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한때는 나도 믹스커피 광팬이었다. 내 일이 매일 숫자와
씨름을 해야 하고, 결산을 해야 하고, 예산도 짜야 하고,
이사회 안건 작성, 각종 회사 규정류 제·개정 작업,
회사 내부 게시문서와 외부 대외기간 보고서류 작성 작업 등
종일 일 속에 파묻혀 지내다 보니 하루에 믹스커피
서너 봉은 꼭 마셔야 했다. 그래야 하루가 지나갔다.
이야기 둘.
고향을 다녀올 때나 휴가를 다녀올 때,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꺼내 먹는 아주 달달한 믹스커피
한 잔은 졸음을 쫓아주는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이야기 셋.
해외여행을 갔을 때 종일 걷고 나서 나른한 오후 늦으막히
함깨 간 여행객 중에서 한 분이 한국을 떠나올 때 가져왔다며
건네주는 한잔의 따끈한 믹스커피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선물이고 배려였다.
그렇게 애용하던 믹스커피를 끊은지 만 3년이 지났다.
2018년 12월 하순, 모발이식을 하면서 의사분이 술, 담배,
커피가 모발에 해롭다고 끊는 것이 좋다고 하기에 두 말
없이 과감히 커피를 끊었다. 원래 담배는 피지 않았고,
술도 즐겨 하지는 않았었다. 술은 어쩌다 분위기에 따라
한두잔 정도는 한다.
커피를 입에 대지 않으니 그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책을
곁에 두고 읽게 된다. 오늘같이 을씨년스럽고 추운 날이면
가끔씩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주 진한 믹스커피 향의
추억이 생각난다. 참 후회없이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았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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