 하나도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런 중년의 인격처럼 느껴져요.
당신의 볼록한 배와 벗겨진 이마, 흰머리도 하나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고 나는 오히려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니깐요~~ 그래서 당신과는
천생연분인가봐"
32를 입다가 33에 이어 지금은 34까지......
한때는 35까지 입은 적이 있었는데 지금 그 바지를 입으면 헐렁하다.
내 허리가 저 정도까지 갔던 적이 있었다니 나도 놀란다.
34를 인정은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다짐을 한다.
'두고 보시오. 내 운동 열심히 해서 곧 허리 33을 만들테니.....
32까지 만들고는 싶은데 그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고...ㅠㅠ"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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