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 "윤아! 할머니 방에서 바느질상자 좀 가져오너라"
재윤 : "바느질 하시게요"
나 : "응, 어제 보니 시장바구니 손잡이가 너덜너덜하더구나"

곁에서 바느질 하는 걸 지켜보던 막내 재윤이 왈~
재윤 : "어쩜 아빠는 바느질 실력이 이렇게 좋으세요"
나 : "응, 아빠는 아주 어릴 때부터 아빠 옷이나 양말이 떨어지면 아빠가 직접 바느질을 해서 기워입곤 했지"
재윤 : "아빠 바느질 실력은 뛰어나세요"
나 : "아빠 바느질 솜씨는 네 엄마도 인정했는걸. 아빠에게 이런 달란트가 있어 가족들을 위해 쓰게되니 아주 행복하구나~"

어제 농협하나로마트를 다녀오다보니 시장바구니 손잡이가 너덜너덜하는 걸 보고 오늘 생각이 나서 배란다에서 기우고 있었더니 쌍둥이자식들이 옆에 와서 내가 바느질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결혼후, 내가 바느질을 할 줄 안다고 하니 아내가 믿지를 않았다. 그래서 잠시 실력발휘를 했더니 자기보다 바느질 솜씨가 더 낫다며 그 다음부터는 옷이 떨어지거나 자식들 신발주머니나 가방끈이 떨어지면 기우는 것은 모두 내 차지가 되어 버렸다.

손재주는 타고 나는 걸까? 어려서부터 가족들에게 손재주가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 살았다. 손으로 만드는 것도 칭찬을 들었고, 글씨도 잘 쓴 덕분에 학교 선생님을 대신하여 수업시간 칠판 판서는 내 몫이었다. 서예도 대학 1학년 말에 처음으로 배웠는데 당시 서예학원 원장님이 초보자인데도 예사 실력이 아니라고 계속 배우라고 꼬셨지만 딱 3개월 배우고 그만두었다.

1979년 12월, 9월초부터 4개월간 가정교사를 해서 받은 당시로서는 제법 큰 돈으로 내 2학년 1학기 대학 학비를 남겨놓고 남은 돈으로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웅변, 서예, 합기도 학원에 딱 3개월 다녔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바느질을 하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섬세해진다. 그저 길 따라 한 올, 한 올 집중하여 순서대로 해야 한다. 글을 쓰고 자립심을 키우며 검소한 생활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홀로 살아야 했던 자취생활, 군생활, 아내와의 사별, 자식 셋을 키우고 사는 싱글대디의 삶을 아시고 나에게 이런 달란트를 미리 주신 걸까???

그래 옷, 신발주머니 뿐만 아니라 마음 속 상처나 외로움도 다 나에게 가져와라, 이 애비가 흔적도 없이 다 꿰매줄테니...^^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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