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2005년 5월 세브란스병원에서 유방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일 때
나는 마음 속으로 하나님께 조용히 묻고 내 스스로 답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하나님! 만약 우리 부부 중에 한사람을 꼭 데려가야 한다며 당신과 나, 둘 중에
누가 남겠느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주저없이 내가 남겠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이 옳았음을 나는 지금도 확신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부부 중에서 사별을 한다면 먼저 죽은 자만 불쌍하고 그래도 살아남은
자가 복 받은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장모님도 늘 비슷한 말씀을 하십니다.
그러나 홀로 남아 살아야 하는 자의 앞길이 세 자식을 키워야 하고, 집도 없이
월세살이에 빚투성이고 개인회생까지 받은 상태라면 그래도 복 받은 삶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 누구에게도 이제는 손을 벌릴 수 없습니다. 손을 벌려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돌아오는 것은 냉소와 조롱 뿐입니다. 요즘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하면 무사히 넘길지,
당장 부족한 돈은 어디서 조달하고 해결해야 하나 생각하면 머릿속이 복잡하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빨리 지나갑니다.

오늘 장모님이 사무실에 전화하여 쌍둥이들이 다니는 학원 영어선생님이 전화가 왔다고
빨리 전화해보라고 하시기에 퇴근길에 들려보니 방학때 쌍둥이들에게 특강을 하라는
권유였습니다. 처음에는 방학때 힘들다고 특강 하지 않겠다고 하던 녀석들이 마음이
바뀌어 재윤이는 1학기말 시험에서 국어를 망쳤다고 영어와 논술 특강을 듣고  싶다고
합니다. 재명이도 재윤이가 하겠다고 나서니 "그럼 저도 영어와 논술 할래요" 누가
쌍둥이자식이 아니랄까봐 두 녀석 경쟁이 치열합니다.
 
두 녀석 기본 학원비에 특강 두 과목씩을 수강하면 65만원나 되며, 특강은 선착순
마감이니 빨리 신청하라는 말에 "특강 신청은 애들과 상의하여 모레 금요일까지
결정하여 알려드리겠습니다"하며 얼른 학원을 빠져 나왔습니다. 교육비부담이 갈수록
만만치 않을텐데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돈이 부족하면 서운하더라도 눈 딱 감고 과감하게 지출을 줄이면 곧 해결이 되지만
정말 견디기 힘든 것은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멸시와 냉소입니다. 이런 것들이
더 큰 마음의 상처로 남습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자존심이 강하고 카리스마가
넘쳤던 당신이 돈과 빚,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내가 지켜보는 것보다는
그래도 어려서부터 외로움과 오래참음에 익숙해져있는 내가 이런 고통과 수모를 받는
것이 낫고 그래야 내 마음도 편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늘이 나를 선택하여 남기신
모양입니다. 혼자서 버텨내야 하는 외롭고 힘든 삶을 이렇게라도 당신에게 하소연해야
 후련해질 것 같습니다.

나는 꼭 이겨내고 승리할 것입니다. 20년간 고통받았던 말더듬도 치료한 나입니다.
대신 당신은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여보! 그동안 힘드셨죠? 고생 많았어요" 그냥
이렇게 말해주면 됩니다. 그 말 한마디면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로 시퍼렇게 멍들고
휑하니 뚫려있을 내 마음속 상처가 일순간 모두 치유될 것만 같습니다.

2008.7.16.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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