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1

재윤 : "아빠 아빠~ 마법천자문 18권이 나왔어요"
나 : "그래 알았다. 아빠가 사줄께"
토요일 오후 7시 23분, 휴대폰 전화기 속에서는 숨 넘어가는 듯한 재윤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녀석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책이 마로 마법천자문이다. 학원 보충수업이 끝나고 서점에 들른 모양이다. 농협하나로마트만 가면 제일 먼저 마트내 서점으로 달려가 그 책이 나왔나 살펴보곤 했다. 지금껏 1권부터 17권까지 모두 사주었으니...보아하니 책을 사주어도 한자는 잘 보지도 않고 만화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녀석들이 책을 즐겨 읽는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그렇지 않아도 금요일에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예스24에서 마법천자문 18권이 나왔다고 문자메시지가 와서 두 녀석을 데리고 서점에 가서 사주려던 참이었는데.....

상황 #2

재윤 : "아빠~ 재명이 때문에 속상해요"
나 : "왜 울어? 울지 말고 이야기해봐~"
재윤 : "재명이가#@%&#$*&~~~"
나 : "너희 밖에서 또 싸웠니? 이그 챙피해.... 집에 가서 보자"
재윤 : "아뇨~ 재명이가~~"
나 : "할 말이 있으면 집에 가서 이야기하고 빨리 집에 들어가라. 전화 끊는다"
7시 27분, 그 사이에 녀석들이 서점에서 싸운 모양이다. 늘상 잘 다투고 싸우니 화해하니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상황 #3

재명 : "아빠 재윤이가 아직 집에 안들어왔어요"
나 : "지금 몇신데... 알았다. 아빠가 재윤이랑 통화해볼께"
밤 8시 23분, 집에서 윤이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전화가 걸려온다. 내가 전화를 걸어도 전화기를 꺼놓았다는 메시지만 들려온다. 8시 42분, 9시 8분에도 집에서는 아직 재윤이가 오지 않았다고 전화가 걸려온다.

상황 #4

OO문고에 들렀다. 마법천자문 18권을 사면서 넌즈시 물었다.
나 : "혹시 여기 쌍둥이들 오지 않았나요?"
종업원A : "아~쌍둥이들이요? 아까 둘이서 싸우는데 대단했어요."
종업원B : "한 애가 일방적으로 당하던데요. 머리까지 붙잡혀 흔들고..."
종업원A : "너무 심해서 제가 부모님께 연락하려고 그랬어요"
얼굴 낯이 뜨거워 허둥지둥 계산을 치르는둥마느둥 미안하다면 얼른 빠져 나왔다.

상황 #4

밤 9시가 넘었는데도 윤이는 들어오지 않는다. 윤이에게 연신 전화를 해도 휴대폰이 꺼져있다는 메시지만 반복적으로 들려와 문자메시지만 보냈다.
'윤아 속상하지? 아빠가 명이 혼내줄께~~ 윤이 주려고 마법천자문18권 샀다. 사랑한다'(9:00pm)
'재윤아 지금 어디니? 너무 늦구나. 아빠에게 전화주렴'(1.45am)
'윤아 윤이 집에 아직 들어오지 않으니 걱정이 되는구나. 전화주렴'(1:53am)
'윤아 어디 있니? 아빠에게 전화하렴. 윤아 사랑한다.'(6:48am)

상황 #5

명이를 불러 자초지종을 들어보았다.
나 : "어떻게 된 일이니 자초지종을 아빠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해봐"
재명 : "아까 오는 길에 서점에를 들렀어요. 책을 보다가 윤이에게 가니 윤이가 몰래 비닐을 벗기고 만화책을 읽고 있는 거예요. 그러더니 다짜고짜 '너, 내 약점 잡았지?'하며 말하지 말라며 나를 윽박지르는 거예요.제가 대답을 하지 않으니 저를 막 괴롭힌 거예요"
나 : "그럼 머리를 잡히며 일방적으로 당한 애가 너니?"
재명 : "네, 창피해서 저는 그냥 도망나왔어요. 윤이가 보보유치원 앞까지 막 따라왔어요"
음~ 전후상황이 짐작된다. 윤이가 비닐이 씌워진 만화책을 몰래 뜯어 보다가 명이에게 들켜서 서점종업원들과 아빠에게 야단맞을까봐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명이는 약속을 하지 않으니 윽박지른거고 간섭한다고 다투다 싸움으로 번진거로구먼.

