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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하는 착각 중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항상 자기 곁에 늘 함께 있어줄 것으로 믿는 것이 있다.

나도 작년 사랑하는 아내가 하늘나라로 가기 전까지만 해도
집사람과 백년해로를 하면서 오래도록 함께 살 것으로 생각했다.
18년 넘게 살면서 이러한 것을 단 한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다.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고 6개월 시한부삶 선고를 받고서도 다시 병마를 훌훌 털고
일어나리란 믿음은 시종일관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막상 허무하게 하늘나라로 먼저 가 버린 뒤에야
사랑하는 사람이 항상 나와 함께 내곁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남은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있을 때 이전보다 더 잘 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자식을 키우면서 아버지의 마음을 알았다.
집사람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애들을 데리고 살며 어머니의 마음을 알았다.
오늘 그동안 부모님께 잘해드리지 못한 죄책감과 함께 감사의 마음이 교차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무런 이유없이 내손으로 부모님께 이십만원을 부쳐 드렸다.
인터넷뱅킹을 통하여 송금하려니 받는 사람에게 표시하고 싶은 말을 일곱 글짜로
쓰라기에 그냥 '항상 건강하세요'라고만 썼다.

물론 명절이나 생신 때에 아내가 선물이며 돈을 부쳐드렸지만
내 손으로 감사함과 속죄의 마음으로 송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항상 내 곁에 계실 것만 같은 부모님!
항상 내 곁에서 못한다고 불평하고 잔소리만 했던 아내,
항상 내 곁에서 싸우고 말썽만 피우는 자식들,
항상 내 곁에서 함께 일하는 회사 동료들,
항상 출근하여 일할 수 있는 직장....

소중한 이런 것들이 내 곁에 항상 머물러 주지는 않는다.
떠나고 나서, 보내고 나서
그제서야 소중함을 느끼고 후회하고 애통해 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

사랑은,
지금 현재 자리에서,
주어진 것을 소중히 지키고 가꾸며 나누어야 한다.

김승훈 2007.1.31.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 한국방송통신대의 졸업논문 합격자가 발표되었다.
그 속에 며칠전 이미 하늘나라에 간 사랑하는 아내 이름이 들어 있었다.

지난 1981년에 한국방송통신대에 등록후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며 학점을 모두
이수하였으나, 결혼과 출산 등으로 졸업시험을 치르지 못해 졸업이 아닌 수료가
된 상태였다. 그러나 정부와 교육부의 적극적인 구제정책으로 기존 이수학점을
모두 이수한 사람에 한하여 논문을 제출하여 합격하면 졸업을 인정해주는 제도가
생겨 그 수혜를 받게 되었다.

평소 자식들 개인신상기록카드 부모의 학력란에 대학수료라고 쓸 때마다 중도에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지난 과거를 떠올리며 마음 아파했던 아내였다.

유방암 투병 중이던 지난 3월, 뒤늦게 학점 수료자에 한해 논문제출 자격을 부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잘하면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대학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고
어린애처럼 들떠 기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본인 육신 추스리기도 벅찰텐데, 논문 작성한다고 자료 찿고
컴 앞에서 힘들게 졸업논문을 쓰던 아내!

논문을 작성하면서 불쑥 "내가 살아서 졸업장을 받아볼 수 있을까?"라고 물으며,
"그때까지 내가 꼭 살아 있으면 좋겠는데...." 하며 눈가에 이슬이 맺히곤 했었다.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시한부 삶 앞에서 마지막 남은 혼신의 힘과 열정을
논문 작성에 불사르는 모습을 보며 나는 경건함에 앞서 그토록 원하던 대학졸업장을
받을 수 있도록 제대로 뒷바라지 해주니 못한 미안함에 복받치는 회한의 논물을
흘려야 했다.

나는 대학원을 졸업할 동안 집사람 대학졸업장 하나 챙겨주지 못한 못난 남편,
직장과 가사에 쫓기느라 그토록 염원하던 대학 학업을 접을 때 그 애타는 심정을
왜 진즉 헤아리지 못했을까? 그런 구제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오늘 당신이 생전 그토록 뜨겁게 열망하던 한국방송통신대 졸업논문 합격 소식을
당신 앞에 전합니다.

사람들은 착각 속에 산다.
공부는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고 앞으로 얼마든지 기회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뒤로 미루고 산다. 사랑도 나중에 얼마든지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신은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공부도 때가 있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항상 주어진 것이 아니라고,
그리고 사랑도 인생에서 기회도 모두 때가 있다고...
그 순간을 놓치면 다시 잡을 수 없고 되돌릴 수가 없다고...  
그것은 삶에 대한 자만이고 오만이라고...
또한 시간은 무한정 주어지지 않았으니,
있을 때 잘 하고,
다 보내고 나서야 뒤에 가슴을 치고
후회하는 삶을 살지 말라고...

