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옆 동으로 이사를 하고 오늘 출근하기 전에 동사무소(지금은
주민자치센터로 이름이 바뀌어 있음)에 들러 주민등록 전입신고도 하고
주민등록증과 면허증에 바뀐 주소도 기록하고 전세계약서에 확정일자
날인도 받았다.
주민등록 전입신고 기재사항 이름에서 나, 큰애, 쌍둥이자식 이름을 쭈~욱
써내려가는데 왠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4년전 전입신고 때와 비교하니
소중한 한사람 아내 이름이 빠져 있다. 4년전에 전입신고를 했을 때는 아내
최혜숙 이름을 내가 직접 썼는데 이번에는 쓸 수가 없었다. 아내 이름을 적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 때문인지 전입신고를 하는 동안 내내 마음이 착잡하고
미안하기만 했다. 꼭 집사람 혼자만 전에 살던 아파트에 남겨두고 나와 세
자식들만 새로 이사가는 집으로 몰래 옮겨가는 것만 같다.
동사무소 행정을 보는 여자분의 낯이 익다. 1년 6개월전 집사람 사망신고를
하러 갔을 때 창구에 앉아 있던 사람이다. 사망신고를 하는데 사망 일시,
사망사유, 사망 장소, 신고자, 사망자와의 관계 등을 쭈욱 적고 벽제
화장장에서 발급받은 화장증명서류를 함께 제출했던 기억이 난다.
여자분도 그때 기억이 난 것인지, 내내 머리를 숙이고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기에 나도 필요한 말만 하고 수속을 마치고 얼른 동사무소를 빠져나왔다.
가장인 내 밑에 아들만 셋, 게다가 어린 초등학생 쌍둥이까지 있으니 내
사연을 알고 있는 그 여자분이 보기에도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이사하면서 짐을 정리하다보니 1992년에 집사람 방송통신대 동창들 부부들과
함께 가을단풍놀이에 가서 내장산 정상에서 찍은 액자사진이 나왔는데
장모님이 그 사진을 안방에 걸어두지 그러냐고 넌즈시 내 의사를 묻기에
그러겠다고 하고 안방에 걸어두었다. 장모님은 딸자식, 내가 사별한 아내에
대한 마음이 멀어질까봐 신경이 쓰이시는 모양이다. 그것이 딸자식, 그것도
한참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어미의 애끓는 마음이겠지..
하루 하루 참고 살 뿐이지, 내가 어찌 집사람에 대한 추억이나 기억까지
잊을 수 있으랴! 이렇게 사진을 보면 자꾸 생각나고, 행복을 지키지 못한
자괴감과 유방암 투병생활 중 뒷바라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며
내 마음이 한없이 저려오고 죄책감이 밀려오는데...
보고싶어도, 생각나도
그저 참고 사는 것을....
2008.6.23.
김승훈
주민자치센터로 이름이 바뀌어 있음)에 들러 주민등록 전입신고도 하고
주민등록증과 면허증에 바뀐 주소도 기록하고 전세계약서에 확정일자
날인도 받았다.
주민등록 전입신고 기재사항 이름에서 나, 큰애, 쌍둥이자식 이름을 쭈~욱
써내려가는데 왠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4년전 전입신고 때와 비교하니
소중한 한사람 아내 이름이 빠져 있다. 4년전에 전입신고를 했을 때는 아내
최혜숙 이름을 내가 직접 썼는데 이번에는 쓸 수가 없었다. 아내 이름을 적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 때문인지 전입신고를 하는 동안 내내 마음이 착잡하고
미안하기만 했다. 꼭 집사람 혼자만 전에 살던 아파트에 남겨두고 나와 세
자식들만 새로 이사가는 집으로 몰래 옮겨가는 것만 같다.
동사무소 행정을 보는 여자분의 낯이 익다. 1년 6개월전 집사람 사망신고를
하러 갔을 때 창구에 앉아 있던 사람이다. 사망신고를 하는데 사망 일시,
사망사유, 사망 장소, 신고자, 사망자와의 관계 등을 쭈욱 적고 벽제
화장장에서 발급받은 화장증명서류를 함께 제출했던 기억이 난다.
여자분도 그때 기억이 난 것인지, 내내 머리를 숙이고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기에 나도 필요한 말만 하고 수속을 마치고 얼른 동사무소를 빠져나왔다.
가장인 내 밑에 아들만 셋, 게다가 어린 초등학생 쌍둥이까지 있으니 내
사연을 알고 있는 그 여자분이 보기에도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이사하면서 짐을 정리하다보니 1992년에 집사람 방송통신대 동창들 부부들과
함께 가을단풍놀이에 가서 내장산 정상에서 찍은 액자사진이 나왔는데
장모님이 그 사진을 안방에 걸어두지 그러냐고 넌즈시 내 의사를 묻기에
그러겠다고 하고 안방에 걸어두었다. 장모님은 딸자식, 내가 사별한 아내에
대한 마음이 멀어질까봐 신경이 쓰이시는 모양이다. 그것이 딸자식, 그것도
한참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어미의 애끓는 마음이겠지..
하루 하루 참고 살 뿐이지, 내가 어찌 집사람에 대한 추억이나 기억까지
잊을 수 있으랴! 이렇게 사진을 보면 자꾸 생각나고, 행복을 지키지 못한
자괴감과 유방암 투병생활 중 뒷바라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며
내 마음이 한없이 저려오고 죄책감이 밀려오는데...
보고싶어도, 생각나도
그저 참고 사는 것을....
2008.6.23.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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