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방송통신대의 졸업논문 합격자가 발표되었다.
그 속에 며칠전 이미 하늘나라에 간 사랑하는 아내 이름이 들어 있었다.

지난 1981년에 한국방송통신대에 등록후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며 학점을 모두
이수하였으나, 결혼과 출산 등으로 졸업시험을 치르지 못해 졸업이 아닌 수료가
된 상태였다. 그러나 정부와 교육부의 적극적인 구제정책으로 기존 이수학점을
모두 이수한 사람에 한하여 논문을 제출하여 합격하면 졸업을 인정해주는 제도가
생겨 그 수혜를 받게 되었다.

평소 자식들 개인신상기록카드 부모의 학력란에 대학수료라고 쓸 때마다 중도에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지난 과거를 떠올리며 마음 아파했던 아내였다.

유방암 투병 중이던 지난 3월, 뒤늦게 학점 수료자에 한해 논문제출 자격을 부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잘하면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대학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고
어린애처럼 들떠 기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본인 육신 추스리기도 벅찰텐데, 논문 작성한다고 자료 찿고
컴 앞에서 힘들게 졸업논문을 쓰던 아내!

논문을 작성하면서 불쑥 "내가 살아서 졸업장을 받아볼 수 있을까?"라고 물으며,
"그때까지 내가 꼭 살아 있으면 좋겠는데...." 하며 눈가에 이슬이 맺히곤 했었다.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시한부 삶 앞에서 마지막 남은 혼신의 힘과 열정을
논문 작성에 불사르는 모습을 보며 나는 경건함에 앞서 그토록 원하던 대학졸업장을
받을 수 있도록 제대로 뒷바라지 해주니 못한 미안함에 복받치는 회한의 논물을
흘려야 했다.

나는 대학원을 졸업할 동안 집사람 대학졸업장 하나 챙겨주지 못한 못난 남편,
직장과 가사에 쫓기느라 그토록 염원하던 대학 학업을 접을 때 그 애타는 심정을
왜 진즉 헤아리지 못했을까? 그런 구제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오늘 당신이 생전 그토록 뜨겁게 열망하던 한국방송통신대 졸업논문 합격 소식을
당신 앞에 전합니다.

사람들은 착각 속에 산다.
공부는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고 앞으로 얼마든지 기회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뒤로 미루고 산다. 사랑도 나중에 얼마든지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신은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공부도 때가 있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항상 주어진 것이 아니라고,
그리고 사랑도 인생에서 기회도 모두 때가 있다고...
그 순간을 놓치면 다시 잡을 수 없고 되돌릴 수가 없다고...  
그것은 삶에 대한 자만이고 오만이라고...
또한 시간은 무한정 주어지지 않았으니,
있을 때 잘 하고,
다 보내고 나서야 뒤에 가슴을 치고
후회하는 삶을 살지 말라고...

2006.11.24.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달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