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68%가 무관심 때문에 다른 거래처를 찾는다는 마케팅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객에 대한 친절한 서비스는 그냥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회사 내 직원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가능하다. 중소기업은 연구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하거나 우수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 한정된 자금과 재원으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
김승훈 KBS 사내근로복지기금 차장
회사의 경쟁력은 종업원에 달려 있다
미국의 맥킨지컨설팅 보고서를 보면 1955년 당시 미국 기업의 평균 수명은 45년이었지만 2005년에는 15년에 불과했고 25년 후에도 남아 있는 기업은 30%밖에 안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06년 3월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중소기업이 창업 후 10년 이상 살아남을 확률은 25%라고 발표했다. 기업의 경쟁력은 사람에게 달려 있는데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더 불리하다. 힘들게 양성한 인력이 그만둔다면 그 손실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2004년 한 조사에서 중소기업 직장인의 22.7%가 복리후생이 열악해 이직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현재보다 약간 연봉은 적지만 복리후생 여건이 월등히 좋은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다면 이직하겠는가?”라는 질문에 81.0%의 응답자가 ‘이직할 것’이라고 답했다.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종업원들의 마음을 잡는 방법, 한정된 재원으로 종업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복지제도에 눈을 돌려야 한다.
사내근로복지기금에 눈을 돌릴 때
사내근로복지기금(이하 ‘기금’이라 한다)이란 기업의 이익 일부를 기금으로 출연하여 종업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 사업에 사용함으로써 종업원에게 복지 혜택을 보장하는 성과배분 제도의 일종이다. 이러한 기금 제도는 기업이 강제로 설치하는 것이 아니고 회사가 스스로 설치하는 복지제도다. 2003년 말 기업 규모별 기금설립 현황은 〈표 1〉과 같다. 300명 이상 기업의 기금 설립률은 23.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낮은 수준이며 기업 규모가 클수록 설립률이 높게 나타나 대규모 기업일수록 기업 복지에 관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기금은 어떻게 설립해야 할까? 그 운영 절차와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기금설립 합의(노사협의회) ②기금설립준비위원회 구성(노사 각 3명 이상 10명 이내) ③정관 작성, 이사․감사 선임, 출연금 협의․결정, 사업계획서 작성 ④기금설립준비위원회 개최 ⑤기금설립인가 신청(주소지 관할 노동청) ⑥기금설립인가증 교부(심사 후 20일 이내) ⑦기금 설립 등기(주소지 관할 등기소, 기금설립인가증 교부 후 3주 이내) ⑧등기부등본 제출(주소지 관할 노동청) ⑨기금 설립 ⑩준비위원회는 기금의 기관(이사, 감사)에 사무 인계 ⑪법인설립 또는 사업자등록 신고(주소지 관할 세무서, 고유번호증 수령) ⑫예금계좌 개설(개설 후 계좌번호 회사 통보) ⑬기금 출연 ⑭자산 변경 내역 보고(주소지 관할 노동청)
기금을 관리하는 주무관청과 담당부서는 노동부 노사협력복지팀(02-503-9736)이므로 이곳에 조언을 구하면 좋다.
사내근로복지기금 설립하면 이런 이점 있다
사업주(회사)는 기금에 출연하는 출연금에 대해 조세특례제한법상 당해 과세연도의 소득금액계산에서 이월결손금을 차감한 후의 소득금액에 100분의 50을 곱하여 산출한 금액 범위에서 전액 기부금으로 손비인정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업 이익이 100억 원인 기업이 5억 원을 기금에 출연하면 법인세와 주민세를 합해 27.5%인 1억 3,750만 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종업원들이 기금에서 지급받는 금품은 근로소득에 해당되지 않으며 다음과 같은 금품에 대해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세가 비과세된다. ①재난구호금, 의료비(치료비)로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금품 ②학자금 또는 장학금 기타 이와 유사한 금품 ③기념품․축의금․부의금 기타 이와 유사한 금품으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 ④무주택근로자가 건물의 총연면적이 85㎡ 이하인 주택을 취득하거나 임차하기 위해 기금에서 증여받은 주택보조금 중 그 주택 취득가액의 100분의 5이하 내지 주택임차 보조금으로 전세 가격의 100분의 10 이하의 금액 등이다. 또한 종업원이 기금에서 저리로 자금을 대부받을 경우 인정이자 적용을 받지 않는다.
