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책쓰기클럽 네번째 공동집필프로젝트인 미래예측 정모 때문에 신촌에
있는 yes APM백화점 5층 회의실에서 모임을 마치고 나오니 밤 9시 40분.
그냥 헤어지기 서운하지 않느냐며 맥주나 한잔 하고 가자는 한조라인 대표님의
완곡한 말을 뒤로 한체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지난 2주간 내내 약속이 많았고, 이번주에만 월요일과 화요일 연일 무리를 했던
탓에 이제는 당분간 술을 쉬고 싶었다. 시간은 이미 9시 40분이니 학원 수업시간이
끝났고 퇴근무렵 큰애에게 동생들 학원에 마중을 나가달라고 부탁을 해둔 탓에
서두르지 않아도 되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 쌍둥이녀석들을 보고싶었다.

이대입구에서 지하철을 타고 신촌에 내려 집 근처 정류장에서 서는 971번 버스를
타기 위해 지하철 출구를 나오는 순간 아~~ 971번이 지나간다. 버스정류장까지는
약 300미터...아무리 달려보지만 혼잡한 인파 탓에 속도를 낼 수 없다. 971번 버스는
자주 오지 않는데 어지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종점이 대화동인 77-6번
버스가 온다. 경유지에 백석역이 있다.

망설임 없이 버스를 탔다. 차에 타고나서 자리에 앉아 머리위에 붙어 있는 버스
노선표를 확인하는 순간... 아뿔싸~~ 971번은 합정동을 거쳐 곧장 자유로를 타기
때문에 빨리 도착하는데 이 차는 연남동, 구 성산회관 앞을 거쳐 수색로, 행신지구를
경유하여 돌기 때문에 도착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대책없이
내릴 수도 없고... 한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나는 소중한 20분이라는 시간을 길거리에서
허비하게된 셈이다.

타고 가는데 정말 정차하는 정류장도 많다, 샘터마을 앞에서는 음주단속을 하는데
자가용 두대가 단속에 걸려있다. 10시 25분경 휴대폰이 울린다. 재윤이 목소리다.
"아빠 어디세요?"
"응, 여기 능곡인데..."
 "언제즘 들어오세요?"
"좀더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왜 그러니?"
"아빠 내일 학교수업 준비물이 있어요. 클립과 돋보기를 사야되요"
"돋보기는 집에 두개나 있잖아. 그걸 찿아서 사용하렴"
"두개 모두 고장났어요. 하나는 부러지고, 하나는 알이 빠져 깨졌어요"
"그럼 형아에게 돈을 달라고 하여 문구점이 문을 닫기 전에 빨리 사오렴"
"네"

휴~~ 한번 쓴 준비물은 잘 간수해두면 다음에 다시 사용할 수 있을텐데, 누가
사내자식 아니랄까봐 한번 쓴 물건은 꼭 망가뜨려 놓고 다시 사게 만드니...
잠시도 편히 집을 비울 수가 없으니, 에고~~ 답답한지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주 막내 재윤이가 학원에서 자기를 학원 홍보지에 싣겠다고 사진과 글을
써오라고 했다기에 그러나보다 했는데 어제 드디어 홍보물이 나왔다.

학원에 다니고 있는 학생중에서 학교에서 전교 1등하는 학생, 영재반에 다니는
학생, 성적이 상위권에 속하는 학생들을 10명정도 골라 사진과 함께 소감문을
올렸는데 웃지도 웃을 수도 없는 참 복잡한 심정이다.

쌍둥이 중 재윤이만 올라있어 재명이 기분도 신경이 쓰이고 실제로 재윤이가
영재반에 들어간 이후 형인 재명이가 자신감이 떨어지고 많이 위축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렇다고 이유도 없이 칭찬을 해줄 수도 없고, 물론 다음번 홍보물에는
재명이를 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지만 지켜질지도 의문이고....

그리고 실려진 문구도 마음이 편치 않다. 쌍둥이녀석들이 학원에 처음 가기
시작했을 때가 집사람이 말기 암투병중이던 2006년 9월부터였고 그로부터
두달 후에 집사람이 하늘나라로 가고 힘든 과정에서 학원생활을 하면서 녀석들도
잘 견디어주었고, 학원 부원장님도 개구쟁이 두 녀석을 친동생들처럼 잘 보살펴
주었기에 잘 적응해 나갈 수 있었다.

