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농산물의 가격폭락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정부에서는 피해 농민을 위한 여러가지 정책을 실시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피해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정 해의 농산물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폭락 문제는 대부분 그 다음 해에 공급량이 크게 감소되어 스스로 해결되는 경향이 있다.

커피나무는 심은 지 2-3년이 지나면 흔히 체리라고 부르는 첫 열매가 열린다. 통상 5년이 지나면 수확이 가능하나, 상품화할 수 있는 체리는 7년이 지나야 된다. 따라서 커피의 경우 일반 농산물과는 달리 가격폭락 문제가 해가 바뀜으로써 자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커피는 생산국과 소비국이 다른 국제적 무역상품이기 때문에 가격변동으로 인한 피해 문제는 어느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도 없다.

커피 수출입 할당량을 통제하여 커피 공급량을 조절함으로써 시장가격을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1963년에 창설된 국제커피기구(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ICO)의 인터넷 홈페이지(www.ico.org). 커피에 관한 각종 통계자료도 볼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커피의 국제가격이 상승하면 농민들은 커피나무를 새로 심거나 이전에 기르던 작물을 커피나무로 대체하게 된다. 그런데 상품화가 가능한 커피체리를 수확하기에는 5~7년의 장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커피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재배농민이 어린 커피나무를 갈아 엎어 줄어든 시장수요에 대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게 재배된 커피가 한꺼번에 국제 시장에 출하되면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

더욱이 커피가격의 강세는 대개 1~2년에 거치지만, 가격하락은 길게는 수십년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커피 사이클(Coffee Cycle)이라 부른다. 커피 업계는 지난 100여 년간 이런 사이클을 해결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해 왔지만 현재에도 여전히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생산국인 브라질은 커피가격 안정화를 위하여 대공황시절인 1931년부터 1939년 사이에 총 8,000만 자루의 커피를 소각하였다. 1933년 한 해에는 3,000만 자루의 수확량 중 무려 1,350만 자루를 소각하기도 하였다.

소각장은 ‘필라스 데 인시네라시우(불의 기둥)’라 불려졌으며 전국적으로 75개가 넘는 불기둥이 8년 동안 쉬지 않고 타올랐다고 한다.

국제커피기구(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ICO)가 발표한 2014년 세계 전체 커피소비량 약 1억 4,900만자루의 절반을 훌쩍 넘는 물량이 브라질 한 나라에서 8년 동안 소각된 것이다. 2014년 우리나라의 커피소비량이 약 191만 자루였는데 이 기간 동안 폐기된 양은 우리나라가 약 42년 동안 소비할 수 있는 실로 엄청난 물량이었다.

커피가격 안정화를 위하여 이러한 막대한 물량의 폐기와 함께 브라질은 다른 나라와 협정을 맺고자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결국 브라질의 커피가격 안정화를 위한 노력은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였다. 커피가격 안정화는 어느 한나라의 노력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당시 유럽은 라틴아메리카산 커피의 약 40%를 소비하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유럽시장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한 라틴아메리카의 커피 수출국들은 1940년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주도하에 미국과 미주커피협정(Inter-American Coffee AgreementIACA)을 체결하였다.

이로써 라틴아메리카의 주요 커피수출국들은 당시 전 세계 커피의 80%를 소비하던 미국시장을 나누어 가졌다. 종전 후 곧 IACA는 명을 다하였지만 마샬플랜에 따라 유럽경제가 재건되면서 유럽의 커피소비도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1950년까지 커피값이 네배로 뛰게 되었다.

1953년에는 브라질의 커피 농가에 심각한 서리피해까지 겹쳐 커피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뛰었다. 이에 아프리카에 식민지를 둔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에 해외 수출용 커피 재배를 확대하게 되었다.

