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복지의 원칙이라는 제목을 정해놓고 나는 한참 고민에 휩싸였다. 너무도 큰 주제이고 무거운 주제였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에 앞서 당장 기업복지에 대한 정의부터 내려야 했다. 기업복지는 기업이 고용 또는 근로제공을 전제로 노동력이나 근로를 제공한 피고용인 또는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여러 형태의 보상 가운데 정기적 또는 고정적으로 지불되는 화폐임금을 제외한 모든 금전적, 물질적 보상의 총체를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기업복지가 가진 특성 중 가장 큰 것이 임금의 보완성이기에 임금과 기업복지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도 실은 모호하다. 세법에서는 기업복지제도에서 받는 소득 중 대부분을 임금으로 분류하여 소득세를 과세하고 있고, 근로복지공단이나 건강보험공단에서도 이에 기초하여 법정복지비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에는 급여나 복리후생분 예정신고와 확정분에 대한 초과분(인상분)을 4월급여에서 법정복지비를 정산하여 부과함으로써 '법정복지비 폭탄'이라는 원성을 듣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임단협에서 임금보다는 복리후생에 눈길을 돌리는 것도 임금을 올릴 경우에 자동적으로 같이 오르는 퇴직금이 부담스럽고 또한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들은 정부의 임금가이드라인이 있어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은 인상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업복지제도로 풀지 못하는 구조적인 사항도 있다. 최근 질문이 왔던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내금로복지기금을 지급하는 부분에 있어서 가능한지 여부입니다. 저희 회사는 2009년도 정부의 대졸초임 임금삭감 권고안에 의해 입사때부터 급여가 조정되어 입사한 직원이 3부류(ABC)가 있습니다. A와 C의 입사가 2년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정부의 예산편성지침을 보면 2011년 7월 1일자로 급여를 복원 및 소급할 수 있도록 정해 놓고 있어서 입사일이 다른 ABC직원 모두가 같은 소급액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보전해 주고자(AB직원에게)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하려 합니다. 상품권 A그룹 2십만원, B그룹 십만원을 지급하려 합니다. C그룹은 입사일이 늦어 전액 소급을 받을 수 있기에 제외합니다. 이렇게 최하위 직급에 속하는 그룹 중 AB에게만 생활지원 차원에서 상품권을 지급할 수 있을지 알고 싶어서 문의드립니다. 본인의 의사와 다르게 손해를 본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를 하고 싶어 방법을 알고자 문의드립니다.
사내근로복지기금 목적사업은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되, 저소득근로자를 우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근로복지기본법시행령 제46조제1항) 특정 계층에게만 혜택을 주도록 목적사업을 실시해서는 안됩니다. 임금문제는 원칙적으로 임금으로 풀어야지 복리후생이나 특히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당장 언발은 녹일 수 있겠지만 두고두고 화근이 된다.
기업복지제도를 설계시에도 일관성, 목적성, 보편성과 합리성이 필요하다. 임단협에서 무리한 요구에는 과감히 NO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고 이를 상대방에게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나라 복리후생제도가 두서없이 복잡하게 엉켜 버린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관성과 목적성이 없이 그때마다 순간 위기를 넘기기 위한 임시방편적인 처방들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근원적인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계속 불만이 제기되고 그 불만을 덮기 위해 또 다른 임시방편들이 동원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기업복지제도를 단절없이 이끌어가려면 재원대책까지 충분히 고려하여 실시해야 한다. 멀리까지 노사가 함께 가려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카페지기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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