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언제나 우리 편.
아픔과 상처를 딛고 용서와 사랑으로 늘 곁에 있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희망.
“결국 한 명이 얘기를 하다가 눈물을 쏟고 말았다. 먼저 보낸 아이 얘기를 하던 끝이었다.
‘그래, 참지 말고 실컷 우세요!’
그 자리에서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이 있을까 싶었다. 누구는 울고 누구는 위로하는 사람으로 겉모양은 갈렸지만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속마음은 다 같았으리라. 가족이란 주제로 우리 열 명이 책을 하나 써 보자고 나선 첫 모임, 글감을 정하는 자리에서였다.”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중)
▶책을 써보고 싶다는 의욕을 빼면 어떤 공통점도 없는 다 큰 어른들이 모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모인 열 명의 저자들은 글을 쓰고 싶다는 관심사를 제외하면 그 어떤 공통점도 없는 평범한 ‘보통사람들’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전세계적인 불황에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요즘 세상 살이가 힘들고 팍팍할수록, 우리를 외롭게 만드는 일이 많을수록, 우리에게 힘을 주고 항상 내편이 되어 줄 수 있는 마지막 존재는 가족일 거라는 생각으로 이에 관한 글을 여럿이 모여 쓰기로 했다. 처음 모였을 때는 저마다 나만큼 절절한 사연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얘기를 꺼내는 순간 오만한 생각은 꼬리를 내려야 했다. 그리고 서로 쓴 원고를 돌려가며 읽고 얘기하는 자리를 거듭할수록 아홉 명의 저자는 친구가 되고 또 다른 가족이 되어갔다.
▶가족을 얘기한다는 것이 결국 가족을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본다는 것임을 이 책을 쓰면서 절감했다. 마치 발가벗는 듯한 느낌이었다. 얘기 속에는 새로운 식구를 맞는 설렘도 있고, 먼저 가족의 일부를 떠나보냈던 아픔도 있고, 가족이라서 가질 수밖에 없는 애증도 있다. 그래서 때로는 부끄럽고, 때로는 괴로워서 숨기고 싶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기도 했다. 그러나 아마추어들인 저자들이 독자와 나눌 수 있는 가장 큰 미덕은 ‘진솔함’과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공감’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서로를 격려하며 끝까지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달려오며 저자들은 저마다 뜻하지 않은 가외의 소득도 얻을 수 있었다. 우리의 마음 속 가족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은 더 좋아지고 나쁘거나 슬펐던 것은 차분히 정화되었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용서와 사랑과 감사와 희망이었다.
▶내게도 가족이 있었구나! 사별한 아내와의 사랑과 정을 세 아들과 장모님과 함께 살아가며 새록새록 느끼는 아버지, 암으로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똘똘 뭉칠 수 있었던 일가족, 먼저 보낸 아들을 가슴에 묻고 새롭게 인생을 세운 엄마, 일년 중 싸우지 않는 날을 꼽는 게 더 어렵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랑하는 부부, 시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인연을 맺었지만 함께 살아 온 세월만큼 어느새 깊은 정이 들어버린 고부간 이야기 등. 우리네 가족사를 들춰보면 이런 사연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은 가족들이 어디 있겠는가. 사는 이야기가, 가족들의 이야기가 이렇듯 너나 할 것 없이 비슷한 모양새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도 또 박장대소하게도 만드는 힘은 역시 우리 사는 이야기, 가족들의 이야기뿐일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때로는 버거운 짐이기도, 때로는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도 아직 말하지 못했다면 ‘고맙다’는 말을 내 가족에게 건네보는 건 어떨까. 이 책이 진정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비로소 나를 바로보다!
우리시대 보통사람들의 가족이야기.
존재하지 않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드러나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가 가족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평소에 고마움과 칭찬은 뒷전에 밀리고 요구와 원망으로 서로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 더 많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세상의 모든 존재가 나를 손가락질하거나 외면할 것 같은 순간이 와도 어김없이 손을 잡아주고,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것이 가족임을 우리는 배우지 않아도 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평소에 하지 않았던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기자신을 대면하는 사춘기적 질문과 맞닥뜨렸다. 바로 ‘나’에 대해 되돌아보고 가족의 가치를 아로 새기는 경험을 한 것이다. 열 명의 저자들은 독자들이 혹시라도 가족에 대해 가슴에 묻어둔 서운함과 원망의 마음이 있다면 풀고, 마음 가장 밑바닥에 숨어 있는 가족의 고마움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게 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한다.
이 책은 열 명의 저자들이 모두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공을 들여 만든 귀한 집이다.
우리 시대 평범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나의 가족이야기. ‘내 책쓰기 클럽’이란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이들이, 글을 쓰고 싶다는 의욕말고는 그 어떠한 공통점도 없는 이들이, 책 한 권을 엮어가며 또 다른 가족이 되기까지.
