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리집도 김장김치를 담구었다.
쌍둥이 재명, 재윤이가 김치를 잘 먹지 않아서 조금씩 사서 먹을려 했는데,
장모님이 감자기 마음이 변해서 조금이라도 김장을 담구자고 하신다.

금요일 퇴근후 근처 마트를 가서 무우 세다발을 샀는데,
배달이 많이 밀려 3시간 30분 정도에나 집에 배달이 될거라는 이야기에
너무 늦을 것 같아 그냥 세다발이나 되는 무우를 들처매고 왔다.

나는 어릴 적부터 시골에서 곧장 지게를 지며 물건을 운반하는데 몸을
사리지 않는 편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는 어른 지게에 볏단 2단을 지고
800미터 정도 떨어진 논에서 집까지 몇번씩 나르곤 했다.
무우가 커서 그런지 400미터 정도 떨어진 집까지 들고 오는데 꽤나 고생을
했다. 아마 집사람이 있었더라면 함께 차를 타고 와서 금방 실고 왔을텐데
요즘은 어지간하면 걸어서 다니고, 차를 그냥 아파트 지하 차고에 고이
모셔놓고 걸어 다닌다.

금요일 밤에는 김장에 버무릴 15개 무우를 모두 채를 썰어놓고,
토요일 아침에 늦으막히 일어나 식사를 하고 오전 10시경 하나로마트를 갔다.
그런데 이번 주가 김장 대목인지 배추를 사기 위해 하나로마트 바깥까지
약 300미터 정도 길게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간단히 장을 보고 청과코너를 가니 이미 절임배추는 동이나고 내일 아침에야
들어온다고 한다. 아뿔싸~~ 무우채며 양념준비는 다 해 놓았는데 정작
배추를 살 수 없다니!

그때부터 장모님의 성화와 조바심은 빗발치고, 무우채가 하루도 아니고
이틀이나 지나면 누렇게 떠버린다며, 아침에 좀 더 일찍 일어나 서둘렀더라면
이런 실수가 없었을텐데 늦장을 부릴 때부터 알아봤다며 나에게 은근히 배추를
사지 못한 책임의 화살이 돌아오기 사작한다.

그때부터 일산 백화점과 할인점을 차례로 뒤지며 절임김치를 사기 위한
007작전을 방불케하는 절임배추 구입작전이 펼쳐졌다. 백화점은 오전 10시 30분에
문을 여니 부지런히 다니면 몇군데는 가장 먼저 들어갈 수 있어 배추를 살 가능성도
있을 갓 같았다. 롯데마트를 가니 많이 쌓아둔 절임배추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며
딱 두박스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마트에 전화하니 절임배추는 없다고 하고,
바로 근처 그랜드백화점을 들러 전시용 절임배추까지 싹쓸이 해서 겨우 5박스를
구해 낮 12시 30분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집사람과 척척 손발이 맞았으나, 큰애를 데리고 시장을 보려니
손발이 맞지를 않아 헤매고, 답답하고 고생은 고생대로 했다. 큰애가 휴대폰을 집에
두고 오질 않나, 백화점 주차장도 찿지 못해 우왕좌왕 헤매고 다니고....
장모님도 예전에는 집사람이 사다준 배추로 편하게 김장을 담구었는데, 올해는
이렇게 힘들게 배추를 사서 김장을 담그려니 앞으로 고생하면 살 날이 까마득하고
집사람 생각이 났다면 연신 눈물을 글썽이신다.

어디 이런 일들이 이번 뿐이랴?
앞으로도 집사람 빈자리를 메꾸며 살아나가려면 이번같이 좌충우돌하는 일들이
많을텐데....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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