걱정되는 것은 녀석들이 자랑삼아 그 홍보물을 학교로 가져갈 것이고 그리면
학교 선생님들도 자연스레 보게 되는데 재명이와 재윤이가 지금처럼 번듯하게
잘 자란 것이 어찌 학원 한 곳만의 공으로 돌릴 수 있겠는가, 또한 학교 선생님께서
이 홍보물을 보았다면 어찌 생각하실지 하는 점이다. 집에서 학교에서, 학원에서
모두 배려하고 신경을 써주신 종합적인 합작품인데 만약 학원 홍보지처럼 공부를
잘한 것이 학원 선생님들이 신경을 써주고 잘 가르쳐준 덕분이라고 자랑한다면
정규 교육기관인 학교 선생님이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막내 재윤이는 마냥 신나 있는데, 이런 애비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기는 할까?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 금요일에 이어 재윤이 숙제 때문에 오늘도 밤 늦은 시각까지 대기중이다.
초딩 6학년, 영재반 숙제가 왜 이리 많은지 재윤이 뿐만 아니라 애비인 나까지도
연일 피곤함의 연속이다. 이건 자식들 숙제가 아니라 숫제 부모들 숙제이다.

오늘은 얇은 크린백을 두장 비닐테이프로 연결시켜 낙하산같이 만들고 여기에 실을
묶고 끝에 찰흙을 조그만 구슬처럼 만들어 매달아 찰흙 공 갯수에 따라 낙하시간을
체크하는 것이다. 가벼운 것이 늦게 떨어지고, 무거울수록 늦게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상식인데 이를 구체적인 실험을 통해 수치를 적어 비교하는 것이다.

고무찰흙을 한개 메달고, 두개 메달고, 세개 메달아 위에서 날려 각각 땅에 떨어지는
속도를 초시계로 각각 두번씩 측정하여 기록한다. 물론 만드는 재료를 바닥에 나열해
놓고 한 컷, 크린백 두개를 비닐테이프로 연결하는 과정, 연결된 크린백 네구석에
실을 매달아 낙하산처럼 만드는 과정, 완성된 작품, 낙하산을 날리는 과정을 각각
디카로 찍어 레포트에 올려야 한다. 그런데 떨어지는 낙하장면을 정확히 잡는다는
것이 그리 녹녹치 않다. 서너번을 반복해서 찍어야 겨우 마음에 드는 낙하장면
한 컷을 건질 수 있다.

잠시전 밤 12시에는 배가 고프다고 하여 냉장고를 뒤져 마침 냉장고 안에 보관되어
있던 가래떡을 꺼내서 그냥 먹기 딱딱하여 데워서 대령하고...

집 PC에는 디카사진을 올리는 기능이 없어 넷북까지 동원하여 올려준다. 방금전
1시 40분에는졸립다고 새벽에 일어나 마무리를 짓겟다고 새벽 4시 30분에 깨워달라고
말하고는 안방에 들어가 자버린다. 겨우 2시간 50분 눈을 붙이고 일어나 레포트를
마무리하겠다는 막내가 대견하면서 한편으로는 어린 자식에게 이렇게까지 시켜야
하는지 막내가 가엽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번 일을 도와주면서 알게된 새로운 사실 하나는 휴대폰에 초시계 기능이
들어있다는 것...초시계를 하나 사려했는데 돈  굳었음.

밤 2시가 다가오는데 나도 몇시간 후에는 일어나 출근해야 하는데 자식들 숙제를
봐주느라 잠도 이루지 못하고, 또 두시간 30분 뒤에는 다시 일어나 막내를 깨우기
위해 알람을 맞추어 놓고도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이 몸... 큰애는 모른척 PC앞에서
자기 일만 하고 있다.

그래~~ 자식이 상전이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사무국장님과 나, 회사 동료 셋이서 퇴근 길에 호프 한잔을 하기로 의기투합이 되어
항상 가는 아지트인 다솜에 내렸다. 회사원들이야 만나면 나누는 화제는 뻔하고,
술자리에서 대화 안주는 뻔하다.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며, 최근에 유명을 달리한
직원 두명에 대한 이야기, 상사 인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자리에 앉은지 40분쯤 지났을까 깜짝스타인 조훈부장님이 들어오신다.

