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가 가장 바쁠 한 주가 될 것 같다. 근로복지공단 설문서를 전국 1220개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발송해야 하고, 13일은 수원에 있는 회사 연수원에서 퇴직하시는 선배님들을 대상으로 한시간 강의, 14일과 15일은 이틀 과정으로 CFO아카데미에서 '사내근로복지기금 기초과정' 강의, 토요일은 군대에 가있는 큰애 면회 예약...

CFO아카데미 강의 교재를 작성하기 위해 일요일에도 사무실에 출근을 했다. 방해받지 않고 단시간에 집중을 하자면 사무실만한 공간이 안성마춤이다. 아직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렇게 일에 치여 살때면 나를 한명만 더 복제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해본다. 회사 내 일을 하면서, 복제된 또 다른 나는 쌍둥이들을 챙기면서 추가로 추간하려는 책 원고도 쓰고, 카페에 글도 쓰고... 과연 그런 날은 내 생전에 올 수 있으려나?

8일밤부터 근로복지공단 설문서를 집으로 가져와 일일히 회신용 봉투에 넣어 270원어치 우표를 붙이고 사내근로복지기금 회계처리실태조사를 위한 설문서를 접어서 넣고 다시 고용노동부 설문작성 협조요청 공문과 함께 접어넣고 봉하는 작업을 하는데 허리도 아프고 집중하다보면 눈알이 빠질 것만 같다.

작업을 하는 아내 생각이 절로 난다. 아내가 살아있었더라면 만사 제쳐놓고 손발 걷어부치고 나를 도와주었을텐데... 항상 내 입장에 서서 나를 응원해주고 몸을 사리지 않고 도와주었던 아내였다. 2004년 9월 무려 7년간의 작업끝에 1350페이지에 이르는 '사내근로복지기금 운영실무' 책자를 펴냈을 때 인세를 고스란히 아내에게 갔다 주었다. 내가 책을 낼 수 있도록 후원해준 아내에게 보답하는 마음에서...

쌍둥이들을 잡고 우편번호 검색을 해달라고, 한 사람당 610개씩을 마치면 15,000원을 수고비로 주겠다고 구슬러 시작을 해보았지만 처음 10분정도 하더니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이내 PC게임으로 빠져버린다. 그렇지, 너희들이 10월말까지 연구용역을 마쳐야 하는 애비의 절박한 마음을 안다면 이미 철이 들었겠지.... 애비는 눈이 빠져라, 설문서를 접어 회신용 봉투에 넣느라 손에 물집이 잡혔다고 손을 보여주어도 PC게임 못해서 애닳아하는 쌍둥이자식을 보고 있노라니 아내의 빈자리가 더 커보이고 생각이 난다.

부부의 인연이 있다면, 나와 아내가 만날 수 있었던 그 인연에 감사하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도 빨리 그 인연을 마감하게 만든 그 인연에 아쉬움을 느낀다. 참으로 좋은 여인이었고, 내 인생의 둘도 없던 길벗이었는데...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 부서 체육행사를 마치고, 집에 들러 대천항에 있는 보령수협에서 산 꽃게며 대하, 병어를 집에 내려주고 샤워를 하고 곧장 회사 사무실로 향한다. 일이 밀려있어 기한 내에 처리하자면 어쩔 수가 없다. 달력을 보니 아내 기일이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대천항에서도 왔다갔다하며 계속 눈여겨 본 것이 아내 제사상에 올릴 생선이었다. 지역간 제사음식 문화에 대한 차이가 있어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과 생선이 조금씩은 다르다.

우리 고향에서는 장대라는 생선이 빠지지 않는데, 장모님은 장대라는 생선은 올리지 않는다. 대신 병어와 민어, 문어, 낙지는 빠지지 않는다. 장모님 생선 고르는 눈이 워낙 까다로워서 사고나서도 잘 샀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 여지간하면 나는 생선을 사지를 않고 알아서 사시라고 장모님께 돈으로 드린다. 보령수협 공판장에서 큰 병어같이 생긴 생선이 있었는데 나는 병어라고 했더니 중간 도매상 아주머니가 병어가 아니란다. 무슨 이름을 대는데 처음 듣는 생소한 생선이름이다. 한 궤짝에 큰 것 4마리가 들었는데 45,000원이란다. 집으로 전화하여 장모님께 "큰 병어가 한 짝에 4마리가 들어있는데 사갈까요?"하고 여쭤보니 "그 큰 병어를 4마리나 사가지고 어디에 쓸랑가?"하시며 사오지를 말란다.

