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재윤이가 자꾸 피곤하다,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요즘 학교 기말고사를 대비하느라 매일 학원이 밤 10시되어서야 끝나고 토요일도
보충을 하느라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며 힘들어도 조금만 더 참으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지나갔는데 오늘 출근을 하려고 집을 나서다가 우연히 식사를 하는 재윤이
허리를 보니 허리에 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출근하던 발길을 멈추고 등에 왜 멍이 들었느냐고, 누가 그랬느냐고 다그쳐도 두 녀석이
마치 사전에 짠 듯이 큰애 눈치만 보며 웃기만 할 뿐 도무지 말을 하지 않는다. 대체
누가 그랬냐고 인상을 쓰고 언성을 높이니 그제서야 큰형이 그랬다고 실토를 한다.
큰애는 내가 기금동아리 운영진 정모에 참석하느라 집을 비웠던 토요일에 안방에서
쌍둥이들과 장난을 하다 살짝 밀친 것이 그렇게 되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장모님은 "자네가 없는 날에는 꼭 자네가 없는 티를 낸다"며 내가 최근 자주 비운
것으로 화살을 돌리신다. 어제 일요일 저녁에 안경을 맞추러 재윤이를 데리고 안경점을
가는데 재윤이가 나에게 뭔가 이야기를 하려다 그냥 입을 황급히 닫기에 대체 녀석이
무슨 말을 하려다 그만두었는지 무척 궁금했었는데 직감적으로 이번 큰애와의 갈등을
말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이 든다. 2주전에도 재윤이가 나에게 큰애가
할머니에게도 자주 큰소리로 대들고, 자기네를 구박하고 못살게 한다고 형이 밉다고
고자질 했다가 나중에 큰애에게 많이 당했던 모양이다.

큰애와 쌍둥이들은 나이 차이가 많아 가끔은 큰애가 동생들이 잘못할 때는 때리고 혼내는
것을 보고 큰애에게 동생들을 혼내되 절대 손찌검은 하지 말라고 체벌금지 명령을
내리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건만(쌍둥이들이 장난이 심한지라) 장난인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막내 재윤이 몸에, 그것도 허리에 저렇게 퍼렇게 멍이 든 것을 보니
큰애에게 화가 나며 회사에 출근해서도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집사람이 나에게 잘 부탁한다면서 남기고 간 세 자식들, 별 탈없이 훌륭히 잘 커야
할텐데 만약 다치거나 아프기라도 한다면 훗날 무슨 낯으로 집사람을 만날 것인가?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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