5년전 6월 18일에 간이식을 받고 다행히 건강을 많이 회복하셨다. 최근 단독주택을
팔고 7월 초에는 근처 우방아파트로 전세를 가신다고 한다. 아무튼 경제와 시사에
해박한 조부장님이 참석하시니 자리가 활기를 띈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시계를
보게 된다. 오늘도 재명이와 재윤이를 마중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9시 10분, 양해를 구하고 일어서 충정교회 앞 학원까지 걸어온다. 마두동이 학원가로
변화된지는 얼마 안된다. 여기에 7월초면 경의선까지 복선화가 되어 전철이 생기니
집값이 많이 뛰었다. 학원에 올라가니 재명이와 재윤이 둘이 남아서 영어 연습을
하고 있다. 데리고 신호등을 건너니 재명이가 안경을 학원에 놓고 왔단다. 지난주
일요일에 처음으로 안경을 맞춰 쓰다보니 아직은 습관화가 안된 것 같다.

재명이와 재윤이 손을 잡고 오면서 이틀전 산생님과 통화를 하면서 들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윤아, 선생님이 그러는데 우리 윤이가 PC방을 제일 잘 간다면서?"
"아빠, 그게 아니에요. 선생님이 우리 반에서 PC방을 가장 잘 가는 사람 누구야?하고
물으니 친구들이 모두 저라고 그런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이 그러시는 거예요. 저
정말 억울해요"
"그러니. 아빠는 재윤이 말을 믿을께. 아빠가 자식말을 믿어야지 선생님이나 자식
친구들 말을 더 믿으면 안되지 그치?"
"네, 아빠"

나는 우리 윤이 말을 믿는다. 이제는 PC방에 거의 가지 않는다는 것,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 나는 다 알기에 나는 자식의 말을 믿는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어제도 전임사무국장님과 사무실 직원들이 식사를 하느라 늦었다. 지난주와 이번주
계속 퇴근이 늦다. 아침에 출근을 하려니 장모님이 기어이 한마디를 거드신다.
"요즘 왜 계속 퇴근이 늦는가? 아무리 바빠도 쌍둥이들에게 신경 좀 쓰소"
"네, 오늘은 일찍 퇴근하겠습니다."
쌍둥이들도 덩달아 채근이다.
"아빠! 오늘은 아빠가 학원으로 저희를 마중나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래, 알았다"

3주간 계속하여 교육이다, 모임이다, 정모다, 회식이다 매일 늦게 퇴근하다보니 이제는
몸도 마음도 지쳐 파김치가 되어 간다. 오늘은 저녁 모임 두개도 하나는 오후 1시로
돌려 만나서 해결하고, 하나는 다음으로 연기를 시키고 만사 제쳐놓고 일찍 퇴근을 했다.
옷장을 열어보니 세탁물도 많이 밀려있다. 저녁을 먹자마자 운동삼아 밀린 세탁물을 들고
뉴코아백화점에 있는 크린토피아 세탁소로 향한다. 오랜 단골이고 동네 세탁소보다는
세탁비가 훨씬 저렴하여 자주 애용을 한다. 집사람 생전에는 세탁물이 많아 자주 갔었는데
이제는 나 혼자이고 남자이다보니 세탁물도 그다지 많지 않다. 세탁소를 간다고 하니
장모님이 쌍둥이들 잠바며 큰애 세탁물까지 주섬주섬 내 놓으신다. 덕분에 오늘 세탁비는
44,700원이나 청구되었다.

쌍둥이들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추려다보니 시간이 남아 킴스클럽에 들러 사야 할 물건은
없나 둘러 본다. 아몬드를 세일을 한다기에 권하기에 장바구니에 담아가지고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려니 왠걸 세일품목이 아니란다. 슬그머니 내려놓고 쌍둥이들 내일 학원에 갈때
가지고갈 간식거리가 없나 살펴보아도 가격들이 만만치 않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백화점 남성복코너에 올라가보아도 옷 값이 만만치 않아 그냥 아이소핑만 하고 나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강촌마을 지압공원을 들러 네 바퀴나 돌았는데도 시간이 남아 다시
신한은행 현금지급기에 들러 통장정리까지 마쳤다. 돈을 벌기는 어려운데 쓰는 것은
너무도 헤프다.