그래도 남편인 내가 고른 크고 좋은 생선으로 올려주고 싶었는데, 이 마저도 여의치가 않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나에게는 마누라였지만, 장모님은 딸자식이었는데... 해마다 연로해가시는 장모님이 해마다 연로해 가시는 장모님인데, 앞으로 딸에게 제사상을 차려주면 몇번이나 더 차려주겠는가 싶은 마음에 내 뜻을 접게 된다. 대신 살아있는 꽃게 6킬로(1만원 깍아 5만원), 대하 2킬로(3만원), 병어 조금 큰 것을 골라 5마리에 만원에 구입하고 갑오징어 한짝에 45,000원 하는 것은 부서원들과 함께 공동구매하여 네명이 나누었다.

그냥 돌아서려다 그래도 아쉬워 병어는 짝으로 팔지 낱개로는 팔지않는다는 도매상 아주머니에게 한번 더 사정해 보기로 했다. "아주머니! 곧 마누라 제사인데요, 마누라 제사상에 올릴려고 합니다. 큰 것으로 5마리만 파시면 안될까요?' 했더니 아주머니가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마누라 제사상에 올린다는데 안주면 안되지요~"하며 병어 두 짝 중에서 제일 큰 것으로 골라 5마리를 담아준다.

집에서 쌍둥이들이 반찬으로 잘 먹는 갈치를 좀 살려고 했더니, 갈치가 너무 작아서 사가지고 가면 장모님에게 또 핀잔을 들을 것 같아 그만두었는데 장모님이 말씀하신다. "이런 것 말고 갈치나 있으면 좀 사오지 그랬는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그렇지 않아도 갈치를 좀 사려고 돌아다녀봤는데 너무 잘아서 안샀습니다"하니 짧게 "잘했네~" 하신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부터 3일간 쌍둥이들이 중간고사를 치른다. 어젯밤 1시에 쌍둥이들이 잠자리에 들면서 새벽 5시에 깨워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내가 너무 피곤한 나머지 5시에 일어나 알람을 누르고 나서 쌍둥이들을 깨워야 하는 것을 깜박 잊고 도로 잠이 들고 말았다.

눈을 뜨니 6시 20분, 허걱~~~ 그제서야 부랴부랴 녀석들을 깨우니 늦게 깨웠다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급기야 두녀석 모두 아침 식사까지 거부하고... 아침을 빨리 먹으라고 채근하는 나에게 막내 재윤이가 원망스런 눈으로 쳐다보며 따지듯이 말한다.
"아빠가 아침 5시에 깨워주지 못한 것에 대해 먼저 사과부터 하셔야 하는 것 아녜요?"

너무도 당돌한 막내의 말에 어이가 없어 나도 지지않고 응수했다.
"그래 오늘 아빠가 너희를 깨워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그러나 지금 이시간이후 너희도 아빠에게 어떠한 부탁도 하지 마라. 아빠는 너희가 이야기하는 것을 무조건 들어줘야 하는 종이 아니거든. 아빠도 힘들고 피곤하여 아침에 못일어나는 때가 있거든. 이번 한번 너희를 못깨웠다고 너희에게 이런 원망과 푸대접을 당하고 살 하등의 이유가 없거든!"
"그리고 지난 1학기 기말시험이 끝난 이후 지금까지 3개월이나 되는 많은 시간이 있었다. 그동안 너희가 그 많은 소중한 시간을 덧없이 보내놓고 오늘 아침 딱 1시간 20분만 가지고 아빠에게 이렇게 따지고 억울해 하는 모습을 보니 이건 아니다 싶다. 너희에게는 앞으로도 많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기다리고 있다. 평소 시간관리를 잘 하려무나~"
"아빠도 아빠의 삶이 있고 꿈과 비전이 있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단다. 아빠는 너희들에게 무한 희생을 하고나서 노후에 너희들에게 짐이 되는 존재가 되기는 싫어."