상황 #6

자정이 지나고 밤 1시 40분이 지나자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어 밖으로 나왔다. 우선 쌍둥이들이 자주 가는 인근 네군데 PC방을 둘러보았지만 윤이는 없다. 그 늦은 시각에 고딩정도 되어보이는 애들이 게임에 열중인 모습을 보니 남의 일 같지 않다. 마지막 들른 한 PC방. 방안을 둘러 보았으나 윤이는 없어서 나오려는데 종업원이 친절하게 묻는다.
종업원 : "뭘 도와드릴까요?"
나 : "우리 애가 있나 하고요"
종업원 : "자녀 이름이 어떻게 되죠? 확인해봐 드릴께요"
나 : "김재윤입니다"
종업원 : "기록이 있네요. 27일 오후 4시면 토요일 오후 4시에 다녀간 기록이 있네요"
나 : "언제까지 했는지는 기록이 안나옵니까?"
종업원 : "그건 안나오는데요.."

PC방을 나왔는데도 참 찜찜하네. 괜히 PC방을 들른 것 같다. 차라리 윤이가 PC방을 갔다는 것을 몰랐더라면 좋았을걸....가출에 가지않기로 약속한 PC방까지 간 것도 알게 되고...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2박 3일로 정발중학교 체험학습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쌍둥이들이 강원도 횡성으로 떠나는 바람에 집에 오니 안방이 휑하다. 원래 월요일과 화요일은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주관으로 열리는 미래예측세미나에 고정적으로 참석하기 때문에 집에 오면 으례 밤 11시 40분. 평소 이 시간이면 녀석들은 안방에서 이리 저리 뒹굴하며 곤히 잠자는 시간인데....

오랜만에 안방에서 나 혼자서 독방 차지하고 수면도 방해받지 않고 싱글다운 싱글 밤을 맞이하겠네... 여기서 싱글은 싱글벙글의 줄임말이라는데... 편히 두 발 뻣고 잠을 잘 것 같은데 막상 누워있느니 뭔가 허전하다. 오늘따라 코 끝을 스치는 방안 공기도 차갑게 느껴진다. 1997년 11월 쌍둥이들이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줄곧 녀석들은 안방에서 내 옆에 재우며 키우고 살아온지라 자꾸만 쌍둥이들이 잠자던 자리를 돌아보게 된다. 태어나 강보에 쌓여서부터 내 옆에서 키웠으니 녀석들 잠버릇이며 습관들, 행동들이 모두 그려지고 예견이 된다. 특히 잠버릇이 고약한 탓에 아내 편히 잠자게 해주려고 내 잠자리는 항상 아내와 쌍둥이들 가운데였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있으려니 쌍둥이들이 내 옆구리를 찰 것만 같다.

두 녀석 모두 잠버릇이 고약하다. 이불을 차는 것은 기본이고(이불을 덮어주면 차버리고 그러면 다시 덮어주고 다시 차고...) 재명이는 자면서 이를 뽀드득 뽀드득 가는 버릇이 있고, 재윤이는 자면서 코를 살짝 골면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안방을 갈고 다니면서 잠을 잔다. 어떤 날은 머리가 재명이 발아래에 있다가 재명이 발에 차여 코피를 쏟기도 한다. 이제는 녀석들 체격이 제법 커져서 밤중에 녀석들에게 몇번씩 발길질을 당하고나면 꽤나 아파서 밤 잠을 설치기도 한다. 밤중에 몇번씩 장롱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어야만 하룻 밤이 지나갈 정도이니 녀석들의 코 고는소리, 이빨 가는 소리, 장롱에 부딪치는 소리가 이제는 마치 자장가처럼 익숙하게 들린다.

