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시간 후면 정들었던 지금의 아파트에서 단지내 조금 떨어진 옆 동으로
이사를 한다. 지난 2004년 6월 30일 이사하여 만 4년에서 딱 10일 부족한
기간동안 내 삶 가운데서 가장 가슴아팠고 고통스러웠던 영욕이 교차하는
파란만장한 굴곡의 삶을 보낸 곳이기에 이 곳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라
생각하니 착잡하고 만감이 교차된다.

그 어려움 속에서 세 자식들을 키웠고, '사내근로복지기금 운영실무' 책자 발간,
활발한 강의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희망의 보금자리임과 동시에 결혼하여
지금껏 함께 살았던 내 사랑하는 아내이자 내 인생의 소중했던 길벗, 아니
인생동지가 2005년 5월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고 하늘나라로 가기전까지
1년 6개월동안 투병생활을 함께 하던 곳이다. 집안을 둘러보면 아직도 곳곳에
집사람의 손떼와 메모,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마치 지금도 생생히
살아 있는 듯한 체온이 느껴진다. 이름만 부르면 곧 대답할 것 샅고, 나에게
다가올 것만 같아서 하늘나라로 가기전 사용했던 물품 대부분을 아직도 그대로
남겨두었다. 꼭 내게 다시 돌아와 다시 그 물건을 창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에...

어쩌다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현관에서 "지금 몇시요? 당신 미쳤소?"
하며 눈을 부릅뜨며 야단을 칠 것만 같다. 안방 서랍을 열면 다이어리에유방암
투병생활을 하면서 쓴 글이며, 약 처방전, 국림암센터 진료비 계산서와 병원
의무기록지 사본, 서울대 유방암센터장 노동영 교수님과 나눈 이메일이며,
항암치료에 좋은 약품, 항암제에 개발에 대한 기사 등을 스크랩한 자료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모두가 살기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치열하게 몸부림을 쳤던 흔적이기에 내 차마 치울 수가 없었다.

집사람 손떼가 묻은 장롱과 차단스도 아직 그대로 있다. 결혼 10주년이었을 때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집사람은 장롱을 바꾸고 싶어 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
갚아야 할 빚이 많은데 무슨 장롱이냐고 그 돈으로 먼저 빚부터 갚고 나중에
결혼 20주년이 되면 내가 그때는 꼭 사주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내가
집사람 고집을 꺾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집요한 설득 끝에 정 사고 싶으면
사라고 허락을 했을때 환하게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하니 집사람
말을 들어준 것이 얼마나 다행인줄 모른다. 결혼 20주년을 1년 5개월 남두고
먼저 하늘나라로 훌쩍 떠나버렸으니 만약 그때 사라고 허락하지 않았으면
아마 나는 또 다른 회한을 가슴 한켠에 평생 간직하고 미안함으로 살았을 것이다.
함께 20년을 살지 못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나에게 회한을 남겨주지 않게 하려고
그때 그렇게 사겠다고 고집을 피웠나... 그럴줄 알았으면 내 빚을 내서라도
더 좋은 장롱으로 그냥 기분좋게 살줄껄....

안방 들어가는 문 옆에는 쌍둥이 녀석들 키를 잰 표시가 남아있다. 4년동안
키도 많이자랐고, 체중도 많이 늘었고 고집도 많이 늘었다. 큰애 동규는
고등학교를 졸업후 대학에 진학했고.....

이제 밤 12시가 넘었으니 이사가 8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밤 12시 20분이
넘어가는데도 잠이 오지를 않는다. 집사람과 그동안 이 집에서 웃고, 울며,
부디끼며 살았던 지난 기간들에 대한 추억과 아쉬움, 이별의 아픔이 나를
잠못들게 만든다.

그러나 나는 몇시간 후면 정들었던 이 집을 뒤로 하고 나는 이사를 해야 한다.
지난 과거 아픈 추억과 고통을 훌훌 털고 새로 이사하는 집에서는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다시 지피며 살리라! 여기서 겪었던 아픔과 고통, 절망, 후회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고 살리라! 새로운 각오로 두 눈 부릅뜨고 새로이 오게 될
희망과 기회의 미래를 준비하며 열심히 노력하며 살리라! 종자돈도 모아 집도
장만하고, 열심히 시간을 아껴 글도 쓰고,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사내근로복지기금 회계실무', '사내근로복지기금 진단' 책자도 집필하고,
'사내근로복지기금 운영실무' 개정판도 올해 안에 내리라! 사랑하는 희망둥이인
세자식도 반듯하게 키워내며 내 미래를 꼭 희망으로 도배질하리라!

슬픔이여 이제는 안녕~~
아픈 추억이여 잘 있거라~~

2008.6.21.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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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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