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가 관리하는 카페 회원으로부터 쪽지가 왔다.
모 기업의 노동조합 전임자인데 내가 인터넷포털에서 검색하여 올린 그 회사의 임금복지관련 자료를 삭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올린 게시물의 제작자는 그 회사의 노동조합으로서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은 노동조합에 있으니 내가 커뮤니티에 무단으로 사용한데 동의할 수 없으며 삭제하지 않을 경우 저작권침해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즉시 정중히 사과를 하고 게시물에 대해 삭제조치를 취했다.
오늘 동아일보 기사에 모 회사의 신임 이사로 선정된 분의 논문표절 기사가 실렸다. 전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를 지냈고 D대학교 광고홍보학과 현직 교수이면서 금번 8월에 공영방송의 임기 3년의 신임 이사로 선임된 그가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들이 상당부분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을 출처도 밝히지 않고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2002년 이후 총 6편의 논문을 검토한 결과 3편은 남의 논문에서 다른 연구자의 문헌 중 상당부분을 출처 표기도 하지 않고 옮겨 적었으며 어느 논문은 다른 사람의 논문 13쪽을 통째로 베끼고, 2편의 논문도 자기 논문을 짜깁기하여 제출하였고 이러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3월 조교수로 재임용되었다고 한다.
기자와의 논문표절의혹 통화에서는 오히려 "(논문들을) 검토해 보겠다. 일개 교수의 논문을 점검하다니 지나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공영방송의 이사는 아무나 앉히는 자리인가? 방송에 대한 최고 전문가들을 모셔놓은 자리이고 공영방송 이사는 명백한 공인의 신분이다. 불리하면 일개교수로 자신을 낮추어도 되는 자리인가? 그리고 대학 교수도 아무나 하는 자리인가? 더구나 그 이사의 경우는 '지역과 방송학'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자기는 논문을 베끼고 표절하고 방송사에다는 방송 똑바로 하라고 말할 자격이 있을 것인가!
지금 우리사회는 잘못되어도 한참을 잘못되었다. 잘못을 하고도 도무지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불과 몇달전에는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총리 내정자가 남의 논문과 제자의 논문을 표절해 놓고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기는 커녕 관행이라고 큰소리치고, 최고 지성인을 양성하는 대학의 교수가 논문을 베끼고 표절해 놓고도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일개 교수 논문을 지나치게 다룬다"고 불평하고 있으니...
NGO는 정부와 관련 없는 민간 국제단체. 'non-governmental organization'(비정부기구)의 약칭으로 NPO(non-profit organization)와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요즘은 NGO가 'near-governmental organization'(정부와 가까운 기구)의 약칭으로 불린다고 한다. NGO단체들이 지나치게 정부와 유착되어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을 비유한 것으로 본다.
NGO단체원들은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해야하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높은 도덕성과 실력을 겸비해야 한다. 그들 스스로가 논문을 표절하고 베껴놓고 언론에다는 프로그램을 베끼지 말라, 표절하지 말라고 말할 수가 있겠는가?
지난 월요일 한국노동연구원 문무기 박사와 김동배 박사의 대화중에도 나는 NGO기구들의 지나친 간섭행위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하였다. 일부 NGO단체들은 정부 부처보다도 더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회연대기금화하여 양극화 해소에 사용해야 한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환수하여 사회 그늘진 저소득층 국민들에게 사용해야 한다' 헌법과 법률을 파괴하는 상식 이하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한 NGO단체원들이 정부나 권력 주변을 배회하거나 지나치게 밀착된 모습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와 권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거나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할 NGO단체들이 스스로 권력이나 정부에 접근하려 한다는 생각은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
남을 비판하고, 남을 견제하려면 자기 자신부터 떳떳해야 한다. 그리고 NGO단체의 행동이 자유스럽기를 원한다면 그들 스스로가 권력이나 정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권력과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하는 기능은 결코 함께 할 수 없고 함께 해서도 안된다.
2006.9.7.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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