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은 놀토였다.

쌍둥이 재윤/재명이가 학교를 갔다 집에 오니 낮 12시 30분이 되었다.

모처럼 칼국수나 먹자고 장모님을 졸랐다. 집안 기둥역할을 하던 딸을 먼저 하늘나라에
보내고, 날 때부터 기른 첫 외손주마저 올해 3월초 멀리 나주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여
대학 기숙사에 들어간 이후 부쩍이나 적적해 하시는지라 토요일이라 좋아하는 칼국수를
대접해 주고 싶었다. 치아가 좋지 않아 고기를 별로 드시지는 않은데 일산칼국수집
닭칼국수는 잘 드시고 좋아하신다.


집사람이 살아있을 때는 우리 가족 꼭 한달에 두서너번 꼭 닭칼국수로 외식을 하였으나
지난 2005년 5월초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은 이후 닭칼국수가 암환자에게는 좋지 않다고
하여 일체 먹지를 않았다. 자연히 외식 기회가 줄어들게 되었다. 집사람은 괜찮다고 본인
개의치 말고 가족들 외식을 하라고 성화였지만 남은 가족들 마음이 환자를 두고 먹는
음식이 목에 넘어갈 리가 있겠는가!


도착하니 역시나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맛있는 집은 어디에 있더라도 항상 손님이 찿는 법, 10분을 기다려서야 겨우 자리를 잡았다.
요즘 재명/재윤이가 크려는지 식사량이 많이 늘어 나보다도 더 많이 먹는다. 큰 그릇의
칼국수를 다 먹고서도 부족한지 내 쪽 그릇을 자꾸 넘보기에 조금 덜어주니 그 마저도 싹싹
다 비운다. 이만원으로 우리 가족 모처럼 맛있는 외식을 하였다.


요즘 들어 부쩍 잘 싸우는 쌍둥이 녀석들 때문에 장모님이 힘들어 하신다. 4학년이 되었으니
이제는 자기 주장이 강해지는 시기이니 둘 사이 의견충돌이 생기는 것은 자주 자연스런 현상이다.
요즘은 사사건건 의견충돌도 잦고 심할 때는 고성에 육체적인 충돌까지 있는 모양이다. 억센
사내 녀석들인지라 연로하신 장모님이 다루고 길들이기에는 벅차신지 요즘에는 부쩍 힘들다고
하시면서도 하룻밤 주무시고 나시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새 잊으신다. 나도 평일에는 거의
외부 약속을 하지 않고 곧장 퇴근하여 집으로 와서 재명/재윤이 숙제도 거들고 함께 지내고 있다.


칼국수를 먹고 와서, 토요일이라 그동안 통제하고 있던 PC게임을 허락하자 PC게임에
몰두해 있는 두 녀석들! 이렇게 PC게임을 시켜주면 그 시간 동안은 조용하다. 장난은 다소
심하지만 그래도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학교와 학원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지난 15일 사무실에서 회식을 하면서 마포에서 먹은 소고기보다도 더 행복한 식사이다.
마포에서 회식할 때에는 소고기 1인분이 23,000원 이었고 사무실 식구 6명이 식사를 하는데
금액이 무려 275,000원이 나왔었다. 오늘 우리 네 가족이 먹은 칼국수 값은 고작 이만원으로
마포 식당의 소고기 1인분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나에게는 그때 보다도 훨씬 더 큰 행복함과
충만감을 느끼게 한다.


일에 미쳐 열정적으로 지내는 사람은 가족과 동료들을 소홀히 하기 쉬운 법, 그래서 가정생활은
대개 이혼을 하거나 별거에 이르는 등 개인적인 삶은 불행한 편이다.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하고 지켜야 할 것은 가정이다. 아무리 일이 바빠도 가족과 주위를 둘러보는 삶의 여유가
절실한 요즘이다. 
가족의 행복은 물질보다는 가족 서로간의 아껴주고, 사랑하고 배려해주는
사소함에 있음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초등학교 4학년인 재명이와 재윤이 고집이 날로 세어지고 있어 고민이다.
뭐 한참 자라나는 시기이다보니 그러려니 하면서도 때론 너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재윤이가 지난 여름부터 머리를 기르겠다고 한사코 이발을 거부하고 있다.
친구가 뒷머리를 기르고 다니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자기도 기르고 싶다고
한다. 이제는 뒷머리가 꽤나 길었다. 녀석들은 두상도 이뻐 머리를 길러도
이쁘다(제눈에 안경인가?)

처음에는 막내 재윤이가 그러더니 이제는 형인 재명이도 머리를 기르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머리를 깎으라고 보내도 밑머리만 살짝 치고 오니 애비
마음이 어디 편하겠는가? 생각같아서는 시원하게 짧은 스포츠 머리로
잘라주고 싶지...

오늘 아침에는 미역국을 먹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 한바탕 전쟁을 했다.
안되겠기에 선전포고를 했다. 재윤이는 식사때 국을 먹지 않으면 앞으로
PC게임 일체 중지, 계란후라이를 해주지 않겠다 두가지 조건을 걸고
이래도 국물을 먹지 않겠냐고 했는데, 그래도 끝까지 먹지 않겠단다.
형 재명이는 눈치 빠르게 꼬리 내리고 국물을 먹겠다고 했지만 평소에
눈치가 빠른 막내가 이번에는 의외로 끝까지 고집을 피운다. 장모님이
애들 고집 앞에는 이미 손을 들어 버렸다.

재윤이에게 마지막으로 선언했다. 이렇게 고집을 피우면 아빠는 재윤이와
살기 힘드니, 집을 나가서 혼자 하고 싶은데로 하고 살라고... 이 소리에
찔렸는지 슬그머니 국물을 먹겠다고 후퇴한다.

5년 전 여름에 큰애가 이렇게 고집을 피워 그렇게 네 마음대로 살려면
아빠엄마 집을 떠나서 네 마음대로 살라고 했더니 정말 아파트 문을 꽝
닫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휑하니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나도 그 즉시
대문이고 베란다 유리 창문을 모두 잠그고 그날 밤을 보냈다.

물론 그날 밤 내내 집사람과 장모님에게 사고날지 모른다고 빨리 나가서
큰애 데리고 오라고 성화에 시달렸지만 아빠의 권위가 있고 언젠가는
한번쯤 큰애 고집을 꺾어놔야겠기에 나도 지지않고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그 다음날 아침에 장모님이 슬그머니 문을 열어주어 집에 들어와
잘못했다고 비는 것으로 무마된 적이 있었다.

그 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큰애에게 슬쩍 물으니 그때 막상 집을 나섰으나
갈 곳이 없어 아파트  화단(당시는 1층에 살았다) 풀밭과 계단, 놀이터
의자를 전전하며 잠을 자려고 했으나 모기에 뜯기며 춥기도 하여 한숨도
자지 못하고 밤새 시달렸다고 한다. 하룻밤을 꼬박 밖에서 모기와 어둠,
추위에 시달리며 집과 가정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하며 그 뒤로는
집에서 나가라고 해도 절대 못나간다고 오히려 끝까지 버티기를 한다.

쌍둥이들도 언젠가는 철이 들 것이다.
그러나 요즘 한참 학교 성교육 자료에 관심을 보이고, 성에 관한 질문도
하기 시작하고, 멋을 부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이제 사춘기가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이 시기를 지혜롭게 넘기기 위해 화가 나도
참고 대화로서 설득하고 대처하고자 한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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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0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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