2006.11.24.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어제는 2년전 간이식수술을 받고 힘들게 투병생활을 하는 어느 선배로부터 메일을 하나 받았다.
" 저는 이 제 몸 하나 간수 하지 못한 과오로 친지, 동료, 선후배 등 여러 님들을 번잡하게 누를 끼쳐온 우를 범한 큰 죄인이기도 합니다. (중략) 생의 막장에 이르러 두려움과 외로움 등 그 절망의 고난을 헤쳐나오던 시절~ 눈물로서 간절히 소망하였던 것은 오로지 나름대로 이 후락의 정신과 동행하면서 소중한 내 님들, 그리고 연들과 함께 즐거워하며 행복 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들과 함께 행복을 찾아 나서야겠다는 내 안에 결의를 새겼던 기억들입니다.
시한부라는 삶의 막다른 종착점...그리고 그 짧은 기간 동안 엄습해 오던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 두려움이란 것도 너무나 컷었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수 많았던 지난 삶의 거짓과 탐욕에 대한 회한이 나를 더욱 슬프게 하였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게 하였습니다.
하여~ 다시~ 단 한번 만이라도 기회가 주어 진다면...
그래, 제발~ 1년이라도 더 내 가련한 생이 연장될 수만 있다면...
이 죄과만이라도 깨끗이 정리하고 싶었고... 그러한 통한에 가슴 앓이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

어제는 집사람이 초등학교 3학년인 쌍둥이자식들과 잠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듣게 되었다.

집사람 : "명이, 윤이가 엄마 속상하게 하면 엄마는 건강이 나빠져 하늘나라로 가게되고 너희는 팥쥐 엄마랑 살게 된단다. 아빠는 혼자서는 힘들어서 형아랑 명이랑, 윤이 셋이를 못키운단다. 그래서 팥쥐엄마랑 살아야 한단다. 팥쥐엄마가 누군지 알지?"

윤이 : "알아요~"

집사람 : "팥쥐엄마랑 살면 많이 힘들텐데 괜찮겠니?"

명이 : "우리 때리면 그럼 형아한데 이르지 뭐~~"

집사람 : "형아도 너희 편들었다가는 팥쥐엄마에게 혼날텐데~~"

윤이 : "팥쥐엄마는 아빠 안보이는데서는 일도 막 시키고, 밥도 안차려준데~~"

명이 : "그럼, 아빠한테 이르면 되지 뭐~~"

윤이 : "팥쥐엄마는 아빠앞에서는 당연히 잘해주지. 아빠가 안보이는데서는 막 일시켜~~ 명이 형은 책도 안봤어?"

명이 : "......"

집사람 : "그러니까 명이 윤이가 엄마 말을 잘 듣고, 엄마가 신경쓰지 않도록 많이 도와줘야 해! 알았지?"

명이윤이 : "네, 엄마!"


등을 돌리고 있던 내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진다. 짐사람은 점점 몸의 상태가 악화되어 감을 감지하는지 애들에게 자신의 빈자리에 대한 준비를 하나하나 시키는 것이다.
이제는 하늘나라라는 표현도 하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참다운 행복은 남에게서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남에게 주는 것이다."라는 '칸트'의 말처럼 이제는 최소한 가족에게라도 주려고 해도 줄수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음을 알고 있음인지 마음은 조급해져 가는 것 같다.

3개월전 갑자기 사진을 찍겠다고 했을때만해도,
그것이 영정사진을 찍겠다는 소리인지는 모르고 조금이라도 밝은 모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것이 세상 여자들의 똑같은 마음이려니 생각하고,
괜한 걱정 하지 말라고 나무래기까지 했는데, 이제는 하나하나 서서히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하는 집사람을 그저 말없이 지켜보아야 하니 가슴이 미어질 뿐이다.

하나님! 저에게 주어질 이 고통, 이 고난의 끝은 과연 어디입니까?
어리하여 저에게, 제 자식에게 애비가 겪었던 애미없는 설움과 시련을 그대로 넘겨주려 하십니까?

이제는 좌절하기에 앞서 과연 이 고난의 끝은 과연 어디인지 한번 끝까지 싸워 이겨내리라는 오기가 생겨난다.

선배가 보내준 채근담이 떠오른다.
"인생에는 괴로울 때가 있고 즐거울 때가 있다. 고락이 서로 접하고 교대하는 가운제 심신이 연마되어 간다. 아직 깊은 고통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어찌 깊은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인가. 인생은 고락이 서로 접해 흐르는 물 속에서 떠내려가는 한 조각의 나무는 아니다. 고락이 교대하여 흘러가는 동안에 숭고한 정신을 얻게 되는 것이 인생의 참모습이다."

2006.7.11.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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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0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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