기금(법인)은 출연금에 대해 증여세가 비과세되며, 출연금을 운용하여 발생한 예금이자 소득과 종업원에게 자금을 대부한 후 받는 대부이자 소득에 대해 전액 법인세법상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설정할 수 있어 법인세가 비과세된다. 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5년 이내에 기금법령이나 당해 기금의 정관에 명시된 고유 목적 사업에 사용해야 불이익이 없다. 기금의 설립과 변경 등기 시 등록세가 면제되며, 당해 연도 출연금의 100분의 50(선택적 근로복지제도를 실시할 경우는 100분의 80)까지 고유 목적 사업에 사용을 허용해 주고 있다.
기금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복지지원 사업
기금에서 실시할 수 있는 복지사업은 크게 지원 사업과 대부 사업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수익금과 당해 연도 출연금의 50%를 재원으로 실시하는 지원 사업은 ▷장학금․재난구호금․경조금 등 지급과 기타 근로자의 생활 원조 ▷근로자의 체육․문화 활동의 지원과 근로자의 날 행사지원 ▷근로자 복지 시설( 기숙사, 사내 구판장, 보육 시설, 근로자를 위한 휴양 콘도미니엄, 근로자 의 여가․체육 및 문화 활동을 위한 복지회관)에 대한 출자․출연 또는 구입․설치 및 운영 ▷근로자 주택구입․임차 자금 보조, 우리사주 주식 구입 자금 지원 ▷ 기타 근로자의 재산형성 지원과 생활원조를 위한 사업으로서 정관이 정하는 사업 등이다.
출연금을 원금으로 할 수 있는 종업원 대부 사업으로는 근로자 주택구입․임차자금, 생활안정자금, 우리사주 주식 구입 자금, 학자금, 긴급 의료 자금, 결혼 자금 등 다양하다. 이러한 대부제도를 이용할 때 종업원들은 인정이자 적용을 받지 않아 종업원들의 이직을 막는 제도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기금 도입으로 복지제도 향상된 중소기업 많아
실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도입해 직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한편 회사로서도 안정적인 복지지원 정책을 실시하게 된 중소기업 사례도 많다.
먼저 MP3 플레이어 전문 기업인 (주)레인콤은 2003년 기금을 설립해 현재 10억 원의 기금이 조성됐다. 기금제도를 도입하게 된 동기는 회사 이익의 급증에 따른 법인세 부담을 줄이고 기업 이익의 일부를 기업 복지를 확충하는 데 쓰려는 두 가지 요건이 일치해 서둘러 도입하게 됐다. 수행하고 있는 목적사업으로 지원사업은 동호회 지원과 선택적 복지사업(본인의 포인트를 사용해 의료비, 자기계발, 여행비 등에 사용할 수 있으며 직원 270명이 1인당 평균 연 240만 원 정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이 있다. 종업원 대부사업은 주택 구입 자금을 회사 보증으로 본인 급여의 20% 또는 퇴직금 범위 내에서 연 4% 이율로 자금을 대부해 주고 있다(02-3019-1760 박경애).
직원 88명을 둔 물류기기 업체 한국파레트풀(주)도 2003년 10월 기금을 설립해 약 2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여 주택 자금과 생활안정 자금 대부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도입 경위는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종업원 복지 확충과 만족도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다 기금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노사가 각각 출연하여 기금을 조성했다. 현재는 조성된 기금이 많지 않아 일정 부분 수익금이 마련될 때까지 종업원 대부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가족 중 질병 등으로 긴급 자금이 필요할 경우 은행 현금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율이 연 17%~20%나 되지만 기금을 이용하면 1천만 원까지 연 5%의 이율로 장기간 이용할 수 있다(02-711-8527 강주석 주임).