가정, 아니 가족공동체는 서로에게 절대적인 것을 요구하고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곳이 아니다. 각자가 가진 꿈과 희망을 서로 이루어가고 완성해가도록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고, 부족한 것은 채워주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속상하다고 자식은 부모에게, 부모는 자식에게 화풀이성 말로 상처를 주어서는 안된다.

앞으로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이번을 빼고도 21번이 남아있다. 평소 하루하루, 한시간 한시간을 알차게 보낸 사람은 큰 시험 앞에서도 늘 당당하고 여유를 가지고 임할 수 있단다. 지난 과거를 따지고 원망하지 말고 오늘, 지금에 충실하거라! 그리고 우리 가족은 엄마의 빈자리와 부족함을 남은 가족들끼리 서로 더 많이 사랑하고, 아끼고, 양보하며 채우며 살자꾸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을 우리가 만들어 나가자꾸나~~ 우리 가족 화이팅!!! 재명재윤 화이팅!!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며칠전 지인들과 식사를 하러 강남을 갔다. 마침 일식집을 운영하는 젊은 여사장이 합석하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식이 화제가 되었다. 공교롭게 40대의 싱글녀들인 두 여인의 대화내용

"이제, 애를 낳으면 진짜 이쁘고 잘 키울 자신이 있어"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럼 낳으면 되잖아?"
"그런데 애를 혼자 만들수 없잖아? 남자가 있어야지"
"남자야 만들면 되잖아? 길거리에 쌔고 쌘게 남자들인데..."
"남자는 많은데, 정말 괜찮은 남자가 없단 소리지"
"괜찮은 남자?"
"얼굴 잘 생기고, 건강하고, 키고 크고, 돈도 많고, 성격 좋고, 학력은 남들에게 내밀 정도가 되어야 하고, 직장 괜찮고, 내 일에 잔소리하지 않고, 유머감각까지 갖춘 남자...."
"너 그냥 혼자 살아라~"
"그러니까 여지껏 혼자 살고 있지..."

요즘 주변을 보면 싱글로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나이가 40이 넘었는데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도 많고, 이혼이나 사별 후에도 아직 재혼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결혼을 왜 않느냐고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괜찮은 상대가 없단다. 어떤 사람이 괜찮은 상대냐고 물으면 대충 대여섯가지 조건들을 들이민다. 빠지지 않는 것은 돈, 키, 미모, 직장, 성격.... 이게 다 결혼 스팩인 셈이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아예 혼자 사는 것이 오히려 편하단다.

8년전, 싱글로 살다가 암으로 하늘나라로 간 여사원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 여사원도 눈이 높아서 이 남자 저 남자 재다가 결혼 시기를 놓쳤다고 한다.
"암에 걸려 혼자 병실에 있어보니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 너무도 후회되더라. 옆 병상의 환자는 남편이며 자식들이 매일 와서 걱정해주고 간호를 해주는데 나는 나이가 드신 부모님이 간호를 해주니 부모님께 폐만 끼쳐드리는 더할 수 없는 불효를 저지르게 되었으니... 가족이 그립고 남편과 자식을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고 허전해....내가 왜 이렇게 바보같이 살았나 싶고... "

젊어서야 혼자 벌어서 혼자서 쓰니 불편함이 없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족의 필요성이 느껴지고 그립게 된다. 그러나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상황에서 괜찮은 상대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갈 수 없는 것이 결혼 아닌가?

가을이다. 싱글남녀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옆구리가 시리고 누군가가 그리운 계절...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그동안 미루어둔 건강검진을 오늘 받았다. 올 3월, 아버지가 전립선암 수술을 했던 서울성모병원으로 하려다가 결국은 시간에 쫓겨 그동안 계속 건강검진을 해왔던 여의도성모병원에서 했다. 우리 쌍둥이들이 1997년 태어난 병원이기도 하다.
 
