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사람을 처음으로 만나 결혼하여 함께 했던 지난 19년 3개월의 시간을
내 일생 최대의 행운으로 생각한다. 진정 소중한 만남은 서로의 영혼을 교류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나는 집사람을 만나 많은 대화를 통해 영혼을 교류하고
살았고 내내 소중한 마음의 안식과 평안을 가질 수 있었다. 집사람이 즐겨썼던
표현대로 "아~ 하면 어~ " 할 정도로 서로 마음이 잘 통했다.
우리 부부는 생각해보니 대화를 많이 나누고 살았던 것 같다.
서로 같은 직장으로 출퇴근하다보니 집에서도 함께 지냈고, 출퇴근, 회사에서도
자주 만났고, 집에 와서도 산책도 같이 다니고 쇼핑도 같이 하고 너무도 당연하지만
잠자리도 같이 하고... 아무튼 같이했던 시간이 너무 많다보니 대화할 시간이 그만큼
많았던 것 같다. 집사람과 헤어진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 너무 다정하게 사는
것을 하늘이 시기해서 집사람을 일찍 데려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대화를 시작하다보면 소재는 끝이 없었다. 회사 이야기, 일 이야기, 자식들 이야기,
회사 동료 이야기, 친척들 이야기, 우리의 미래 이야기, 빚 걱정, 집은 언제 마련할
수 있을까? 등 밤에 눈을 감을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때론 잠자리에서도 대화가
너무 길어져 "우리 내일도 있으니 오늘은 그만 잡시다" 하고 겨우 끝을 맺곤 했다.
그러나 이렇게 중도에 이별할 줄 알았더라면 그때 밤을 세워서라도 이야기를 계속
나눌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화가 좋은 점은
첫째, 서로간에 비밀이 없어져 신뢰가 쌓인다. 우리 부부는 비밀이 거의 없었다.
나는 천성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것 같다. 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빨개져
금방 탄로가 나 버린다. 비밀은 감추고 혼자만 독점하는 것으로 남을 배척하는
타인의 접근을 막는 형태로 표출된다. 비즈니스 또는 사람과의 만남에서 상대방의
말만 듣고 자기 속내나 의견은 일절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상대할수록 거북하고
때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서움까지 느끼게 한다. 대화는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는 것으로 많이 할수록 신뢰와 정이 쌓이게 된다.
둘째, 아이디어와 중지를 모을 수 있다. 혼자가 아닌 둘, 셋, 그 이상이 모여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고 더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참고하여 문제
해결에 더 효율적인 방법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셋째, 이해와 배려가 가능하다. 대화를 나누다보면 상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고 실행으로 옮김으로서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과 결과로 연결된다. 우리는 집사람 생전에 거의 부부싸움을
거의 하지 않았고 하더라도 빨리 끝냈다. 평소 대화를 많이 나누다보니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면 싫어하는 말과 좋아하는 말,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될 말을 알고
있었기에 자연히 불필요한 의견충돌이 생기지 않았다.
넷째, 상대를 격려하고 격려받게 된다. 아픔과 어려움을 털어놓을 때 사람들은
진정으로 상대를 격려하고 격려받게 된다. 좌절에 빠져있었다면 격려를 통해 다시
일어나게 된다. 격려는 사람의 아픔과 고통도 잊게 해주는 영혼의 마약과도 같다.
다섯째, 몸과 마음의 건강함을 유지시켜 준다. 고민을 혼자만 간직하고 끙끙대다
보면 스트레스가 되고 이로 인해 건강을 해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홧병이란 병이 실제 존재하고 있다. 마음에 응어리를 누구에게도 털어내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나면 마음이 안정되고 홀가분해진다.
자연히 몸의 신진대사도 활발해지고 건강이 좋아지게 된다.
기쁨은 감추고 슬픔은 여러 사람에게 알리라는 말이 있다.
이 시대를 위기라고 하는데 그 근본원인을 분석해놓고 보면 아마도 "대화부족"이
가장 큰 요인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승훈, 200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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