잠을 자려해도 아직 추울텐데 녀석들 이불은 잘 덮고 자는지, 감기는 걸리지 않았는지,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차 멀미는 하지 않았는지(유독 재윤이가 차 멀미가 심하다), 밤에 잠은 잘 자는지, 잠을 자면서 이불은 잘 덮고 자는지, 밥은 잘 먹고 지내는지 딱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래저래 걱정 때문에 자꾸 잠자리를 뒤척이게 된다.  자식을 낳아 키워 보아야만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데 나는 지천명이 넘어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는 중학생이 되었건만 워낙 장난이 심한 개구장이 녀석들인지라 밖에 내놓아도 애비 마음은 항상 노심초사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자식들은 내 품안에 끼고 살 수는 없는 일, 이런 때라도 한번씩 애비 품을 떠나서 밖에서 생활도 해보고, 가족 품안을 떠나 단체생활도 해보아야겠지.... 이런 과정을 통해 자립심과 사회성도 기르고 변화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지혜도 갖춰나가게 되겠지.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마을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다들 내 싱글대디 생활을 걱정하며 더 늦기 전에 재혼해야 하지 않느냐며 의사를 떠보곤 한다. 회사 사람들도 그러고 친구들도 다들 그러니 요즘은 사람을 만나는 자리가 부담이 된다. 가족들 특히 자식들에게는 아빠의 재혼이 민감한 사안이다. 지난 금요일 문득 쌍둥이들의 반응이 궁금하여 재명이와 재윤이가 학원 끝나는 밤 11시에 데리고 오면서 넌즈시 물었다.

나 : "명아윤아~ 아빠가 재혼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

아내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처음 꺼내는 아빠의 갑작스런 재혼 이야기에 두 녀석이 눈을 똥그랗게 뜨며 긴장된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묻는다.

재명 : "재혼이요? 엄마가 재혼하지 말라고 그러셨잖아요?"

나 : "헐~~ 언제? 엄마는 아빠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재명 : "엄마가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어요?"

나 : "아빠는 엄마가 유방암을 얻고나서 투병생활하고 하늘나라에 갈 때까지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많이 대화하며 생활했었는데 엄마가 아빠에게 재혼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점점 녀석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나 : "엄마는 아빠에게 '자식이 셋이나 되고, 빚만 주렁주렁인 당신에게 어느 여자가 시집을 올까?'하며 아빠에게 미안하다고, 아빠가 불쌍하다고 늘 그렇게 말했는데...."

재윤 : "아빠는 결혼하지 마세요!"

나 : "아니, 그럼 아빠는 지금처럼 계속 혼자 살라고?"

재명 : "저희가 있잖아요? 우리랑 함께 살면 돼죠?"

나 : "그건 간단하지 않을텐데... 너희는 아빠랑 살고 싶어도 와이프들이 함께 살기 싫다고 반대하면 어떡해?"

재명 : "설마, 그런 여자들이 있을려고요?"

나 : "요즘 신세대 여자들은 사부모 모시고 살자고 하면 당근 싫어하지~ 만약 재명이 와이프가 시아버지 모시고 사는 거 싫다고 반대하면 어떡할래?"

재명 : "음~~ 그럼 그런 여자 고르면 돼죠?"

나 : "피식, 네 마음대로 되어주면 좋지만 쉽지가 않을꺼야. 그리고 아빠가 아프기라도 하면 서로가 힘들잖아? 아빠는 너희들에게 짐이되는 존재는 정말 되기 싫은데.... 아빠는 너희 빨리 대학 졸업시켜 놓고 글도 쓰고 강의도 하고 여행도 하며 아빠의 생활을 즐길거야. 너희들도 아빠에게 짐이 되지 않기~ 알았지?"

다른 집 아이들은 "아빠 편하신대로 하세요" 한다는데 우리 자식들은 세 녀석들 모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아빠 재혼을 반대하니, 비록 한번 던져본 말이었지만 기분이 영 개운치가 않네. 휴~~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는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정발중학교에서 2박 3일로 체험학습을 떠나는 쌍둥이들 준비물을 사주기 위해 마트 앞을 지나던 중 B사와 L사 두 곳의 패스트푸드점을 지나가게 되었다. 우리집은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를 잘 애용하지 않아 자주 가지를 않는지라 별 관심없이 지나치는데 갑자기 재윤이가 한마디 불쑥 말한다.

재윤 : "아빠! 전에는 B사가 훨씬 매장도 컸고, 사람들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사람들이 가지 않아서 거의 망했어요. 보세요, 매장도 일부 휴대폰매장으로 팔았잔아요. 매장안에는 사람들도 별로 없잖아요?"

재윤이의 갑작스런 말에 실제 매장을 보니 B사는 썰렁한데, L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갑자기 두 녀석들과 경제토론을 해 볼 수 있는 좋은 주제라는 느낌이 들어 슬슬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 : "어~ 그러네. 왜 B사가 저렇게 됐지? 재윤이는 B사가 실패한 원인이 무어라고 생각해?"