직장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솔직히 두려움이 앞선다. 2005년 건강하던 아내가 갑작스레 그것도 국립암센터에서 이상이 없다고 한지 두달만에 청천벽력같은 유방암말기 판정을 받고, 1년 6개월동안 투병생활을 하다 하늘나라로 간 이후, 나마저 아프면 세 자식들을 어찌 해야 하나? 나와  세 자식들에게 큰 병이 생긴다면 어찌 해야 하나? 생각하면 어깨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하다.

그동안 해마다 직장건강검진을 통해 신체 각 부위별로 건강검진을 다 해서 올해는 기본항목에서 남은 마지막 선택인 갑상선암검사를 했다. 2005년은 대장암검사, 2006년은 위암검사, 2007년은 복부CT와 뇌암검사를, 2008년은 신장암검사를, 2009년은 전립선암검사를 돌아가며 했는데 다행히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가장 고역인 검사는 위내시경검사이다. 사무실에서 수면내시경으로 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다들 하지 않겠다고 하여 나도 일반내시경을 선택했다. 수면내시경을 하면 마취제성분인 프로포플이 들어있다고 하여(프로포플은 마이클잭슨 사망을 계기로 마약류로 지정이 되었다고 한다) 왠지 꺼림직하여 그냥 일반내시경으로 했는데 실제 검사는 약 2분정도 걸리지만 미리 목에 마취를 하고 검사를 마치고 나오기까지는 10여분이 걸리는데 이후 몸 마취가 풀리기까지 30분정도는 고역이다. 입안에 마취를 하고나면 목 안이 뻣뻣해지고 침도 삼킬 때 까칠하고 따갑다. 기계가 목을 타고 위로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거북함을 참고 있자면 저절로 눈물과 콧물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그래도 위에 조그만 염증 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고 갑상선검사 결과 또한 정상이란다. 복부초음파도 작년과 비교해 아무런 이상도 없고 대신 체중이 특히 복부지방이 많다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지금보다 4킬로그램 정도를 줄이란다. 1킬로그램도 아니고 4킬로그램씩이나~~ 그래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소견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그동안 긴장 속에 보냈던 스트레스와 위내시경을 하면서 받았던 고통의 순간을 일순간에 날려보낸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나원 참~ 이번 추석 때 부모님께 10월말까지 42인치 LCD TV를 사드리겠다고 덜컥 약속을 한 이후 왠 돈 들어갈 일이 이리 많이 생기는지...
 
지난주말 승용차 브레이크 경고등이 들어와 거금 75,000원을 주고 고쳤는데(그것도 85,000원 달라는 것을 3000원 깎고 , 현금으로 계산한다고 7000원 또 깎아서)  이번에는 ABS장치가 고장이란다. 고치는데만 13만원... 카센타 사장님에게 아주 급한 거 아니면 다음으로 수리를 미루자고 했다.

차량 기름은 왜 이리 빨리 닳는지, 지난주에 5만원어치 주류를 한 것 같은데 내 차 주유지시계가 벌써 바닥 근처에 와 있다. 지금 나오는 어느 국산 신차는 경유 연비가 17점 몇 킬로미터라는데 그 엔진을 내 차에다 살짝 얹으면 안될라나?

농협하나로마트 시장을 다녀오는데 장모님이 조심스레 말씀하신다. "쌍둥이들 내복도 사고, 가을옷과 겨울옷도 다 새로 다 사야 하는데....은경이가 사놓고 간 옷들이 이제는 다 적어..." 하긴 녀석들이 지난 1년 사이에 참 많이 컸다. 키가 내 턱밑이었는데 이제는 내 눈높이까지 키가 자랐다. 언제 키가 클려나 했는데 지금 한참 크는 시기인지 식성이 너무 좋아 요즘은 밤에 중간고사 공부한다면서 공부는 언제 하는지 우리집 냉장고는 불이 난다. 일주일 식사며 간식거리 대기에도 벅차다. 