당시의 커피가격 폭등에도 불구하고, 1950년대초 브라질과 콜롬비아는 커피 사이클의 발생을 우려하여 나머지 라틴아메리카 커피생산국들을 모두 포함시켜 국제 커피 카르텔을 만들었다. 이들은 곧바로 커피 수출량을 제한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카르텔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아프리카 생산국들의 커피 생산량이 늘어나게 됨에 따라 이러한 노력 또한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다.

사실, 커피 생산국과 그 농민은 커피 사이클로 인한 직접 피해를 받지만 소비국은 커피 사이클의 피해를 거의 받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커피 사이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국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며 소비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수출입물량이나 가격통제가 수반되지 않는 한 커피 사이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자유무역 이념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실현되기는 어렵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체제의 도래로 인해, 불가능하게 보였던 일이 현실화 되었다. 냉전 체제하에서 미국은 라틴아메리카가 공산주의 세력에 편입되는 것을 극도로 우려하였다. 미국은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국가들이 비공산국가로 남을 수 있도록 세계 최대 커피소비국이라는 지위를 카드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즉 미국이 커피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켜주는 것을 목적으로 카르텔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1962년 커피의 주요 생산국과 미국을 비롯한 소비국이 함께 참여하여 커피의 시장가격을 적정수준으로 유지시켜주는 카르텔인 국제커피협약(International Coffee AgreementICA)을 체결하게 되었다.

1년 후 국제커피기구(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ICO)란 운영기구가 창설되었다. 당시 ICO의 목표는 수출입 할당량을 통제하여 커피 공급량을 조절함으로써 시장가격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ICO는 협정을 맺은 생산국과 소비국에게 수출과 수입의 할당량을 각각 부과하고 엄격하게 감시함으로써 이를 준수하게 만들었다.

커피 소비국도 ICA에 적극 참여하게 하여 결국 커피 무역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ICA시대에는 다른 때보다 커피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높게 유지되었다.

하지만 ICA 체제는 소비국 커피 회사가 커피를 사올 때 회사의 규모가 작을수록 비용부담이 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비국 커피업계의 대기업화를 심화시키게 되었다.

한편, 1970년 내내 ICA 체제의 무역통제를 받지 않는 비협정국들은 아무런 통제 없이 커피 경작지를 지속적으로 넓혀나갈 수 있었다. 이들은 ‘그늘’ 없이 잘 자라는 다수확 개량품종을 주로 심어 엄청난 생산과잉을 낳게 했다.

이러한 여러 문제점이 대두되는 상황하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동구권이 자유화되었다. 이에 미국이 자유시장 경제원칙을 역행하는 ICA에 등을 돌리게 되었다. 1989년, 결국 ICA는 수출입물량 할당 합의에 실패하게 되었다. 이는 ICA가 국제 카르텔로서의 수명이 다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 이후 ICO는 수출물량과 수입물량을 할당하는 힘을 상실하게 되었다. 현재 ICO는 업계간 정보공유와 거래촉진을 위한 국제회담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여전히 커피 생산국의 생산성 향상과 소득 수준 향상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ICO가 가장 강력하고 활발하게 ICA를 집행하던 시기는 동서냉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결국 커피 가격 안정화에 목적을 둔 ICA체제도 정치적 이슈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그 기간 동안만 성공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수출입 물량의 통제를 통하여 가격안정화를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오늘날의 자유무역체제에는 성립되지 않는 논리이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커피업계는 커피 사이클을 해결하기 위하여 커피 소각, 국제협정의 체결 등 다양한 방안을 시도하였지만 어느 하나 성공한 것은 없었다.

커피 사이클의 해결을 위한 과거의 여러 노력들은 궁극적으로는 모두 커피 농민들의 소득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커피 생산 농민들의 소득수준 향상만이 악명 높은 커피 사이클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인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앞으로 그 방안을 찾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신혜경 전 동원과학기술대 커피산업과 교수 cooykiwi1@gmail.comchosunbiz.com 기사입력 2016-05-27 06:01 | 최종수정 2016-06-13 16:31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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