재윤 : "B사는 원래부터 맛이 별로였는데 값이 비쌌어요. 옆에 L사가 가격을 낮추어버리니 사람들이 L사로 몰려버린거죠"

나 : "음, 그래. 그럼 재명이가 B사의 사장이라면 어떻게 대처할까?"

재명 : "저라면 1차로 맛을 좋게 하고, 2차로는 가격을 낮추겠어요"

나 : "지금보다 맛을 좋게 한다면 좋은 재료를 사오기 위해 재료비가 더 들어갈테니 당연히 돈이 더 들어갈거고, 가격까지 낮추면 수입이 줄어들어 그럼 가게는 손해가 커질텐데 어떡하지? 재윤이는 어떻게 대처할까?"

재윤 : "저는 돈을 더 들여서 휴대폰 매장을 사서 더 넓히고 재료 품질도 높이고, 가격도 떨어뜨릴려고요"

나 : "마찬가지 좋은 재료를 사오는데, 옆 휴대폰 가게를 다시 사서 넓힐려면 돈이 더 들고, 가격까지 다운시키면 수입도 줄어들텐데 괜찮을까?"

재윤 : "어차피 승부를 걸어야 하잖아요. 지금 이 상태로 가면 가게가 더 위축될텐데요."

나 : "L사가 쓰는 전략이 저가전략이란다. 2등 회사가 1등을 이기기 위해 가격을 내리며 손님들을 끌어들이는거지. 맛에서 별 차별화를 시키지 못할 경우 손님들은 싼 집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거지. 만약 B사가 돈이 넉넉했더라면 맞불을 놓아 같은 가격대로 판매가를 내렸거나 그 이하로 내리며 서로 치열하게 가격전쟁을 벌였을거야. 그렇지만 아빠가 보아하니 B사는 형편이 여의치 않아 가격을 내리지 못한거야. 그래서 손님을 고스란히 L사에게 빼앗긴거지. 저렇게 경쟁사를 이기고 주변에 적수가 없게 되면 L사는  다시 가격을 예전처럼 슬그머니 올리게 된단다. 뉴스에서 나오는 반도체 치킨게임도 이와 유사한 거란다."

재윤 : "아빠?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데 비싸요?"

나 : "못해도 아마 연 10%는 줘야 할껄"

재윤 : "1,000만원을 빌리면 그럼 이자로 월 얼마를 주어야 해요"

나 : "1,000만원에 10%면 1년에 100만원이니 12로 나누면 되겠네?"

재명 : "우와~ 그럼 은행들은 돈을 많이 벌겠네요?"

나 : "아무에게나 돈을 막 빌려주었다가는 돈을 떼일 수도 있잖아. 갚을 수 있는 사람인지 회사인지 알아보고 빌려주지 않겠니? 그런데 요즘은 개인들도 아파트는 일정비율 이상은 빌려주지 못하게 막아놓았고 회사들도 많이 어려워 문을 닫으니 돈을 빌려줄 곳이 그리 많지는 않겠지"

재명 : "그럼 은행에 돈을 예금해 놓았는데 은행이 망해버리면 어떻게 되요?"

나 : "우리나라에는 예금자보호법이라는 것이 있어서 우리들이 하는 보통예금이나 정기예금 같은 예금은 은행이 망해도 한 사람당, 한 은행에서 5000만원까지는 국가가 보호를 해준단다"

재명 : "그럼 예금이 10만원이 있는데도 5000만원까지 줘요?"

나 : "떼끼~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양심불량이지~~"

아직은 단순하여 세상 물정을 모르리라 생각했었는데 뜻밖에도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쓰겠다고 논리적으로 주장들을 펼치는 것을 보니 나는 싱글대디로 앞만보고 살았는데 어느새 녀석들이 이토록 성장했나 대견하고, 앞으로 녀석들과 자주 이런 토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은 녀석들이 기다리던 정발중학교 영재반 1차 필기시험일. 학교에 입학하고 며칠 후에 영재반 모집 공고가 있기에 재명이와 재윤이에게 응시하라고 했다. 재윤이가 작년에 백마초등학교 영재반에 들어가 실력이며 자신감이 많이 늘어 톡톡히 효과를 보았던 터라 이번에도 영재반 모집에서 두녀석이 나란히 들어갔으면하고 내심 기대를 했다.

