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업복지제도를 조사하다보면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업 중의 하나가 의료비지원사업이다. 특히 중병일수록 종업원들이 느끼는 고마움과 필요성은 크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의료비지원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기 시작하고 있다.
나도 지난 2005년 5월 아내가 몸이 좋지 않아 종합병원에 입원하여 종합검진을 받아본 결과 말기암으로 판정받아 1년 6개월 투병생활하다가 사별한 아픈 추억이 있다. 암으로 판정받는 순간 남은 휴가(연월차휴가) 사용, 병가 사용, 그 다음은 휴직에 사직으로 연결되게 된다. 병가는 일정기간 이상을 사용할 수 없고 급여 중 기본급은 나오지만 급식비나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는 지급이 제한된다.
휴직이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기본급마저 끊어지게 된다. 이때부터는 급여는 끊기고 온전히 개인 자금이 투입되게 되는데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기약없는 암과의 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그나마 초기암일 경우는 완치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어 집이나 땅을 팔고 대출을 받아서라도 살려보겠지만 말기암일 경우는 기약없는 돈과의 전쟁이다.
그나마 암보험이나 실손보험에 가입해둔 경우는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암치료비 때문에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될 개연성이 매우 크다.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의료비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다. 특히 암에 대해서는 일반 질병과 차별화시켜 지원금액을 높여 지급하고 있다.
의료비지원을 실시할 경우는 그 재원과 수혜대상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쉽다. 지난 2월말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 대해 총괄평가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입원환자당 평균 입원일수는 16.7일로 OECD 국가 중 2위(OECD 평균은 8.8.일), 관리가 잘 안돼 입원한 당뇨환자는 인구 10만명당 127.5명으로 OECD국가 중 3위(OECD 평균은 50.3명), 국민 1인당 의사진찰건수는 13건으로 OECD 국가 중 2위(OECD 평균은 6.5건)로 '입원천국'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의료비지원제도를 설계할 때 입원비로 제한하고, 수혜대상은 종업원 본인부터 재원규모에 따라 배우자, 직계 자녀 순으로 순차적인 확대가 바람직하다. 다만 부모는 폭발적인 비용부담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하며 만약 수혜대상에 포함시킨다면 연간 지원금액 한도를 일정금액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기업복지비는 처음부터 늘렸다가 나중에 축소하게 되면 내부에서 많은 저항에 직면하게 되므로 서운하더라도 처음부터 적게 시작하며 재원을 보아 늘려나가는 것이 상책이다. 기업복지비를 늘리는 것은 언제라도 가능하지만, 줄이는 데는 힘들고 적잖은 아픔이 따른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카페지기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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