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큰애가 논산훈련소에 입대를 했다. 오늘이 초복날, 일산에서 출발하여 논산훈련소까지 가는 길은 찜통 그 자체였다. 차 에어컨을 틀어도 더위에 별로 시원하지도 않다. 차도 작년에 중고차를 인수했는데 장거리를 다녀올 때마다 고장이나  일으키지 않을지 조마조마하다.

일산에서 오전 8시 50분에 집을 나섰다. 사전에 네이버에서 지도를 보고 갈 행로를 잡았다. 집 -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 서해안고속도로 - 당진IC에서 당진상주고속도로 - 공주IC에서 천안논산고속도로 - 논산IC에서 빠져나와 동안대로 - 동산교차로를 타면 거리는 편도 약 220.36킬로미터가 나온다.

가는 도중 큰애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며, 쌍둥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평소 나에게 거리감을 두고 지내던 녀석인데 군입대를 하려니 속에 덤고 있던 이런 얘기 저런 얘기도 많이 드러낸다. 처형(큰애의 이모)에데 전화가 걸려와서 통화를 하는 도중 어젯밤에 엄마 꿈을 꾸었다고 한다. 통화를 마치고 물었다.

"어제 엄마 꿈을 꾸었니?"
"네"
"엄마가 뭐라고 하든"
"엄마가 유방암이 완치되셨다고 하셨어요"
"...... 엄마가 네가 다 커서 군입대를 하는 모습을 하늘나라에서 보고 많이 흐믓해 하시겠다"

논산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하려고 갈비집에 들어가 갈비를 시키려고 하자 냉면을 먹겠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고기라도 먹여서 보내야 애비가 마음이 편하지 않겠니?" 해도 막무가내이다. 내 주머니 사정을 뻔히 아는 녀석인지라 마음이 편치 않았나 보다. 다른 입소생들은 다들 아빠와 엄마, 동생이나 여자친구들이랑 왔는데 나는 애비 혼자이다. 큰애가 커서 이렇게 입대하는 모습을 하늘나라에서 아내가 지켜보고 있겠지.

입소식을 하기 위해 정해진 소지품(현금 3만원 이내, 주민등록증, 입영통지서)을 제외한 나머지를 맡기고 헤어지려 할 때 현금 얼마를 가지고 있느냐고 하자 8000원이 있단다. 3만원을 채워주려 하자 돈을 쓸 일이 없다고 애비의 마지막 호의도 거절해 버린다. 평소 워낙 근검절약하는 애라 돈을 허튼데 쓰지 않은데, 그래도 애비가 쥐어주는 3만원이라도 받으면 돌아오는 애비 마음이 덜 답답할텐데....

집에서 함께 생활을 할 때는 밤 늦게까지 잠도 자지 않고, 아침이면 일어나지 못하고 비실비실대는 모습을 보고 속이 상해 빨리 군입대라도 했으면 했는데 막상 삼복 더위 때문에 훈련받으며 고생할 큰애를 생각하니 마음이 쨘하다. 나는 지금보다 더 혹독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고 군생활도 하며 살았건만 그래도 자식을 고생스런 자리로 보내놓으니 안쓰럽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이별행사를 하라는 사회자의 말에 큰애를 꼬옥 껴안고 말했다.
"사랑한다.규야! 네 뒤에는 쌍둥이들과 가족이 있다. 건강한 모습으로 제대해라"
"네, 할머니를 잘 부탁드려요"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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