오늘따라 황사가 매우 심했다. 토요일이어서 회사를 나가지 않아 정발중학교까지 차로 등교시켜주며 영재반 1차 필기시험 잘 보라고 격려해주었다. 오전에 농협하나로마트를 다녀오는 길에 녀석들을 데리고와서 일산칼국수집에서 점심까지 먹여
서(필기시험은 오후 3시라고 점심은 각자 해결해야 한다기에) 학교 앞에 내려주고 집에 들어와 오랜만에 오수를 즐기는데 머리맡에 둔 휴대폰이 울린다.

재윤 : "아빠~ 저 영재반시험 못보게 되었어요"
나 : "왜?"
재윤 : "사물놀이반은 토요일에 중복이 된다고 선생님께서 신청을 않으셨데요"
나 : "......"

지난주에 재윤이가 학교 특기적성활동으로 사물놀이반에 들어가고 싶다기에 그러라고 했더니, 그것이 장애물이 될 줄이야. 사물놀이 중에서 뭐를 배우고 싶냐고 했더니 장구를 배우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렇게 재윤이를 체념하고 다시 잠을 청하는데 이번에는 재명이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재명 : "아빠! 영재반 시험명단에 제 이름이 없어 시험을 볼 수가 없어요"
나 : "넌 또 왜?"
재명 : "선생님이 영재반 신청자로 신청을 하지 않으셨데요"
나 : "그럴리가 있니?"
재명 : "선생님께서 영재반 시험을 볼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기에 그때 제가 분명히 손을 들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시험 볼려고 갔더니 신청자 명단에 제 이름이 없었어요"
나 : "아빠가 그래서 지난주에 선생님께 신청하셨나교 확인해 보라고 했잖니?"

할 수 없지, 내년 2학년때 도전해도록 해야지. 그렇지만 참 기분이 찜찜하네. 날씨도 하루종일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을씨년스럽고 황사까지 와서 기분이 별로였는데...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쌍둥이녀석들의 개구장이 행동은 중학교에 진학했는데도 변함이 없다.
어제는 막내 윤이가 교복 단추를 잃어버라고 오더니, 오늘은 바지를 철조망에 3센티미터 정도 찢겨가지고 왔다. 왜 옷이 찢겼나고 물으니 철조망을 넘다가 그랬단다.

휴~~ 멀쩡한 문을 두고 조금 돌아가기 싫어서 철조망을 건너가는 녀석들 버릇, 친구들과 장난하느라 단추가 떨어진 것도 모르는 막내의 개구장이 행동은 초등학교 때나 중학생이 된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니... 그래도 명이는 형이라고 물건도 잘 챙기고 행동도 조금은 의젖하거늘..

그러나 한편으로는 뭔가 기존의 틀을 거부하고 새로움이나 변화, 자유로움을 시도하는 녀석들의 행동은 높이 사는 편이다. 나는 부모 말대로 곧이 곧대로 행동하는 착한 아들보다는 늘 새로움이나 변화를 시도하는 사고가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한 자식으로 키우고 싶다. 고정된 틀 안에서 획일적으로 살다보면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의지나 창의적인 발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앞으로 미래사회 인재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감성지수가 풍부하고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인데 그런 씨앗을 집안에서라도 늘 키워주고 싶다.

개구장이 행동도 과하다 싶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주는 편이다. 집안에서도 늘 두 녀석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다. 서로 말꼬리를 잡지 않나, 멀쩡히 지나가는 한 애의 발을 슬쩍 걸어 넘어지게 만들지를 않나, 지나가면서 슬쩍 부딪치지를 않나, 엊저녁에는 학교에 내야 할 사진 6장을 주니(가방에 넣어넣으라고 열번도 더 이야기를 했거늘) 책상 위에 계속 방치해 두었다. 윤이가 세어보니 학교에 낼 사진이 한잔 부족하다고 펄쩍펄쩍 뛰게 만들지를 않나....확인해보니 명이 사진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런 개구장이 행동도 내가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는 웃으며 즐길 수 있지만 심신이 고단할 때는 짜증으로 변하게 된다. 개구장이 행동도 어찌 보면 감성이 풍부하고 마음에 상처가 없다는 반증이다. 녀석들과 살다보면 마음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내가 힘들어도 안 힘든 척, 화가 나도 화를 참아야 하는 감정조절을 잘해야 한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내일이면 정발중학교에 입학하는 쌍둥이자식들...
녀석들의 고등학교 진학목표인 민족사관고를 함께 가보고 싶었다. 막상 가려고 하니 이것 저것 걸리는 것들이 너무 많다. 지난주 초부터 3월1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온단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뜨니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고 강원도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는 뉴스이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세상사 쉽게 이루어지는 성공과 성과가 어디 있겠는가? 힘들게라도 함께 다녀와보고 싶었다. 아니 녀석들에게 3년후 꿈과 도전의지를 심어주고 싶었다. 집에서 민족사관고등학교 주소인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 1300번지를 치고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키니 집에서 176킬로미터가 나온다.