쌍둥이들을 학원수업이 끝나 손을 잡고 오는데 두 녀석이 형아에 대한 불만들이 많다.
오늘도 집에서 풍선을 가지고 노는데 할머니가 놀아도 된다고 허락을 했는데도 큰애가
놀지 못하게 막았던 모양이다. 베란다 책장에 잇는 책도 자기 것이라고 못보게 했다나....
최근 형아가 짜증이 늘고 이야기를 해도 들으려하지 않고 강압적으로 변했고 오늘도
재윤이 머리를 쳤다고 한다. 장모님이 잔소리하면 싫다고 제 방 문을 꽝하고 닫고 들어가
버린다고 하니 오죽했으면 장모님과 쌍둥이들이 빨리 형아가 군대를 가버렸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을까....군입대 판정을 앞두고 마음이 심란해서일까? 아님 정말 유치해져가는
걸까? 자식들간 우애있게 화합하여 지내지 못하고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니 싱글대디
애비 마음이 착잡하고 큰애 마음을 알 수 없으니 섣불리 야단을 칠 수도 없고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아침 정각 9시, 회사에 출근하여 한적한 아침 방해받지 않는 시간에 카페에 올릴
사내근로복지기금칼럼을 한참 쓰고 있는데 책상 앞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네, 김승훈입니다"
"안녕하세요? 재윤이 아버님이시죠? 저 재윤이 담임선생님인데요, 재윤이가 아직까지
학교에 등교하지 않아 무슨 일이라도 생겼는지 궁금해서요?"
"제가 아침에 출근할 때까지만해도 별 일 없었는데요?"
"재명이는 등교를 했길레 재명이에게 물으니 모르겠다고 하네요"
"제가 확인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순간 눈 앞이 깜깜해지며 무슨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았는지 가슴이 꿍꽝거린다.
평소에 하도 장난이 심한 녀석들이라, 등교길에 무슨 사고나 일어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앞선다.

집으로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고, 큰애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도 마찬가지이다. 하긴
큰애는 매일 밤 늦도록 인터넷에 빠져있다가 늦게야 잠자리에 들어 아침에도 겨우
아침밥만 챙겨먹고는 다시 잠자리에 드는 녀석이니 지금 이 시간에 전화를 받을 리가
없지. 정말 차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집으로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잠시후 10분정도 지났을까, 다시 재윤이 담임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저 재윤이 담임인데요. 재윤이가 방금 왔네요. 코감기로 내과병원을 들렀다 왔다고
합니다. 어쩌면 애를 이렇게 잘 키우셨어요? 재윤이는 성격이 너무 순수해서 요즘
애들 같지가 않습니다. 얼굴도 잘 생겼고 공부도 잘해 반에서 인기가 좋습니다"
"모두가 선생님께서 잘 지도해주신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까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이 멀쩡했는데 갑자기 병원이라니? 잠시후
재윤이로부터 콜렉트콜전화가 걸려온다.
"아빠! 오늘 선생님에게 전화왔었죠?"
"그래! 어떻게 된거니?"
"네, 오다가 빛과소금내과를 들렀어요"
"알았다. 집에 가서 자세히 이야기하자"

점심무렵 집으로 전화를 하니 큰애가 받는다. 전화를 잘 좀 받으라고 했더니 글쎄
아침에 재명이와 재윤이가 PC를 가지고 서로 먼저 하겠다고 말다툼을 벌이다 재윤이가
토라져 결국 학교를 늦게 가면서 학교 선생님께 전화가 걸려올까봐 집 전화기 코드를
싹 뽑아놓고 등교를 하면서 알리바이까지 맞추려고 아프지도 않으면서 꾀병을 부려
근처 빛과소금내과까지 들러 코감기약을 처방받고 등교를 했다나~~~
휴~ 잔머리만 늘어가는 재윤이를 어찌 해야 하나...끙~~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며칠전부터 재윤이가 자꾸 피곤하다,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요즘 학교 기말고사를 대비하느라 매일 학원이 밤 10시되어서야 끝나고 토요일도
보충을 하느라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며 힘들어도 조금만 더 참으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지나갔는데 오늘 출근을 하려고 집을 나서다가 우연히 식사를 하는 재윤이
허리를 보니 허리에 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출근하던 발길을 멈추고 등에 왜 멍이 들었느냐고, 누가 그랬느냐고 다그쳐도 두 녀석이
마치 사전에 짠 듯이 큰애 눈치만 보며 웃기만 할 뿐 도무지 말을 하지 않는다. 대체
누가 그랬냐고 인상을 쓰고 언성을 높이니 그제서야 큰형이 그랬다고 실토를 한다.
큰애는 내가 기금동아리 운영진 정모에 참석하느라 집을 비웠던 토요일에 안방에서
쌍둥이들과 장난을 하다 살짝 밀친 것이 그렇게 되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장모님은 "자네가 없는 날에는 꼭 자네가 없는 티를 낸다"며 내가 최근 자주 비운
것으로 화살을 돌리신다. 어제 일요일 저녁에 안경을 맞추러 재윤이를 데리고 안경점을
가는데 재윤이가 나에게 뭔가 이야기를 하려다 그냥 입을 황급히 닫기에 대체 녀석이
무슨 말을 하려다 그만두었는지 무척 궁금했었는데 직감적으로 이번 큰애와의 갈등을
말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이 든다. 2주전에도 재윤이가 나에게 큰애가
할머니에게도 자주 큰소리로 대들고, 자기네를 구박하고 못살게 한다고 형이 밉다고
고자질 했다가 나중에 큰애에게 많이 당했던 모양이다.