열 명의 저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기다리고, 채찍질하면서 써내려 간 우리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온다. 이 책은 열 명의 저자들 모두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공을 들여 만든 귀한 집이다. 내 가족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이 이야기를 들을 독자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지 뜬 눈으로 밤을 새며 고민에 고민을 더하겠지만, 공감할 수 있는 한 구절로 부족한 나머지 부분을 이해해줄 독자들의 너그러움을 기대한다.
아울러 부족한 ‘내’가 모여 ‘우리’가 되었듯 조그만 관심과 희망이 큰 물줄기를 이뤄 바다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 책의 인세를 ‘어린이재단’의 결식아동을 위한 ‘혼자먹는 밥상’에 기부할 예정이다. 열 명의 저자들에게 가족이란 결국 희망과 사랑이었듯이.
김승훈_
산업공학을 전공했으며 현재는 방송사에서 사내근로복지기금 업무를 하고 있다. 세 아들을 키우는 싱글대디로 우리나라 기업복지와 사내근로복지기금 분야의 지존을 꿈꾼다.
김향숙_
결혼 19년차 주부이자 일쟁이 열정강사이다. 지금은 미앤위 전략연구소 소장으로 소통과 커뮤니케이션, 창업 관련 강의를 하고 글을 쓴다. 나를 통해 우리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이 시대 열정강사, 행복한 글쟁이를 꿈꾼다.
이수정_
미국 뉴저지에서 10년째 거주하며 전문 번역가, 칼럼니스트로 살고 있다. 귀여운 세 살 아들, 어여쁜 열세 살 딸, 친구 같은 마흔 여섯 살 남편과 ‘지금 이 순간present’을 소중한 ‘선물present'이라 여기며 ‘현재’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황보현_
평생교육진흥연구회 교육본부에서 일하며 20년째 아이들 지도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교육기획과 치유하는 글쓰기에 열정을 기울이고 있다.
박정근_
영어영문학, PR 공중관계관리 등을 공부했으며 언론인 출신이다. 현재는 암투병과 요양을 하며 ‘뉴스 뷰로’라는 브랜드를 언론, PR, 교육 관련 업무와 연결 하는 작업 중이다. 마음을 담는 책 쓰기에도 발을 담그고 있다.
김봉학金奉學_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전문교수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꿈을 콕콕 일으켜 세워 '꿈꾼'이라 불리며 www.HOW21.net 대표코치이다.
유명화_
사람이 왜 태어났는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었어요. 누구도 시원하게 답해주지 못하는 질문을 찾아 해답을 찾았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사랑이 흐르는 관계가 어떤 건지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힘으로 지금은 가족치료상담인 ‘가족세우기’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최향미_
대학원 재학 중에 결혼하여 이녀 일남을 두었으며 조경회사의 이사를 역임하였다. 발라드 음악을 좋아하는 반면 과격한 액션 광이기도 하다. 현재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상발_
인생의 MD(상품기획)를 추구하는 할인점, 홈쇼핑 MD를 지나 팀장으로 진화 중이다. 발상의 전환=역발상=곧 ‘상발’(서로 함께相, 일어나라發)! 바로 내 이름처럼 말이다.
김재은_
홍보마케팅회사를 운영하고 자원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며 행복비즈니스네트워크(HappyHub.kr)을 새로이 준비하고 있다. 3천여 명의 사람들에게 ‘행복한 월요편지’를 통해 더불어 행복한 세상 만들기를 제안하고 있다.
차례
1. 네 남자의 사랑이야기 / 김승훈
; 존재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삼형제와 싱글대디가 좌충우돌 살아가는 이야기
2. 호랭이가 물어 갈 며느리 / 김향숙
; ‘고부갈등’이 아닌 ‘고부정’에 대해 논하다
3. 네가 내게 왔으니 나는 그저 감사하다 / 이수정
; 아들아 너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었어. 고맙다.
4. 가족퍼즐 / 황보현
; 고난과 상처를 사랑으로 메우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퍼즐
5. 내 가족을 소개합니다 / 박정근
; 죽음의 문턱에서 알게 된 가족의 의미
6. 아버지의 유산 / 김봉학
; 그리워도 울지 않을게요, 이젠 저도 아빠니까요
7. 심장을 도려내도 살아 있더이다 / 유명화
; 아이를 가슴에 묻고 다시 인생의 중심을 잡기까지
8. 이 여자가 사는 법 / 최향미
; 부부싸움 세계챔피언! 그래도 사랑하는 이 남자를 어떡해
9. 돼지 삼형제의 어머니는 누구인가 / 이상발
; 삶의 나침반이 되신 어머니에 대한 사랑, 사랑, 사랑
10. 하루라도 더 곁에 있어주세요 / 김재은
; 그리움, 아픔, 행복이라는 이름. 가족
-가족으로 살아가는 데는 사계절이 있는 것 같다. 수줍게 만나 사랑과 희망의 싹을 틔우는 봄이 있는가 하면, 장마와 뙤약볕과 폭풍이 닥치는 질풍노도의 여름이 있고, 그렇게 두 계절을 인내하고 부대끼며 기다린 끝에야 비로소 가을의 결실을 맺게 된다. 그러나 아름다운 꽃과 푸른 잎을 떠나보내고 나신으로 견뎌야 하는 엄동의 시련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법이다.