가는 내내 비가 내린다. 강원도에 접어드니 진눈깨비로 변하고 새말IC를 지나니 도로 곳곳에 눈이 쌓여있고 길가에 나무들 눈꽃이 너무도 멋있다. 마치 재명이와 재윤이 방문을 환영하듯 하늘에서는 연신 눈이 쏟아진다. 운동장과 교정 곳곳이 눈에 덥혀 아름다운 설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앞으로 3년후 재명이와 재윤이 쌍둥이형제가 민족사관고등학교에 나란히 입학하기를 희망한다. 재명 재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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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A : "큰애 해외 어학연수는 보내셨나요?"
B : "작년에 미국으로 한달간 보냈어요"
A : "얼마정도 들던가요?"
B : "항공료다 뭐다 이것저것 합하니 금새 천만원이 훌쩍 넘더라고요"
A : "작은애 과외는 안시키세요? 우리 애는 학원비 외에 두 과목 일주일에 두시간씩 두 번하고 80만원 드는데..."
B : "우리는 1:1로 하고 일주일에 6시간하는데 한달에 별도로 130만원 들어요"
A : "과외 장소는요?"
B : "과외 선생님이 오피스텔을 얻어서 그곳으로 가서 받고 와요"
A : "그 정도 돈을 들이셨으니 자식이 잘 되어야 하는데..."
B : "글쎄요. 우리 애는 내신이 별로 좋지 않아 수능에서 점수를 커버해야 하는데 걱정이예요. 그래서 요즘은 애들 공부하는지 밤 늦도록 감시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자고 있어요"
A : "그러게 말입니다. 들인 돈을 생각해서라도 애들이 잘해주어야 하는데..."

어제 모처럼 운동을 하러 정발산에 올라갔다가 두 아줌마들의 과외수다에 스트레스만 받고 기분이 찜찜해서 내려왔다. 다른 부모들은 자식들을 위해 두 팔 걷어부치고 저렇게 과외까지 시키며 극성으로 뒷바라지를 하는데 나는 뭐람???

요즘 자녀교육은 1차가 엄마의 정보력, 2차가 할아버지의 재력, 셋째가 아이의 실력이라는데 나는 1차와 2차는 전혀 도움을 못주고 있으니... 오직 자식들의 노력과 실력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니 답답할 수 밖에... 자식들의 실력과 노력이 제일 중요한데 세번째로 밀려버린 시대....

그래도 쌍둥이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로 열심히 노력하니 감사하기만 하다. 지난 금요일 학원 선생님들과의 면담에서 선생님들이 명이와 윤이는 틀린 점을 지적하고 혼내면 위축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며 분발하니 더 이쁘다는 말에 그나마 위안을 삼아본다.

그래 너희들도 이 애비처럼 어려움에 결코 굴하지 말고, 그것을 지렛대로 활용하여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꼭 이겨내길 바란다. 진정한 승리자는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여 극복하고 목표를 이루어내는 사람이란다. 현재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엄마가 없는 불리함을 극복하고 우리 한번 인생에서 꼭 승리해 보자꾸나~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아빠! 오늘 학원 학부모 설명회가 열리고 있는데 아빠 어디세요?"
"응, 아빠 지금 충남 덕산인데..."
"덕산이요? 학원에 오려면 얼마나 더 걸리세요? 다른 특목고반 애들 엄마들은 다 오셨어요, 그럼 아빠는 못오세요?"
"응, 오늘 아빠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주최하는 선진기업복지제도 컨설턴트 양성과정 강의가 있어 아빠가 강의를 해야 하는데...오늘 참석은 어렵겠다. 미안해서 어쩌니?"
"괜찮아요. 오늘 오시면 교재 할인권을 준데요"
"중1 예비반 세미나는 지난 화요일이 아니었니?"
"화요일이 아니어도 되요. 오늘 오시면 좋은데..."
"정말 미안하구나..."