큰애와 쌍둥이들은 나이 차이가 많아 가끔은 큰애가 동생들이 잘못할 때는 때리고 혼내는
것을 보고 큰애에게 동생들을 혼내되 절대 손찌검은 하지 말라고 체벌금지 명령을
내리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건만(쌍둥이들이 장난이 심한지라) 장난인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막내 재윤이 몸에, 그것도 허리에 저렇게 퍼렇게 멍이 든 것을 보니
큰애에게 화가 나며 회사에 출근해서도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집사람이 나에게 잘 부탁한다면서 남기고 간 세 자식들, 별 탈없이 훌륭히 잘 커야
할텐데 만약 다치거나 아프기라도 한다면 훗날 무슨 낯으로 집사람을 만날 것인가?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1박 2일로 신탄진에서 열린 사내근로복지기금동아리 운영진 정모를 마치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1시 35분, 곧장 한소망교회 셀모임에 참석차
교회로 출발을 한다. 오늘은 재명이 안경을 맞춰주기로 하여 녀석들이 교회에서
돌아오면 안경을 맞추러 나가야 한다. 쌍둥이중에서 재윤이만 안경을 착용하여
친구들이 재윤이와 재명이를 안경으로 잘 구분했는데 이제는 두 녀석이 같이
안경을 쓰면 헷갈릴텐데...^^

셀모임을 마치고 오후 3시 10분에 재명이에게 안경맞추러 나갈 준비를 하라고
집으로 전화를 하니 아빠 전화번호를 확인하고는 특유의 애교스런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재명이니?"
애비인 나는 아직도 재명이와 재윤이 목소리를 구분이 잘 안된다. 신경을 써서
들어야만 구분할 수 있다. 재명이는 좀 차분하고, 재윤이는 막내답게 밝다.
"저, 재윤인데요"
"그렇구나. 아빠는 힘들때 재윤이 목소리를 들으면 기운이 솟거든"
"네, 아빠. 아자아자 화이팅"
제 목소리를 들으면 힘이 난다는 소리에 재윤이가 기분이 좋아 금새 목소리가
밝아지며 들뜬다.

오늘도 재명이 처음으로 안경을 쓰고, 재윤이도 안경 돗수가 안맞다고 안경알을
다시 맞추느라 내 주머니에서 82,000원을 홀라당 털어갔다.
"아빠 돈 있으세요?"
82,000원이란 금액에 두 녀석들이 걱정이 되는지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묻는다.
"응, 이 정도 돈은 아빠가 있지. 너희들 안경 해주려고 열심히 돈 모았거든"
말이 끝나자 녀석들의 표정이 금새 밝아진다.

