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활동하고 있는 카페에 부부의 신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이 올라왔다.
요약하면 이혼후 싱글맘으로 있는 사람에게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알고지내는 친구가
만나자고 전화가 걸려와 반가운 마음에 나가보니 그 친구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전하더라는
것이다. 남편을 잘 만나 주변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며 잘 살것 같던 그 친구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고 한다.
"신랑이 사업하다가 망해서, 생활비조차도 받기 어려워서 애들 셋하고 살려다보니 위장이혼
이것밖엔 달리 할 수 있는 길이 없었어 "
그 친구집의 명의가 신랑이 아닌 친구 명의로 되어 있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고 친구는
그 집을 처분하고 1억원 넘게 들고 나왔다는데 그걸로 전세 싼거 얻고 기초생활수급을
받으면서 애들 키울거라고 하며 이어 충격적인 말을 하더라는 것이다.
"말이 위장이혼이지, 어차피 도장 찍은 것... 별로 신랑하고 살기도 싫었어~
나 혼자서 그 돈으로 애들 셋 다 잘 키우고 지금 교제하고 있는 맘에 맞는 남자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 실은 어릴 때부터 친구로 지낸 남자를 만나고 있어"
그 말을 들었을 때, 어딘가 한방 맞은 것처럼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과연, 친구의 남편이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떨까? 평소 그 친구가 정말 현실적이었던 것은 예전부터 알았지만,
지금의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글을 읽으면서 4년전 비슷했던 나의 과거 기억이 떠올랐다.
집사람도 주식투자에 실패하여 많은 경제적인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어느날 밤,
나에게 눈물을 흘리며 이혼해 줄 것을 요구했었다.
"미안해, 빚이 많아서 도저히 갚을 방법도 없고 자신이 없고, 그냥 있으면 우리집 파산을
당하고 당신도 직장에서 얼굴을 들고 회사를 다닐 수도 없고, 우리 가족 모두 뿔뿔이
흩어저 살 수 밖에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법 밖에는 내가 가족을 위해 더 해줄
방법이 없으니 자기는 걱정말고 나라도 이혼하고 나가서 애들 셋하고 잘 살라고..."
나와 이혼하면 집사람이 택할 선택은 너무도 뻔했다.
"우리가 결혼을 한 것은 혼자 잘 먹고 잘 살자고 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당신이 주식투자를
한 것이 우리 가족 모두 잘 살아보자고 한 것이었지 당신 혼자 영화를 누리자고 한 일이
아니잖소! 신혼 초에 서로가 한 약속 우리 둘 중 누가 먼저 죽든 죽기 전에는 절대 헤어지지
말자던 그 약속대로 우리 끝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봅시다. 열심히 살다보면 혹시 행운이
뒤따를지도 모르지 않소"
그후 집사람과 나 둘이서 개인회생을 신청하여 이행하던 도중 집사람은 빚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유방암을 얻어 1년 6개월을 투병하다가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결혼하면서 우리 부부는 죽기 전에는 헤어지지 말고, 나중에 뒤에 남은 사람이 먼저
간 사람을 마지막까지 하늘나라로 잘 보내주자고 약속을 했는데 나는 그 약속을 너무도
빨리 지켜야 했다. 다시는 집사람을 내 생전에는만날 수도, 볼 수도 없기에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과 지켜주지 못한 안타까움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이 크게 남아있다.
사랑의전화 복지재단이 발간한 '2007년 사랑의전화 상담백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전화상담을 한 5,149명중 1위에 부부문제(22.4%)가 차지할 정도로 부부위기가
심각하다. 2위는 가족문제(19.0%), 3위가 이성문제(12.8%), 4위가 인생문제(12.8%),
5위는 성문제(12.3%) 순이었다고 한다. 부부문제 중에서도 남녀모두 배우자의 외도에
관한 상담(31.7%)이 가장 많았고, 이어 성격차이(23.3%), 성생활(12.2%) 순이었다.
부부는 살면서 자칫 서로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간과하기 싫다. 건강하고 성공한 삶
뒤에는 건전한 가정과 부부관계가 기본이자 필수불가결 요소이다. 부부관계에서
상대의 학력이나 재물, 물질, 미모가 우열의 척도가 될 수 없다. 부부관계는 일방이
아닌 공동책임이다. 함께 섬기고 노력하여 함께 완성시켜 나가야 한다. 살다보면
남의 떡이 커보이듯 다른 부부와 비교하게 되고 부족한 점도 눈에 띄고, 단점도 크게
보이게 된다. 100년도 채 함께 살지 못하면서 1000년을 살 것처럼 교만을 부리며
무시하고 군림하려 들어서도 안된다.
부부는 유행가 가사처럼 헤어지면 남이 되는 무촌지간이 된다. 그만큼 가까우면서
깨지기도 쉽기에 지키고 유지하는데 그만큼 더 신경을 쓰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배우자를 두고 외도를 하는 것은 부부의 기본인 신뢰관계를 깨뜨리는 행위이므로
여하한 명분으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배우자 또한 나와 같은 소중한 인격체이므로
같이 사는 동안에는 부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 존경해주고 가급적 배우자에게
상처주는 말이나 행동을 삼가하고 장점은 칭찬해주고 단점은 눈을 감아주는 지혜로
서로 부족함을 채워주며 살면 참 좋을 것 같다.
2008.6.16.
김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