2006년 8월, 아내는 하늘나라로 가기 3개월 전 그 아픈 몸을 이끌고 뉴코아백화점을 훑고 다니며 미리 큰 치수로 쌍둥이들 내복이며 바지를 몇벌씩 사두었다. "여보! 나중에 내가 왜 아픈 몸을 이끌고 다니면서 옷을 이렇게 많이 사는지 알게 될꺼야. 아마 나중에 살다보면 내 생각 많이 날껄~" 아내가 그때 사둔 내복이며 티셔츠, 바지로 지난 2년간은 쌍둥이들 옷 사지 않고 그럭저럭 잘 버티고 살았는데 올 1년 사이에 쌍둥이들이 너무도 훌쩍 커버리는 바람에 이번 가을과 겨울에는 새로 옷 장만을 해야 할 것 같다. 옷 값이 장난이 아닌데....

어제 호수공원 산책을 나갔다가 들른 뉴코아백화점에는 최신 유행의 넥타이며, 와이셔츠들이 즐비해있어 나를 유혹한다. 다음주에는 한국생산성본부 강의가 10월에는 회사 연수원과 ***아카데미, 근로복지공단 선진기업복지컨설턴트 강의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데 딱 하나씩만 장만하고 싶은데, 지름신이 곧 강림할 것만 같은데, 꾸욱 달랜다. 부모님께 LCD TV를 사드리기 전까지는 참아야 하느니라!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이번 추석을 다녀온 후 나에게는 새로운 미션이 하나 생겼다. 집에 있는 TV가 너무 노후하여 이제는 화질도 좋지않아 TV시청을 하는데 답답하고 내후년이면 TV송출시스템이 디지털로 전환되니 내가 어렵더라도 이번에 LCD TV를 꼭 마련해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예 10말말까지 42인치 LCD TV로 바꾸어드리겠다고 가족들에게 덜컥 약속을 하고 말았다.

이번 추석명절때 시골에서 개최된 '추억의가요 콩쿨대회' 대상이 42인치 LCD TV였는데 내가 노래실력이 뒷받침만 되었더라도 한번 도전해서 마련해 드릴 수 있었는데 부모님으로부터 음주가무 끼는 타고나지를 않았으니 포기했고, 할 수 없이 내 땀을 흘려서 번 돈으로 TV를 사드릴 수 밖에... 마침 셋째 동생이 이번 여름에 열심히 일을 해서 집에 에어컨을 장만해 준 것이 장남인 나로서는 더 자극이 되었다.

올해 2월말에 전립선암 검사와 수술을 위해 우리집에 다녀가시면서 우리집 거실에 놓여있는 42인치 LCD TV를 보고 아버지께서 내색은 하지 않으셨지만 많이 서운해 하셨겠지. 자식들 키워놓으니 (전후사정은 알지 못하시니) 지들은 집에 LCD TV를 놓고 잘 살면서 부모는 뒷전이고 자식들 애써 키워놔봤자 아무런 짝에도 쓸모없다고 섭섭함도 느꼈을 것이다.

3년전, 거실에 있던 TV가 고장나 버리자 잘되었다 싶어 거실에는 TV를 놓지 않으려 했는데 때마침 장모님이 양쪽 녹내장 수술을 하신 직후였는데 "내 유일한 낙이 집에서 TV를 보는 것인데 그 낙마저 빼앗으려 하는가?" 하시며 섭섭해 하시는 한마디 말씀에 이왕이면 편하게 보시라고 당시로서는 꽤 무리를 하여 거실에 42인치 LCD TV를 들여놓게 되었다. 그나마 지금은 가격이 3년전보다 3분의1 이하로 떨어져 부담은 줄어 다행이다.

시골에 내려가 지켜보니 부모님께서 아침 저녁으로 TV를 보시며 뉴스도 듣고 오락프로에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뵈니 올해 10월말이 가기 전까지는 꼭 내 힘으로 집에 42인치 LCD TV를 선물해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비록 내 지금은 힘들지만, 내 어려움이야 내가 조금만 불편하게 살며 참고 견디면 되는 것,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기쁨을 드리고 내 도리를 하고 싶다. 아내가 살아있었다면 진즉 무리를 해서라도  LCD TV를 사드렸을텐데, 하늘나라에 있는 아내도 내 결정에 잘했다고 기뻐해 주겠지?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어제 할아버지 제사상과 추석 차례상을 올리기 전에 아버지께 부탁을 드렸다.