잘하는 것은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면서 녀석들이 가진 꿈을 하나하나 현실로
바꾸어가도록 도와주고 싶다. 훗날 녀석들이 자라서 자식들 키울 때 그때 애비가
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마찬가지 자식들을 키우겠지. 그때 녀석들이 이 아빠를
어떤 모습으로 나를 기억할까? 생활에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아빠!
쌍둥이들이 서로 다툴 때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현명하게 판정을 내려주는 아빠,
매일 책을 보며 글을 쓰며 강의하고 아빠, 힘들어도 학원비나 교재 책을 미루지않고
제 날짜에 내주어 자존심을 세워주는 아빠, 한번 한 약속을 잘 지키는 아빠,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아빠, 힘들어도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아빠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 ***아카데미 이틀 강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몸은 거의 녹초가 된다.
2주일동안 거의 하루 4시간정도 밖에 잠을 자지 못하고 노동부 간담회 참석,
근로자복지기본법 전부개정에 따른 문제점 분석, 홍보, 한국생산성본부 및
***아카데미 교육 원고작업, 사례발굴, 강의진행, 각종 모임 참석 등으로
정신없이 보내다보니 이제는 진이 빠져 한발자국도 움직이이가 싫다.

그렇지만 이번주 내내 강의다, 원고작업이다, 저녁모임을 핑계로 쌍둥이들
학원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마중을 가지 못하고 큰애 규를 보냈는데 오늘은
강의가 끝나 내가 직접 마중을 나가리라 마음먹고 집을 나섰다.

사실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식에도 가족 누구도 졸업식장에
오지를 않아 참 서운했다. 하긴 지금이야 교통수단이 발달하여 괜찮지만
예전에는 시골 진도에서 광주까지 한번 온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오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혹시나 하며 좌우를 두리번 거렸던 기억이 난다.
당시는 졸업식날 가족들이 모두 손에 꽃다발을 들고 와서 건네며 축하하고
학교를 배경으로 졸업사진을 찍으며 외식을 가는 친구들 모습이 너무도 부러웠다.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식때 사진이 한장도 없는 것이 너무도
아쉽고 떠올리기조차 싫은 기억이다.

학원 5층에 올라가니 다른 애들은 모두 집에 가고 없는데 명이와 윤이 둘이
컴퓨터 앞에 않아 온라인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기특하다. 하긴 집에는 PC가
한대이고 아빠가 늘상 사용을 하니 녀석들 차지가 안돌아오니 학원에서 숙제를
마치고 올 수 밖에 없을테지...이런 열악한 현실에서 명이가 열심히 연습하여
전국 온라인영어 이용실적 점수에서 6등을 하여 상품으로 2만원짜리 문화상품권을
탄다고 하니 애비 마음이 왠지 짠하다.

쌍둥이들이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분발하여 기회로 활용하며 살기를
바란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어제 막내 재윤이가 영재캠프때 잃어버린 상의와 모자를 돌려받고 감사인사를
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옷과 모자를 잘 받았느냐는 영재반 학부모 회장님의
문자메시지를 받고서 당황하여 감사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부랴부랴 보냈던터라
오늘은 출근하기 전에 통근차 안에서 오늘 내가 감사를 표시해야 할 사람들과
미안함을 전해야 할 사람을 메모지에 적어보았다.

첫째는 업무와 관련된 아주 중요한 자료를 보내주신 신한은행 최정호과장님,
두번째는 어제 노동부에서 열린 사내근로복지기금 실무자 간담회에 중소기업을
대표하여 참석키로 하였던 모 중소기업 실무자가 오늘 당일 출발하기 1시간전에야
참석이 어렵다고 연락을 주어 부랴부랴 중소기업 실무자를 수소문하여 부탁하였는데
흔쾌히 참석하겠다고 답해주시고 함께 간담회에 참석해주신 웹캐시 유성린대리님,
세번째는 교육원고를 야곡보다 하루 늦게 넘겨주어 교육준비에 차질을 가져다준
것에 대해 CFO아카데미 정지혜이사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야 했다.

나는 자식들에게 남에게 도움을 받으면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말고 꼭 하고, 또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잘못을 하면 반드시 미안하다는 말을 잊지말고 하라고 입이
닿도록 교육을 시키면서도 정작 아비인 나는 이를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막내 재윤이 옷 분실사건을 계기로 나부터 실천해야 함을 깨달았다.

오늘 계획했던 세사람에게 감사 &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게다가 웹캐시 유성린대리에게는 기분 좋은 답장메시지까지 왔다.
'ㅎㅎ 노동관련 법에 관심이 많아서ㅎㅎ 저도 감사드려요. 좋은 하루 되시구 늘
행복하세요.

그래~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행복이 아닐까?
때론 자식을 통해서 부모도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되고 깨닫게 되는 법이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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