우리는 가족을 얘기한다는 것이 결국 가족을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본다는 것임을 이 책을 쓰면서 절감했다.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수도가 없었던 어릴 적에 우물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를 사용했다. 펌프에서 물을 솟게 하려면 물을 세 바가지는 부어야 했는데, 이것을 ‘마중물’이라 했다. 사람의 에너지를 회복시키는 마중물로 친구, 가족, 취미를 들 수 있지만 내 경우에는 가족이 그 중에서 가장 소중한 마중물이었다. 어떤 이는 사람의 정신력을 샘물에 비유하기도 한다. 바닥을 드러낸 내 영혼의 샘물도 가족이라는 마중물이 있기에 곧 채워질 거라는 확신을 할 수 있기에 내 지난 삶은 실패한 인생이 아니었다고 스스로 위안해 본다. (‘네 남자의 사랑이야기’ 중에서)
-조만간 엄마는 엄마가 인터넷 상에 만든 ‘전사엄마들’이란 클럽회원들과 두 번째 정기 모임을 갖는단다. 다들 너처럼 PDD-NOS이거나 자폐증, 아스퍼거 등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엄마들이지. 의학계에서 정식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 생의학적 접근법에 대해 엄마들끼리 경험과 정보를 나누고 더 구체적인 도움을 찾아가려고 내가 만든 모임이야……. 엄마는 결심했다. 남편이 볼까, 아이가 볼까, 세상이 볼까 싶어 마음 놓고 울지도 못하는 엄마들의 ‘울음 상대’가 되어주자고 말이야. 엄마가 하는 일은 별로 없어. 그저 우는 동안 손만 붙잡고 있어 주면 된단다. 그러고 나면, 신기하게도 그 엄마들의 마음속에는 이 엄마처럼 넉넉한 희망과 기쁨을 품을 자리가 만들어지는 것 같았어……. 내 아들아. 너에 대한 엄마의 사랑과 고마움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찾고 또 찾았지만 이것 밖에는 없구나.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 주어 고맙다. 사랑한다. 온 마음을 다해. (‘아들아, 다 네 덕분이란다’ 중에서)
-작은 아이는 1학년 여름방학을 지나면서 할아버지의 ‘닦달’ 덕분인지 한글을 줄줄 읽게 되었고, 아버님은 무척 뿌듯해하고 계셨다. 아침이면 손주들 깨워서 학교 보내는 재미에 빠지셨는지 갖은 잔소리로 일과를 시작하셨다. 난 아버님께 말씀을 드리려다가 속으로 삼키곤 했다. 그런데 잘 견딘다고 생각했던 작은아이가 할아버지의 잔소리를 뚝 그치게 만들었다. 그날도 작은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가방을 던져놓고 책상에 앉자마자 만화책을 한 권 펼쳐들고 있었다. 이제 막 글자를 알게 된 녀석은 재미에 빠져 까르륵 거리면서 뭐가 그리 재밌는지 연신 웃으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신 아버님이 또 잔소리를 시작하셨다. 그러자 준영이가 “난 할아버지랑 사는 거 정말 싫어. 당장 시골로 가세요.”하며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가 버렸다. 설거지를 하고 있던 나는 아버님의 얼굴을 봤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며느리 보기 민망하신지 코를 훔치며 당신 방으로 들어가시는 것이었다……. 늦은 밤에야 수업이 끝나 아이방을 살펴보니 아버님이 신기하게도 준영이랑 같이 주무시고 계셨다. 아이가 학교를 간 후에야 말씀하신다. “나가 어제 준영이헌티 만화 보지 말라고 한 방 먹었잖냐. 그러고 방에 들어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근디 저 녀석이 슬쩍 오더니 내 등을 끌어안더라.”……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하얀 머리카락의 부드러움을 기억할 것이다. 장기 한 수 물러달라고 떼를 쓰다가 질 것 같으면 장기판을 엎어버리던 할아버지의 추억들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다락방 속에 하얀 분이 송글송글 올라앉아 있던 곶감의 기억처럼. (‘가족퍼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