"아버지, 이번 차례상에 집사람 밥도 함께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2년전 추석차례상에 집사람 밥을 작은아버지댁과 동생집 양쪽에서 지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장모님이 많이 속상해 하셨거든요. 그래도 장손며느리였는데 하시면서..."
"알았다. 밥 한 그릇만 더 놓으면 되니 그럼 그렇게 하마"


할아버지 제사상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 옆 추석차례상에는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 어머니 밥을 비집고 아내 밥이 나란히 놓여져 있다. 결혼후 17년간을 매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내가 직접 시장을 보며 준비해간 제수용품으로 차례를 올리던 할아버지 제사상과 추석 차례상에 이제는 아내 자신의 밥이 놓여져 있다.

제사를 다 지내고 아버지가 조용히 말씀하신다.
"나와 여기에 계신 너희 작은아버지들로 보면 쌍둥이엄마는 며느리이고 조카며느리이다. 여기 상에 밥을 올린 할아버지나 할머니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는 모두 내 위이고, 네 어머니만 해도 여기 작은아버지들은 큰형수이니 괜찮지만 쌍둥이엄마는 내 아래이다. 동서고금에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그리고 시숙부와 시숙모 등 윗 어른이 아랫사람 제사상에 절을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네 동생 병철이에게 차례상에 큰형수 밥을 올리라고 이야기를 한 거였다. 서울로 가거든 네가 장모님께 잘 말씀드려 오해를 풀어드려라"

윗사람이 아랫사람 차례상에 절을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님을 알면서도 적어도 한번쯤은 그동안 고생했던 아내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다. 시댁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 동분서주했던 아내였기에 억지라도 부려서 우리집 차례상에 어엿히 아내 밥을 올려주고 싶었고 술을 하지 못하는 아내였지만 술잔을 올리고 싶었다. 음식을 올리는 제기 또한 아내가 결혼후에 직접 사서 보내준 것이었으니 기분이 착잡하다. 당신이 하늘나라에 간지 3년 10개월만에 이제야 우리집 차례상에 당신의 잔을 내가 직접 올립니다. 

그동안 나와 살면서 세 자식 낳고 힘든 가운데에서 시댁 챙기느라 정말 고생 많았소. 하늘나라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증조부님, 어머니과 함께 행복하게 잘 지내시오. 쌍둥이자식과 장모님 걱정 말고, 내가 잘 모시고 잘 키울테니...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싱글대디칼럼 제210호를 읽은 카페 회원 한명이 쌍둥이들 때문에 속상해서 술을 먹었다는 글을 읽고 나에게 무슨 종류의 술을 먹느냐고 묻는다. 걱정이 된다고...

우리집에는 집에서 아내가 직접 담궈놓은 술이 몇병 있다. 15년 전에 담궈놓은 인삼주와 9년전 담궈놓은 장뇌삼주(당시는 인터넷에서 어렵게 그것도 꽤 비싸게 경매로 낙찰받은 아까운 장뇌삼을 그냥 먹지 왜 술을 담구느냐고 투덜댔다), 그리고 정확히 하늘나라에 가기 4개월 전에 담궈놓은 복분자주... 그중에서 인삼주나 장뇌삼주는 알콜돗수가 너무 높아 부담스럽고(인삼주 계통은 술을 담구면 알콜돗수가 더 높아지는 느낌이 들어 마시기가 부담스럽다) 가장 부담이 없는 것이 복분자주이다.

내가 복분자주를 즐겨마시는 걸 알고는 2006년 8월초 처음에 수확한 초벌 복분자가 제일 약효가 있다고 일부러 고창으로 주문하여 제법 큰 술병에 두병이나 담궜다. 지금도 내 눈에 어른거리는 장면은 유방암 말기, 국립암센터에서도 포기한 상태 힘에 부치는 몸으로 재워놓은 복분자를 직접 꺼내 으깨고 술을 걸러내면서 "여보! 나중에 나 없을 때 나 생각하며 두고두고 먹어~~응?" 하며 눈시울을 적시던 모습을 내 어찌 잊으랴~

자신의 생명이 그리 길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감한 아내는 복분자주를 만들어서 언니(처형)도 한병, 남동생(처남)도 한병 보냈는데 이것이 나와 자신의 유일한 혈육이었던 언니와 남동생에게 한 마지막 선물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집은 두병을 남겨놓았다. 생전 아내의 말대로, 아내가 생각날 때나 자식들이 내 속을 썩일 때, 외로움과 그리움을 달래는 내 유일한 친구이자 단골메뉴가 되고 말았다.