지난 목요일, 덕산스파캐슬에서 열린 근로복지공단 선진근로복지제도 컨설턴트 양성과정 세미나에서 강의를 막 마치자마자 막내인 재윤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학원 학부모 세미나에 참석하라고....

아내의 빈자리까지 혼자서 1인 2역을 하려니 몸이 몇개라면 부족하다. 어린 쌍둥이들이 이런 애비의 안타까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려나? 학원 학부모 설명회에 나가보면 아빠들은 몇명 되지 않고 대부분 엄마들이다. 처음에는 쑥스럽고 멀쭘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강의나 세미나만 아니면 쌍둥이들을 위한 모임이나 세미나에는 항상 우선순위를 두고 잘 참석하는 편이지만 이번 경우는 공교롭게도 화요일은 미래예측 세미나와 목요일은 cfo아카데미 강의후에 곧장 덕산스파캐슬로 내려가 야간 근로복지공단 선진복지제도 컨설턴트 강의를 해야하는 일정과 겹쳐 참석할 수 없었다.

학원 학부모 세미나를 하는 말에는 자녀들이 쉬는 시간이면 세미나장을 와서 부모들이 왔나 확인을 하곤 한다. 별 것 아니지만 자식들은 세미나장에서 부모의 얼굴을 확인하면 괜히 어깨가 으쓱거려진다. 혹시 애비가 왔나 애비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두 녀석이 열심히 세미나장을 배회하였을, 그리고 애비 얼굴이 보이지 않자 실망하여 발길을 돌렸을 명이와 윤이 모습을 생각하니 미안해진다. 싱글대디로 직장일, 내 자기계발, 가정사, 자녀들의 일 모두를 두루두루 양립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갈수록 녹녹치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이번주는 유난히도 힘든 한 주였다. 지난주 연이은 야근에 이어 월요일과 화요일 미래예측 세미나 야간교육 참석, 수요일 아버지의 감상선암 진료, 목요일과 금요일은 CFO아카데미 종일교육 진행, 목요일 덕산스파캐슬에서 진행된 근로복지공단 선진기업복지제도 컨설턴트요원 양성과정 야간교육(19:30~21:00) 진행 등으로 금요일 교육을 마치고 집에 오니 몸이 파김치가 되었다.

몸은 피곤해도 서울학원 3월분 학원비도 납부할 겸, 화요일 학부모 간담회에도 참석하지 못해던 터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쌍둥이들 학원수업에 마치는 시간에 학원에를 들렀다. 다행히 수업이 끝난 오케이쌤과의 면담, 히틀러선생님과의 면담도 연이어 할 수 있었다. 히틀러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아버님, 혹시 재윤이 재명이가 무슨 이야기를 하지 않던가요?"
"아뇨, 별 이야기 없었는데요"
"지난주에 학원이 영어선생님 닉네임 도용사건으로 발칵 뒤집혔어요"
"네?"
"한 학생이 영어선생님의 닉네임을 도용하여 채팅을 하면서 글쎄 선생님의 어투를 그대로 흉내내어 여러명의 학생들에게 토요일 수업이 없는데도 수업이 있다고 학원에 나오라고 한 거예요.
"..."
"실제 한 학생이 지난주 토요일 오후에 그 말을 믿고 학원에 나왔어요. 하도 황당해서 영어선생님이 그 학생을 추적해서 일주일만에 범인을 밝혀냈는데 글쎄 그 학생이 재윤이인 거예요"
"...."
"똑똑한 재윤이가 채팅방에서 닉네임을 바꾸는 방법을 알아내어 그런 장난을 한거랍니다"
죄송하다고 말을 하면서도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리는지....

녀석들을 데리고 집으로 오는데 백마공원길 정자에서 앉아있던 고등학생들 중 한 명이 큰소리로 말한다.
"야, 저기 작년에 피씨방에서 게임하면서 서로 싸우던 녀석들이 지나간다"
재명이와 재윤이는 의도적으로 딴청을 피우고.... 녀석들은 상황이 불리하면 꼭 탄청을 피운다.

재명이와 재윤이에게 조용히 말했다.
"너희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저기 고등학교 형을 아나?"
"작년에 PC방을 갔을 때 저 형이 우리 게임하는 바로 옆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우리 둘이 게임을 하다가 큰소리로 막 싸우니 저 형이 말려주었어요"

어휴 창피해~~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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