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쌍둥이자식들이 참 많이 컸습니다.
당신이 2년전 사놓고 간 팬티가 이제는 작아 꼭 낀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니 당신이 하늘나라로 간지도 벌써 1년 8개월이 훌쩍 지나갔군요.
무정한 세월!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산다고, 혼자 남겨진 나는 죄인된 심정으로
이 악물고 두주먹 불끈 쥐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 쌍둥이들이 한참 뛰고 놀 시기인지라 활동량이 많아 땀을 비오듯 흘리기
때문에 하루에도 두세번씩 옷을 갈아입히곤 합니다. 막내 재윤이가 당신을 꼭
닮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옷 입는 것도 유난히도 까다롭고 깔끔을 떨기도
합니다. 날씨도 더운데 요즘 녀석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장모님이 무척 힘들어
하십니다.
어제 퇴근하고 집에 가니 장모님이 쌍둥이들 런닝이며 팬티가 없다고 하시며
비슷한 사이즈로 사오라고 넣어주시는 런닝과 팬티 하나씩을 들고 부랴부랴
뉴코아아울렛으로 갔습니다. 당신이 건강할 때는 쌍둥이들 옷을 사러 늘 함께
다니던 낯익은 곳인데 요즘은 참 낯설기만 합니다. 전에는 둘이서 함께 다녔지만
이제는 나 혼자서 보고 고르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 남자가 물건값도 잘 흥정하지
못한다고, 그리 순해서 어떻게 험한 세상 헤쳐나가며 살거냐고 당신에게 구박도
참 많이 받았지요. "당신같이 어수룩한 사람 혼자 두고 가려니 내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마지막까지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
온 김에 고객상담실에 들러 이사한 곳으로 주소도 바꾸어 놓고, 유아용품 코너
몇군데를 둘러보았지만 썩 마음에 드는 옷이 없네요. 마음에 드는 상품은 턱없이
비싸고 매대상품이라고 나온 것들은 모두 이월상품에 후즐근하고...
팬티도 각각 4개씩, 상의 런닝도 4개씩을 사야 하기 때문에 여기저기를 다니다
발품을 판 끝에 겨우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골랐는데 팬티 하나에 8000원을 달라고
합니다. "어휴~~ 저는 이렇게 비싼 것은 못사요"하고 나오려니 "그러면 잠깐만요,
여기 50% 세일하는 것도 있어요" 하며 붙잡네요. 한번 튕긴 덕분에 팬티 8장을
절반값 이하인 28,000원(한개당 3500원)에 사고, 상의는 매대상품으로 지금 입고
있는 것보다 한치수 큰 것 두장(재윤이는 몸집이 있어서), 그리고 재명이는
호리호리하여 같은 치수로 두장해서 32,000원(한개당 8000원)을 사가지고 왔더니
장모님이 잘 사왔다고 하십니다.
앞으로 홀로서기를 계속 해야 합니다. 생전에 당신과 함께 다니며 어깨너머로
익힌 흥정법과 물건 고르는 방법을 생각하며 잘 해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하 킴스클럽에 들러 장모님 드실 윌과 마침 빵을 세일하기에 녀석들 내일 먹을
간식거리 빵과 음료를 골라 샀더니 큰애에게 빌린 십만원이 금새 바닥나 버립니다.
봉급은 제자리인데 물가가 올라도 너무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세 자식들 건강하게
잘 뒷바라지하며 키우려면 앞으로 돈도 많이 벌어야 하는데 양어깨가 무거워집니다.
내가 마지막 버팀목인데, 당신이 남겨준 우리 희망둥이 세 자식들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씩씩하게 살려고 합니다. 나는 당신이 남편으로 선택한 행운의 남자였으까요...
2008.7.8.
김승훈
당신이 2년전 사놓고 간 팬티가 이제는 작아 꼭 낀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니 당신이 하늘나라로 간지도 벌써 1년 8개월이 훌쩍 지나갔군요.
무정한 세월!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산다고, 혼자 남겨진 나는 죄인된 심정으로
이 악물고 두주먹 불끈 쥐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 쌍둥이들이 한참 뛰고 놀 시기인지라 활동량이 많아 땀을 비오듯 흘리기
때문에 하루에도 두세번씩 옷을 갈아입히곤 합니다. 막내 재윤이가 당신을 꼭
닮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옷 입는 것도 유난히도 까다롭고 깔끔을 떨기도
합니다. 날씨도 더운데 요즘 녀석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장모님이 무척 힘들어
하십니다.
어제 퇴근하고 집에 가니 장모님이 쌍둥이들 런닝이며 팬티가 없다고 하시며
비슷한 사이즈로 사오라고 넣어주시는 런닝과 팬티 하나씩을 들고 부랴부랴
뉴코아아울렛으로 갔습니다. 당신이 건강할 때는 쌍둥이들 옷을 사러 늘 함께
다니던 낯익은 곳인데 요즘은 참 낯설기만 합니다. 전에는 둘이서 함께 다녔지만
이제는 나 혼자서 보고 고르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 남자가 물건값도 잘 흥정하지
못한다고, 그리 순해서 어떻게 험한 세상 헤쳐나가며 살거냐고 당신에게 구박도
참 많이 받았지요. "당신같이 어수룩한 사람 혼자 두고 가려니 내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마지막까지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
온 김에 고객상담실에 들러 이사한 곳으로 주소도 바꾸어 놓고, 유아용품 코너
몇군데를 둘러보았지만 썩 마음에 드는 옷이 없네요. 마음에 드는 상품은 턱없이
비싸고 매대상품이라고 나온 것들은 모두 이월상품에 후즐근하고...
팬티도 각각 4개씩, 상의 런닝도 4개씩을 사야 하기 때문에 여기저기를 다니다
발품을 판 끝에 겨우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골랐는데 팬티 하나에 8000원을 달라고
합니다. "어휴~~ 저는 이렇게 비싼 것은 못사요"하고 나오려니 "그러면 잠깐만요,
여기 50% 세일하는 것도 있어요" 하며 붙잡네요. 한번 튕긴 덕분에 팬티 8장을
절반값 이하인 28,000원(한개당 3500원)에 사고, 상의는 매대상품으로 지금 입고
있는 것보다 한치수 큰 것 두장(재윤이는 몸집이 있어서), 그리고 재명이는
호리호리하여 같은 치수로 두장해서 32,000원(한개당 8000원)을 사가지고 왔더니
장모님이 잘 사왔다고 하십니다.
앞으로 홀로서기를 계속 해야 합니다. 생전에 당신과 함께 다니며 어깨너머로
익힌 흥정법과 물건 고르는 방법을 생각하며 잘 해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하 킴스클럽에 들러 장모님 드실 윌과 마침 빵을 세일하기에 녀석들 내일 먹을
간식거리 빵과 음료를 골라 샀더니 큰애에게 빌린 십만원이 금새 바닥나 버립니다.
봉급은 제자리인데 물가가 올라도 너무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세 자식들 건강하게
잘 뒷바라지하며 키우려면 앞으로 돈도 많이 벌어야 하는데 양어깨가 무거워집니다.
내가 마지막 버팀목인데, 당신이 남겨준 우리 희망둥이 세 자식들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씩씩하게 살려고 합니다. 나는 당신이 남편으로 선택한 행운의 남자였으까요...
2008.7.8.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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