지난주 토요일, 농협시장에서 아내 차례상에 필요한 제수용품을 사가지고 오는 길에 들은 MBC라디오프로 '지금은 라디오시대' 주제가 첫사랑이었다. 그날도 나는 집에 돌아와 첫사랑이었던 아내를 그리며 복분자주를 마셨다. 점점 술병에 남아있는 술의 양이 줄어들어 앞으로는 자식들에게 좋은 일이 생길 때만 먹을려고 아끼는 중인데 쌍둥이들이 애비 속도 모르고 자꾸 내 속을 끓이는 바람에 남아있는 술이 줄어드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져 간다.

쌍둥이들을 내게 부탁하고 가면서 속을 많이 끓이고 살 것을 미리 알고 나를 위해 담궈놓고 간 걸까? 이런 것 만들어 놓지 말고 차라리 오래나 살 것이지...큰애 결혼 때, 쌍둥이들이 대학 진학해서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하는 그때까지 아내가 눈물로 담궈놓은 복분자주가 남아있어야 할텐데...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어제 내내,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도 내리던 비가 뚝 그치고 드높은 가을 하늘이 드러났다. 집에서는 장모님이 먼저 하늘나라에 간 딸의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고 있는데, 남편인 나는 고향을 내려가려니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말이 없는 창공은 이 마음을 알려는지...

아내 생전에는 고향 할아버지 제사상에 올릴 제수음식을 미리 준비하느라 한달전부터 노량진수산시장이며 건어물시장을 발 빠르게 다니며 준비했고, 시골로 출발하기 이틀전에는 과일을 마지막으로 챙겼지. 욕심이 많았던 아내는 할아버지 제사상에 올릴 음식 절반이상을 미리 챙겨가 올렸지. 매면 추석이면 하늘나라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에게 고생 많았다고, 고맙다고 많이 이쁨을 받고 있겠지...

어제 장모님이 아내가 잠들어있는 자유로 청아공원을 다녀와서 "나는 은경이가 하늘나라에 간지 3년이 안된줄 알았는데 벌써 3년이 지나 4년째가 곧 다가오네"하신다. 손으로 곱아보니 아내가 내 곁을 떠난지 벌써 3년하고도 9개월 10일이 지났구나. 벌써 그렇게 지났구나~ 하긴 아내가 하늘나라에 갈 때 쌍둥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벌써 중학교 1학년이고, 이제는 키가 내 눈높이까지 자랐네... 그 세월을 내 어찌 살았나?

그래도 아내가 자신을 쏙 빼어닮은 쌍둥이아들 윤이를 남겨놓고 가서 윤이를 보면서 윤이를 키우면서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곱씹으며 위안을 받는다. 춘향가 중에서 춘향이가 이도령과 이별하는 대목에서 "이별없이 살아볼꺼나 했더니, 이별이 왠말이요~~"하며 오열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살아있으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품고 살 수 있지만 하늘나라에 간 사람은 육신의 몸을 가진 이승에서는 다시 만날 수 가 없으니...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이별, 오늘도 나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몸부림을 친다. 지난 90년대 초반 추석때 28시간씩이나 차를 운전하며 내고향 진도를 내려가며 고생했던 추억 때문인지 추석때만 되면 아내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깊어진다. 그토록 힘들어하던 빚도 차근차근 갚아나가고 있고, 쌍둥이들도 점차 성장해나가는 모습, 큰애가 이제는 늠름한 군인이 되었고, 내가 책을 출간하는 모습도 내 곁에서 지켜보면 좋았을텐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어린 쌍둥이들을 내게 맡기고 내 곁을 빨리 떠났는고?

내일이면 고향으로 출발한다. 오늘따라 하늘이 눈이 부시도록 푸르구나~~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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