위기관리 전문 업체인 TRC코리아는 2002년 대기업에서 분사하며 직원이 55명이 됐으나 분사와 함께 대기업에서 받던 각종 복리후생 혜택이 없어져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2003년 사업주가 3억 원을 출연해 기금을 설립했다. 출연금 중 50%를 사용해 그동안 자녀 학자금(유치원, 중․고․대학생 자녀 월 10만 원 지급), 직원 자기계발비(학원비의 50% 지원), 체육활동비(동호회비 지원, 전사 체육대회 지원), 기념품 지원(명절과 회사 창립일, 근로자의 날에 각각 5만 원 상당의 기념품 지급)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연간 4천만 원 정도의 목적사업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기금제도를 회사 복리후생제도의 가장 중요한 축으로 활용하고 있다(02-3279-9163 정석영 주임)
노사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복지제도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종업원들도 이제는 자기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러한 종업원들의 의식 변화는 현재 기업복지제도의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 기업이 유능한 종업원을 채용하고 유지시키려면 그들이 신뢰하고 머무를 수 있는 좋은 기업복지제도가 필요하다. 기금제도는 많은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의무사항도 아니고 일부 대기업의 전유물이라는 편견과 홍보부족 등으로 아쉽게도 널리 활용되지 못했다. 기금제도는 종업원들이 복지제도 운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그들의 다양한 복지 욕구를 효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 도입 시 노사 모두 윈윈하는 결과가 되리라 확신한다.
〈그림 1〉 사내근로복지기금제도를 도입한 후, 가장 크게 도움이 되는 것
(출처 : 2003년 11월 노동부 ‘사내근로복지기금 실태조사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발표 자료)
〈표 1〉 기업 규모별 설립 현황
구분 |
계 |
100명
미만 |
50명
~299명 |
300명
~499명 |
500명
~999명 |
1,000명
이상 |
․기 금 수(a) |
972(100.0) |
240(24.7) |
263(27.1) |
124(12.7) |
149(15.3) |
196(20.2) |
․업 체 수(b) |
471,447 |
461,584 |
7,851 |
1,118 |
589 |
305 |
․설 립 률(a/b) |
0.21 |
0.05 |
3.3 |
11.09 |
25.30 |
64.26 |
․기 금 액(c) |
46,501 |
1,627 |
2,815 |
2,448 |
5,390 |
34,121 |
․평균 기금액(c/a) |
47.8 |
6.8 |
11.1 |
19.7 |
36.2 |
174.1 |
가령 회사 창립기념품(20만 원)을 회사와 기금에서 지급 시 절세 효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과세표준 1,000만 원 초과 4,000만 원 미만 기준일 때).
〈표 2〉 창립기념품 지급 시 절세 현황
(금액단위 : 원)
구 분 |
회사에서 지급(1) |
기금에서 지급(2) |
차이 금액(2)-(1) |
소 득 세(17%) |
34,000 |
0 |
△34,000 |
주민세(소*10%) |
3,400 |
0 |
△3,400 |
부가가치세(물*10%) |
3,740 |
0 |
△3,740 |
계 |
41,140 |
0 |
△41,140 |
(회사가 창립기념품에 대해 매입세액공제를 받게 되면 부가가치세 또한 부담하게 됨)
또 기금제도를 도입하면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그림 1〉에 나타난 것처럼 회사의 손익과 무관하게 복지비를 안정적으로 지출할 수 있게 됐고, 이에 따라 종업원들이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고, 근로 의욕이 진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당초 기대했던 면세 혜택은 오히려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기금제도를 도입한 후 회사의 순익 여부와 관계없이 기금에 출연(30.1%)해, 임단협의 주요 이슈(26.2%) 등 문제점도 지적됐다.
**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발간하는 월간 '기업나라' 2006년 5월호에 사내근로복지기금제도를 홍보하기 위하여 제가 기고한 글인데 일부를 수정했습니다.