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지금부터 딱 1년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쌍둥이들 아직 정신 못차리는 3학년이니, 4학년까지 1년만 더 키워놓으면 그때부터는
자기네들이 스스로 앞가림을 할 수 있고 사리분별을 할 수 있을테니.... 그러면 나도 조금은
마음을 놓고 갈 수가 있을텐데..."
집사람이 생전에 그토록 더 갖고 싶어했던 1년하고도 두달이 훌쩍 지나갔다. 이틀후면
2007년 한 해가 또 지나간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1년, 우리 가족과 함께 하고 싶었던
1년이라는 시간을 나는 어찌 보냈는가?
다행히 그 1년동안 별다른 동요없이 명이와 윤이가 잘 이겨내 주었다.
명이와 윤이는 흔들림없이 학업에 열심이다. 명이는 이번 2학기 시험에서
한 문제만 더 맞았어도 반에서 1등을 했을텐데 아쉽다고 할 정도로 공부도 잘 따라가고
있다. 하늘은 가족 중에 한사람을 데려간 대신 가족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었고
이전부다 더 아끼고 단단하게 결속시켜 주었다.
그러나 "사내근로복지기금 회계실무" 책자를 발간하기로 했던 계획은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홀로서기를 하는 내내 가정과 회사 일,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와 커뮤니티 관리를 병행하기가
만만치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한 해이기도 했다.
1년 중 대부분은 회사 근무시간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 명이와 윤이를 챙겼다.
아마도 이런 나의 시간배려와 장모님의 뒷바라지가 있었기에 명이와 윤이가 학교와
학원의 학습진도를 잘 따라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회사 일도 내가 야근을 하지 못하는
관계로 업무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날 끝내지 못한 일은 집으로 가져와 밤 늦도록
해가며 처리했고, 부족한 시간 속에서도 커뮤니티에 많은 칼럼과 글을 올렸다.
싱글대디는 아빠를 대신할 사람이나 대타가 없다. 예전에는 내가 회사 일이나 커뮤니티,
강의 관계로 사람을 만나도 집사람이 있어 빈자리가 없었으나 이제는 금새 표시가 생긴다.
TWO WAY의 선택권에서 ONESIDE WAY라는 절대권을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고독을 느꼈지만 고독하다고 누구에게 말하지 못했던 기간이기도 했다.
부부가 얼굴을 맞대고 함께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고, 쇼핑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한 이불 속에서 손을 꼬옥 잡고 잠을 잘 수 있는 이들은 정녕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화상대가 있다. 힘들고 외롭고, 아프고, 고민거리를 서로 전할 상대가 있기에 남에게
털어버리면 그 상처나 고통, 아픔은 절반으로 줄어들거나 그냥 세월 속으로 쉽게 묻어
보내버릴 수 있다. 그러나 대화상대를 잃은 나는 그래서 외로움과 아픔을 글로 대신 써야
했다. 글이 유일한 고민이나 스트레스의 해소통로가 되었던 셈이다.
싱글대디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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