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2년전 간이식수술을 받고 힘들게 투병생활을 하는 어느 선배로부터 메일을 하나 받았다.
" 저는 이 제 몸 하나 간수 하지 못한 과오로 친지, 동료, 선후배 등 여러 님들을 번잡하게 누를 끼쳐온 우를 범한 큰 죄인이기도 합니다. (중략) 생의 막장에 이르러 두려움과 외로움 등 그 절망의 고난을 헤쳐나오던 시절~ 눈물로서 간절히 소망하였던 것은 오로지 나름대로 이 후락의 정신과 동행하면서 소중한 내 님들, 그리고 연들과 함께 즐거워하며 행복 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들과 함께 행복을 찾아 나서야겠다는 내 안에 결의를 새겼던 기억들입니다.
시한부라는 삶의 막다른 종착점...그리고 그 짧은 기간 동안 엄습해 오던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 두려움이란 것도 너무나 컷었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수 많았던 지난 삶의 거짓과 탐욕에 대한 회한이 나를 더욱 슬프게 하였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게 하였습니다.
하여~ 다시~ 단 한번 만이라도 기회가 주어 진다면...
그래, 제발~ 1년이라도 더 내 가련한 생이 연장될 수만 있다면...
이 죄과만이라도 깨끗이 정리하고 싶었고... 그러한 통한에 가슴 앓이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
어제는 집사람이 초등학교 3학년인 쌍둥이자식들과 잠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듣게 되었다.
집사람 : "명이, 윤이가 엄마 속상하게 하면 엄마는 건강이 나빠져 하늘나라로 가게되고 너희는 팥쥐 엄마랑 살게 된단다. 아빠는 혼자서는 힘들어서 형아랑 명이랑, 윤이 셋이를 못키운단다. 그래서 팥쥐엄마랑 살아야 한단다. 팥쥐엄마가 누군지 알지?"
윤이 : "알아요~"
집사람 : "팥쥐엄마랑 살면 많이 힘들텐데 괜찮겠니?"
명이 : "우리 때리면 그럼 형아한데 이르지 뭐~~"
집사람 : "형아도 너희 편들었다가는 팥쥐엄마에게 혼날텐데~~"
윤이 : "팥쥐엄마는 아빠 안보이는데서는 일도 막 시키고, 밥도 안차려준데~~"
명이 : "그럼, 아빠한테 이르면 되지 뭐~~"
윤이 : "팥쥐엄마는 아빠앞에서는 당연히 잘해주지. 아빠가 안보이는데서는 막 일시켜~~ 명이 형은 책도 안봤어?"
명이 : "......"
집사람 : "그러니까 명이 윤이가 엄마 말을 잘 듣고, 엄마가 신경쓰지 않도록 많이 도와줘야 해! 알았지?"
명이윤이 : "네, 엄마!"
등을 돌리고 있던 내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진다. 짐사람은 점점 몸의 상태가 악화되어 감을 감지하는지 애들에게 자신의 빈자리에 대한 준비를 하나하나 시키는 것이다.
이제는 하늘나라라는 표현도 하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참다운 행복은 남에게서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남에게 주는 것이다."라는 '칸트'의 말처럼 이제는 최소한 가족에게라도 주려고 해도 줄수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음을 알고 있음인지 마음은 조급해져 가는 것 같다.
3개월전 갑자기 사진을 찍겠다고 했을때만해도,
그것이 영정사진을 찍겠다는 소리인지는 모르고 조금이라도 밝은 모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것이 세상 여자들의 똑같은 마음이려니 생각하고,
괜한 걱정 하지 말라고 나무래기까지 했는데, 이제는 하나하나 서서히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하는 집사람을 그저 말없이 지켜보아야 하니 가슴이 미어질 뿐이다.
하나님! 저에게 주어질 이 고통, 이 고난의 끝은 과연 어디입니까?
어리하여 저에게, 제 자식에게 애비가 겪었던 애미없는 설움과 시련을 그대로 넘겨주려 하십니까?
이제는 좌절하기에 앞서 과연 이 고난의 끝은 과연 어디인지 한번 끝까지 싸워 이겨내리라는 오기가 생겨난다.
선배가 보내준 채근담이 떠오른다.
"인생에는 괴로울 때가 있고 즐거울 때가 있다. 고락이 서로 접하고 교대하는 가운제 심신이 연마되어 간다. 아직 깊은 고통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어찌 깊은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인가. 인생은 고락이 서로 접해 흐르는 물 속에서 떠내려가는 한 조각의 나무는 아니다. 고락이 교대하여 흘러가는 동안에 숭고한 정신을 얻게 되는 것이 인생의 참모습이다."
2006.7.11.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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