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은 짧아서 시골에 내려가지 않을 생각이다.
또한 작년에 집사람 제사상을 우리 집에서 차리지 않고 작은아버지 집과
동생 집에서 이중으로 차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장모님이 크게 상심하여
은근히 추석때 내려가지 않으면 안되냐고 묻기도 했었다.
"여자는 뭐니뭐니해도 남편이 차려주는 제사밥이 최고라네..."

그동안 집사람이 두 처남들을 대신하여 가장 역할을 하며 처갓집을 이끌어
왔던터라 애지중지하며 아끼고 의지했던 딸이 자신보다 먼저 갔으니 원통함과
안타까움, 그리움이 오죽하랴! 어느 수필가는 부모를 잃은 아픔을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고 했는데 자식을 먼저 보내는 고통이 천붕지통보다 더
아픔이 크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기둥같았던 딸자식을 먼저 보낸 후의 세월이
얼마나 장모님을 힘들게 했었을까!

작년 추석때 이중 제사상 사건 이후 나에게 "내가 살아있을 동안에는 은경이
제사상 만큼은 내 손으로 직접 차려주고 싶으니 그렇게 알고 있게" 하시며
단호하게 말하시던 모습을 생각하면 '이것이 모정이구나!'를 느끼며 콧등이
시큰해진다.

지난주말 시골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주말마다 농협하나로마트를
가면 제수용품을 하나하나 준비하신다. 오늘은 피문어 한마리와 햇쌀,
햇찹쌀을 고르신다. 지난주에는 내가 주신 용돈으로 아파트 장터에서
곶감과 병어를 미리 사두셨다고 귀띰하신다. 자연히 평소보다 시장비용이
훨씬 늘어나고 있다.

매년 추석이 다가올 즈음이면 집사람 손에 이끌려 미리 노량진 수산시장에
나가 제수용품으로 민어, 숭어, 도미, 장대, 병어 같은 생선을 사서 손질하고
말려서 시골에 가져가 제사상에 올리고 과일은 낱알이 굵고 큰 것으로 골라
차 트렁크에 실어 시골 내려갈 때 가져갔는데 이제는 내 손으로 제수용품을
사서 집사람 제사상을 차려야 하다니, 참 얄궂고 무정한 세월이로고!

추석이 다가오는 요즘 살아있을 때 더 잘해주지 못했던 아쉬움이 시간이
흐를수록 가슴 한켠에 더 크게 다가옴을 느끼게 한다.

2008.8.31.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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