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가 회사 돈을 횡령해 달아난 2001년 당시, 그는 증권업협회 14년차 직원이자 회계팀 과장이었다. 이씨의 범행은 6월22일에 벌어졌다. 이씨는 회사 주거래 은행 영업부장에게 협회가 소유하고 있는 28억원 어치의 국고채를 팔아달라고 부탁했다. 은행은 10년 이상 자금담당 직원으로 근무한 이씨가 범행을 저지를 것이란 상상을 하지 못하고 국고채 매각대금을 협회 계좌로 입금했다. 이씨는 그 돈을 자기가 관리하고 있던 사내근로복지기금 통장으로 이체했다. 아내에게 8억여원을 주고 위장 이혼을 한 후 그해 7월5일 태국으로 홀연히 떠났다.
하지만 회사 소유의 국고채를 28억원이나 빼돌렸는데도 회사는 일주일이나 알아차리지 못했다. 일주일 동안 연락 없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이씨를 아무도 수상하게 여기지 못했다. 그러나 이씨의 업무를 대신하던 다른 직원이 그가 회사 돈을 빼돌려 달아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회사는 이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 일로 인해 당시 증권업협회 회장은 “직원들이 다 도둑이다”라며 분노했고 공동책임을 느낀 직원들은 상여금 100%를 반납한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이씨의 연고인 부산에 체포조를 편성해 직접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이씨가 회사 돈을 빼돌려 도망갔던 당시 회사는 발칵 뒤집혔고 모든 직원들이 그를 잡는데 자발적으로 힘을 모았다”며 “사실 그가 회사 돈을 빼돌렸는데도 일주일이나 아무도 몰랐다는 것은 허술한 회계 시스템의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 직원이 백방으로 그를 수소문 했지만 이미 태국으로 몸을 숨긴 이씨는 잡힐 리가 없었다. 이씨는 태국 치앙마이에서 현지 한국인들과 한국 식당을 차렸지만 실패해 3년 만에 문을 닫았고 연이은 식당 사업에서도 쓴맛을 봤다. 지난해 6월 치앙마이로 돌아온 이씨는 남은 2000만원으로 낚시터를 인수해 사업을 벌였다. 그사이 여권이 만료돼 불법체류자 신세에 내몰린 이씨는 여권을 위조해 도피생활을 이어갔다.
경찰에 붙잡힌 이씨는 "다른 직원들은 모두 대졸자인데 나는 고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해 정리해고 대상이 될 것 같아서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해 협회에 들어갔지만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들이 들어오자 불안감을 느낀 것이다. 고졸 입사 동기들이 모두 정리해고를 당하자 이씨는 더 늦기 전에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결심했다.
결국 8년6개월에 걸친 도피생활 끝에 붙잡힌 이씨는 "죄를 짓고 해외에서 사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었다"며 "잘못을 모두 인정하며 나 때문에 고통받았던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횡령액 가운데 3억원을 체류비로 사용했고 나머지 25억원은 고액권 수표를 현금화해준 브로커에게 대가로 주거나 이혼한 부인에게 자녀 양육비 등으로 넘겨 현재는 빈털터리 신세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씨는 이혼한 부인의 행방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출처 : 스포츠서울 20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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