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큰애 면회를 다녀왔다. 8월 초에 부대배치를 받았으니 벌써 세번째(내가 두번, 동서가 한번) 면회이다. 말이 최전방사단이지 교통이 좋아져 차로 가면 1시간 4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위병소에 도착하여 10분정도 기다렸을까 이등병인 큰애가 고참 상병의 인솔하에 밖으로 나온다. 언뜻 보니 한달전보다 많이 말랐다. 조그만 가방을 들고 나오는데 가방 속에는 건빵과 군에서 먹는 부식이 들어있다.
"왜 훈련하느라 배가 고팠을텐데 먹지 않고 가져왔느냐?'
"**형이 군에 있을 때 이모가 **형에게 건빵이 먹고 싶다고 가져오라고 했는데 안가지고 왔다고 서운해 하는 말이 생각나서요. 이모에게 드릴려고요"
"짜식, 그래도 유해발굴작업 하느라 800고지 산을 매일 오르내리며 힘들었을텐데..."
"저도 배고프면 먹었어요. 조금씩 아껴 놓은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건 제가 훈련할 때 먹는 건데 할머니 한번 드셔보라고 가져왔어요"
"뭔데???"
한눈에 보니 전투식량이다.
"야~ 그건 네 식사잖아. 먹지 그랬지?"
"할머니께 보여드리고 드시라고 하고 싶었어요. 저 이렇게 잘 먹고 지내니 걱정 마시라고..."
큰애는 태어나서 줄곧 장모님이 키우셨다. 그래서 그런지 할머니를 지극히 챙기며 할머니가 군에 가서 잘 먹고 지내는지 걱정하실까봐 잘 먹고 지낸다는 것을 보여드릴려고 일부러 아껴두었다 가지고 나온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훈련하느라 배고팠을텐데 할머니 생각하며 배고픔을 참았을 큰애를 생각하니 마음이 쨘하다.
"할머니 걱정마세요. 저 건강히 생활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아침마다 웃통벗고 구보도 하고 그리고 800고지 산도 이제는 한시간안에 올라갈 수 있을만큼 건강해요"
헤어지면서 나와 장모님이 건네주는 돈을 한사코 거부한다.
"저도 월급 받아요. 지난달에도 월급 칠만 몇천원받아서 필요한 것 쓰고, 아프리카난민 구호기금으로 3만원 내고도 사만원이나 남았어요. 이 돈은 할머니께서 도로 쓰세요."
할 말이 없었다. 다른 자식들은 군에 가서도 한달이면 몇십만원씩 집에서 용돈을 타다 쓴다는데 애비가 주는 용돈도 마다하고 매달 받는 쥐꼬리만한 이병 봉급으로 아프리카 난민 기부까지 하고 있으니...
어미 없이도 너무도 번듯하게 잘 자라준 우리 큰아들.... 너무 고맙다. 아빠도 힘내어 열심히 살께. 그리고 아빠도 내년이면 어느 정도 빚 정리가 되니 어서 돈 모아서 네가 제대하는 그날 우리 함께 살 보금자리 꼭 장만하자꾸나!
싱글대디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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