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10월 집사람이 국립암센타에서 유방암 말기 투병 중일 때
식사량이 공기밥 한 그릇 이라면 복용해야 할 약은 그의 1.5배였다.
대부분 통증을 완화시켜주기 위한 마약성분이 함유된 진통제들로 일반 약국에서는
판매가 금지된 약들이다. 그 약 중에 덱사라는게 있는데 처음에는 하루에 네번씩
두 알부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8개로 늘어났다. 8개를 목으로 넘기려면 여간
고역이 아니다.
집사람 곁에서 먹는 음식보다 더 많은 덱사를 입안에 넣고 고통스럽게 삼키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안타까움과 애처로움은 이루 말로 형언할 수가 없다.
항암제를 맞으며 이렇게 고통스런 약을 처방받아 먹는 것 이외에 달리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그저 참고 기다리며 한시라도 빨리 새로운 항암제가
나오기만을 학수고대하며 인터넷을 뒤지며 암에 관한 정보를 애타게 찿았다.
한때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에 모든 희망을 걸며 열광하며 올인했다. 집사람이
국립암센터에 입원해 있었던 당시 항암치료에 지쳐 자포자기하고 희망의 끈을
놓으려는 병실 환자들에게 "조금만 버티자. 황박사님이 우리에게 맞는 새로운
항암제와 줄기세포 기술을 개발하여 반드시 우리를 살려 주실거야"라고 격려하고
식사를 포기한 환자들에게도 밥을 먹어야 기운도 내어 암과 싸워 이길 수 있다며
억지로 밥을 먹게 만들었다.
"그래! 바로 이거다. 사람이 희망을 가지고 있는 한 분명 방법은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20일 네째 동생이 광주광역시 첨단지구에서 나이트틀럽을 오픈하는
것을 지켜보신 아버지가 3일전 전화통화에서 나에게 조심스레 한마디 건낸다.
"그날같은 이 경사스런 자리에 꼭 있어야 했던 한 사람이 빠져 서운했다.
동규엄마가 이 자리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경사스런 자리에서 동규엄마 얼굴이 자꾸 떠올라 아쉽고 서운했다"
아버지가 이미 1년 반 전에 하늘나라에 간 집사람을 거론한 것은 그동안
집사람이 우리 집안에 끼친 영향력이 그만큼 컸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는 장모님까지 한마디 거드신다.
"동규엄마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지만 죽은 년만
불쌍하지"
"빚만 남겨놓고 가서 미안해! 동규는 컸으니 지 앞길 혼자 헤쳐나갈 수 있지만
우리 쌍둥이들 불쌍해서 어떡해! 우리 쌍둥이들 끝까지 잘 부탁해!"
"쌍둥이들은 걱정말고 하늘나라에 먼저 가서 잘 살어. 내가 쌍둥이들은 잘 키워
사회의 리더로 내보내고 당신 뒤를 따라 하늘나라에 갈테니깐..."
눈을 감기 3일전 마지막으로 나에게 유언을 하고 쌍둥이들을 부탁하며 집사람은
내키지 않은 발걸음으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남겨 놓은 빚을 정리하느라 지금껏 2년간 한달 한달을 먹고 싶은 것 참고,
입고 싶은 것 아끼며, 어지간한 거리는 걸어다니며,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자린고비 생활을 하며 악착같이 살고 있다. 휴일이면 회사 사람들은 관광지며
콘도를 여행하며 외식도 한다지만 나는 집과 교회만 왔다갔다 하며 참고 버틴다.
살아있으니 행복할 거라고? 빚에 허덕이며, 남겨진 세 자식을 키우며 살아가는
산 자의 고통을 아는지? 몇년 지나면 빚도 갚고 빠듯한 생활도 차츰 펴지겠지!
그러나 보고 싶은 사람 보지도 못하고, 이제는 곁에 하소연할 사람도 없어 나홀로
고민하고 결정하고, 그리움도 외로움도 혼자 삭히고 참아내야 하는 정녕 산 자의
고통을 아는가?
2008.5.28.
김승훈
'김승훈의 내사랑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의 신뢰관계 (0) | 2009.04.22 |
---|---|
용서하지 않으면 자신만 괴롭다. (0) | 2009.04.22 |
결혼 20주년 (2) | 2009.04.22 |
부부간 대화가 중요한 이유 (0) | 2009.04.22 |
얄궂은 인생사 (0) | 2009.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